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7인의 여포로'에서 '돌아온 여군'으로 (59)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7인의 여포로'에서 '돌아온 여군'으로 (59)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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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인의 여포로' 이만희 감독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 고초
- '7인의 여포로' 검열로 공중분해...'돌아온 여군'으로 제목 바꿔 개봉
검열로 공중분해된 '7인의 여포로'는 '돌아온 여군'으로 제목을 바꿔 1965년에 개봉됐다. 명보극장에서 개봉당시 '7인의 여포로' 신문광고./제공=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5년 이만희 감독은 영화 '7인의 여포로'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북한의 국제 지위를 높이고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며, 아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북괴를 찬양했다'며 반공법 제4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이 감독은 끝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으나 이 영화는 만신창이가 되고 '돌아온 여군'으로 둔갑했다. 

포성이 울리는 전선의 길로 군용 트럭에 간호장교(유계선)과 간호 하사관(최지희 전향이 김영미)는 부상병을 싣고 야전병원으로 향하는 길이였다. 도중에 피난을 가지못한 양공주(문정숙)과 남편을 잃고 아이를 업은 촌부(이민자) 그리고 부모를 잃은 고아(전영선)을 차에 동승시킨다.

'7인의 여포로'(1965) 장면. 인민군과 함께 부대로 끌려가는 트럭 속의 여포로들.
'7인의 여포로'(1965) 장면. 인민군 부관 허장강에게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여포로(문정숙)

인민군 수색대에 생포된 여 포로는 대대장(장동휘)과 부관(허장강)에 인계돼 심문을 받는다. 이러던 중 중공군 부대가 합류해 지휘관(최성호)이 여 포로에 눈독이 들어 야욕을 들인다. 중공군이 우방이라 하지만 동족을 희생시킬 수 없어 대대장은 중공군을 처치하고 여 포로를 데리고 남으로 귀순한다는 휴머니즘 가득한 스토리다.

이만희 감독은 1963년 32세 나이에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전쟁 영화의 금자탑을 쌓아 반공 영화로 촉망을 받았다. '7인의 여포로'로 연출력을 더욱 심화시킨 그는 이듬해 '군번 없는 용사'로 용공이라는 누명을 영화로 보여주는 저력을 과시했다.

'7인의 여포로'에서 유계선과 전향이는 실제 모녀 사이로 공연해 이채를 띠었다. 인민군과 중공군으로 나오는 장동휘 허장강 이대엽 구봉서 최성호와 여포로로 출연한 유계선 이민자 문정숙은 타계했다. 최지희 전향이 김영미와 1963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의 분대원 마스코트였던 전영선은 이만희 감독이 자주 기용한 배우였다.

'7인의 여포로'(1965) 장면. 양공주(문정숙)과 고아(전영선)이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7인의 여포로'는 검열로 공중분해되고, '돌아온 여군'이란 타이틀로 바꿔 서울 명보극장에서 개봉했지만 주홍글씨가 되어 흥행에 참패했다.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 한우정과 배우 장동휘가 참고인으로 남산 중정에 불러가 고초를 당해 진저리 쳤다고 한다.

'돌아온 여군'을 상영하는 극장 선전 광고마다 항상 원명 '7인의 여포로'가 따라다니며 어필했으나 반공에 길들여진 1960년대 관객에겐 먹혀들지 않아 저주 받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돌아온 여군' 포스터<br>
'돌아온 여군' 포스터. 서울 4대 재개봉관 동시상영의 희귀한 신문선전

그러나 이 영화는 문화계와 영화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 영화계에 반공과 용공의 한계를 제시한 시금석 같은 영화 '7인의 여포로'는 '돌아온 여군'으로 환골 탈태해 70년 전 동족 상잔의 비극을 상기시킨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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