[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기구한 사연의 '여장남자' (60)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기구한 사연의 '여장남자' (60)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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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로 꿈을 낚는 남자의 고군분투 행각 '남자는 안팔려'
-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된 남자의 요절복통 에피소드, 서영춘의 '여자가 더 좋아'
- 간호학과에 여성 간호사 복장으로 실습에 나선 두 남자, 전영록·손창호 주연의 '꽃밭에 나비'
- 여장남자로 탈바꿈한 신입사원 입사 스토리...이승현 주연의 '신입사원 얄개'
임권택 감독의  '남자는 안팔려'(1963)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1년 마릴린 먼로는 토니 커티스와 잭 레몬이 여장을 하고 펼쳐지는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기발한 희극영화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임권택 감독은 1963년 '남자는 안 팔려'란 영화로 폭소를 자아냈다. 영화에서 항상 말끔한 청년으로 나오는 터프가이 이대엽은 배우를 꿈꾸는 병칠 역으로, 코미디언 구봉서는 무용수를 지망하는 칠복 역을 맡아 함께 공연했다. 이들이 안기는 요절복통 웃음에 현실에 찌든 관객들은 고달픈 일상을 잊을 수 있었다.  

1958년 '오부자'에서 '뚱뚱이' 양훈, '홀쭉이' 양석천, '합죽이' 김희갑, '막둥이' 구봉서의 위세에 눌려 기를 못 쓰던 '살살이' 서영춘은 1965년 김기풍 감독의 '여자가 더 좋아'로 희극의 스타덤에 오르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된 남자의 요절복통 에피소드를 그린 서영춘 주연의 영화 '여자가 더 좋아'/사진=정종화 제공

여자가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하면서 전개되는 갖가지 요절복통 에피소드가 스크린을 수놓았고, 이 영화로 서영춘은 연예계를 휩쓸며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배삼룡과 '후라이보이' 송해를 제치고 무대와 영화에서 큰 인기를 누린 서영춘이 서울과 부산을 KNA국민항공으로 오가던 바쁜 스케줄은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서영춘의 기발한 여장남자의 인기 여세를 몰아 1969년 이형표 감독은 '내 것이 더 좋아'를 선보이며 다시금 서영춘을 출연시켜 구봉서와 함께 리메이크했다. 1983년 희극영화의 대가 심우섭 감독은 강태기를 기용해 세 번째 '여자가 더 좋아'를 내놓는 저력을 보였다. 영화에서 서영춘은 여장남자 강태기를 좋아하는 사장으로 나와 젊은 날을 회억할 뿐이었다.

서울대 의대 간호학과를 모티브 삼은 전영록 손창호 주연의 '꽃밭에 나비'(1979)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문여송·석래명 감독과 함께 '하이틴 영화 3인방'으로 불리며 고교물로 인기를 끈 김응천 감독은 1978년 '우리들의 고교시대'의 옴니버스 작품을 내놓은 후 서울대 의대 간호학과를 모티브 삼은 1979년 '꽃밭에 나비'를 연출해 새로운 여장남자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간호학과에 들어간 전영록과 손창호는 여성 복장의 간호사 모습으로 김보연과 박영귀와 함께 천태만상의 실습을 펼친다. 여성화되어가는 두 남자를 통해 본연의 자아를 찾는다는 캠퍼스 영화다.

이승현 주연의 ' 신입사원 얄개'(1983)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1965년 아역스타 안성기의 타이틀 롤인 조흔파 원작의 '얄개전'에 이어 '고교얄개', '얄개행진곡', '대학얄개'는 해가 갈수록 진화해 1983년 드디어 ' 신입사원 얄개'로까지 비화됐다. 

이 영화는 아역에서 하이틴 스타로 인기를 떨친 이승현이 열연했다. 신입 사원 면접 시험에서 늘 윙크하는 버릇으로 실수를 하자, 여장남자로 탈바꿈하고 입사에 성공한다. 진실한 사랑을 찾은 그는 본래의 남자로 돌아가 조용원과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스토리로 각광을 받았다.

남장 여인과 여장 남자의 뒤바뀐 인생사를 역지사지로 깨닫고 마침내 본연의 자신을 찾아 진실한 모습의 사회인이 되어 사랑을 찾는다는 교훈도 곁들였다. 새로운 영화 장르로 한때나마 관객의 호응을 받은 남녀전도의 한바탕 백일몽의 소산이기도 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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