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사계절을 상징한 영화 타이틀 (65)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사계절을 상징한 영화 타이틀 (65)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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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속과 해학의 김유정 소설의 백미 '봄봄'
- 여름날 피서지 젊은 군상을 보여준 '아무도 없었던 여름'
- 청춘스타 신성일이 겪는 화가의 고뇌와 방황 '가을비 우산 속에'
- 흥행 신화와 장미희의 전성시대를 장식한 '겨울여자'
1969년 김수용 감독의 영화 '봄봄' 장면./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회전목마처럼 1년 365일이 3개월마다 바뀌는 계절은 불변의 진리다. 우리 영화 1만 5000여편 중 사계절을 달고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영화는 참으로 다양하다.

청춘스타로 맹위를 떨치다가 감독의 메가폰을 든 신성일은 1972년 세번째 영화 타이틀을 아예 사계절을 몽땅 넣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달아 배우도 우수영화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연출 저력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2003년 김기덕 감독의 종교영화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는 청송 주산지의 신비한 비경을 담고 세속과 불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 구원의 고행을 심오하게 보여주었다.

1969년 김수용 감독은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된 김유정(1908~1937) 소설의 '봄봄'의 시나리오를 단짝 작가 신봉승에게 맡겨 '갯마을'과 '산불'로 이어지는 문예 영화를 내놓았다.

영화 '봄봄'에서 장인(허장강)과 머슴(신영균)이 3년 7개월 동안 해결되지 않은 혼인 문제와 딸 점순(남정임)의 쑥쑥 자라지 않은 키로 티격태격 벌이는 싸움은 주인과 머슴의 절묘한 한판 승부이기도 하다. 

정인엽 감독의 '아무도 없었던 여름'(1974)./사진=정종화 제공

1972년 괴물 시나리오 작가로 불린 김원두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아무도 없었던 여름'은 충무로의 젊은 감독으로부터 '태풍의 눈'이라 불리며 화제를 낳았는데, 1974년 이만희 감독과 정인엽 감독의 이중계약 저작권 소송으로 비화됐다.

신인 배우를 뽑아 먼저 촬영을 감행한 정인엽 감독이 제명 사용 가처분을 신청하자 이만희 감독은 '태양을 닮은 소녀'로 탄생시켰다. 이 영화에서 문숙은 본명인 오경숙과 방송명 오세나란 이름을 버리고 문숙이란 예명을 달고 출연했다. 

타이틀 소유권을 획득한 정 감독은 영화 '아무도 없었던 여름'에서 제2의 문희로 불린 나하영과 뉴페이스 정인하, 고은님을 발탁했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여름날 피서지의 파격적인 영상미로 여름철 벌거숭이 청춘상을 보여줬지만, 두 작품 모두 타이틀 시비로 평작이 되고 말았다.

가수 최헌의 노래를 영화화한 석래명 감독의 영화 '가을비 우산 속에'(1979)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1979년 석래명 감독의 영화 '가을비 우산 속에'는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 나혼자 걸었네 미련 때문에 /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로 시작되는 허스키 보이스한 가수 최헌의 노래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화가(신성일)가 설악산 작품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으며 국전에 출품하나 낙선을 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스토리로, 정윤희와 김자옥이 동반 출연해 스크린을 풍성하게 했다.

결실의 '가을'은 영화에서 애수의 상념으로 자주 그려졌다. 1984년 정진우 감독은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애상의 로맨스로 담았다. 박경리 소설인 '가을에 온 여인'과 우리나라 유일한 배구영화 '가을장미', 틴에이저의 고독과 방황을 그린 조용원 주연의 '열 아홉 살의 가을'도 잊혀지지 않는다.

장미희 신드롬을 낳은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1977)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사계절 중 가장 영화화가 많이 된 계절은 '겨울'이다. 1977년 추석을 거쳐 1978년 신정과 2월 명절을 거치면서 김호선 감독의 '겨울여자'는 당시 서울 인구 820만 명일때 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개가를 올렸다. 이 작품은 장미희 신드롬을 낳으며 파천황적 영화로 기록된다.

1963년 박종호 감독의 '겨울 나그네'로 시작해 1986년 곽지균 감독의 데뷔작 '겨울 나그네'는 낙엽과 눈발의 이중주 속에 순수를 탄주(彈奏)하는 잊지 못할 영화이다.

이외에도 '겨울'을 영화로 내세운 작품으로는 '겨울로 가는 마차'를 비롯해 최은희와 김지미가 공연한 '겨울부인'과 '겨울사냥', '겨울사랑', '겨울 꿈은 날지 않는다'가 있다. 또 '그 마지막 겨울', '머저리들의 긴 겨울'은 물론 '겨울에 내리는 봄비'는 이희우 극작가의 주제가를 이은하가 불러 계절의 풍속도를 들려주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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