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청실홍실', '가는봄 오는봄' 등 대립된 의미의 영화 타이틀 (58)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청실홍실', '가는봄 오는봄' 등 대립된 의미의 영화 타이틀 (58)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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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 최초의 라디오 연속극을 영화화한 '청실홍실'
- 모녀의 극적인 만남을 그린 '가는 봄 오는 봄'
- 6·25전쟁의 숙명적 비극을 다룬 '남과 북'
- 대학가의 풍속도로 1970년대를 조명한 젊은군상, 영화 '병태와 영자'
최초 라디오 연속극을 1957년 영화화한 영화 '청실홍실' 포스터./사진=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영화 제목에서 대립되는 타이틀을 내세워 극적인 이미지를 상징하는 작품들이 다수 있어 흥미진진함을 안긴다.

외국 영화로는 1957년에 상영된 톨스토이 소설 원작 '전쟁과 평화'를 비롯해, 백인 토니 커티스와 흑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수갑을 함께 차고 탈옥하는 '흑과 백 '의 경우도 함축된 영화 타이틀로 관객의 호기심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1965년 곽순옥 가수가 부른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주제가로 유명한 한운사 원작의 '남과 북'이 있다. 6·25 전쟁의 비극적인 묘사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1984년 김기 감독이 리메이크 했다.

또 남녀의 대립을 상징하는 1958년 '남성 대 여성'이 있는가 하면, '남대 녀'와 '남과 여'도 있으며 선과 악을 뜻하는 '흥부와 놀부'와 '콩쥐팥쥐', 그리고 박경리 소설의 '성녀와 마녀', 최희준 가수의 음영짙은 '빛과 그림자'도 영화화 됐다.

영화 '견우직녀'
영화 '견우직녀'(1960)스틸 컷/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해방 후 최초의 KBS 라디오 연속극인 1956년 조남사 원작의 '청실홍실'의 주제가는 당시 가수 안다성과 송민도의 전파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인기를 끌다 1957년 영화화됐는데, 엄앵란의 청순한 이미지가 스크린을 수 놓았다. 이 여세를 몰아 '자나깨나', '유정무정', '청등홍등'은 거의 한 단어로 유행됐고, '기른 정 낳은 정' '큰 사위 작은 사위', '웃어야할까 울어야할까'와 1959년 6·25 전쟁으로 이산 가족이 됐다가 노래자랑 프로에서 모녀가 극적으로 해후하는 문정숙과 전계현의 '가는 봄 오는 봄'도 잊을 수 없다.

'희극 영화의 대가' 심우섭 감독의 '동문서답'은 1960년대 사회상을 풍자한 소시민의 애환을 보였으며, '남과 북'의 영향으로 '동과 서', '낮과 밤', '너와 나'가 등장했다. 또 '만추' 이만희 감독의 '냉과 열'은 얼마나 춥고 뜨거운지, 난해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한국일보에서 현상모집한 소설로 당선한 김용성 원작의 '잃은 자와 찾은 자'는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는 비운의 청춘상을 구현했으며, 이강천 감독의 '죽은 자와 산 자'란 타이틀은 전쟁으로 산화하는 민족의 비극을 상징한다.

타이틀을 통해 대학가의 풍속도를 표출한 1979년 '병태와영자'/사진=정종화

1960년 우리 민족 전래 야사를 제주도에서 촬영한 '견우직녀'는 남녀를 지칭하는 대칭적인 제목이나 오히려 한 단어로 뉘앙스를 풍겨주고 있다. 1975년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속편격인 1979년 '병태와 영자'도 타이틀을 통해 대학가의 풍속도를 표출했다.

"내가 설땅은 어디냐"로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허근욱 작가의 두 번째 소설 '흰벽 검은벽'도 아직도 무너지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21세기 지구촌 분단국으로 6·25전쟁 70주년을 맞고 있지 않는가.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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