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과속스캔들'로 데뷔한지 10년..."사람이 큰 자산"
[인터뷰]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 '과속스캔들'로 데뷔한지 10년..."사람이 큰 자산"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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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 신예 도경수, 박혜수, 김민호 캐스팅...신예 발굴법은 '적역'
-달라지는 영화의 톤은 '의도했던 것'..."예측 가능한 영화 하고 싶지 않아"
-'과속스캔들'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한지 10년..."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큰 자산"
-"사람이 남는 향후 10년이 되고 싶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사진=NEW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감독 데뷔 전엔 10년안에 5편은 찍지 않을까 했는데 치기어린 생각이었더라고요.(웃음) 전 아직도 영화감독이란 사실이 실감이 안날 때가 있어요." 

올해 감독 데뷔 10년차 소감을 묻자 강형철 감독이 "이렇게 (인터뷰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며 겸손해 했다.

흥행력을 앞세운 상업영화의 경우 작품성까지 겸비하긴 쉽지 않지만, 강 감독은 장편데뷔작 부터 '이 어려운 걸' 해내며 충무로의 대표 흥행 감독으로 입지를 굳혔다.

2008년 개봉 당시 역대코미디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 '과속스캔들'(824만명)로 이듬해 각종 시상식에서 시나리오상, 신인감독상, 작품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입봉'한 그는 2011년 '써니'(736만명), 2014년 '타짜-신의손'(401만명)까지 세 작품 모두 흥행 반열에 올려놓았다. 연출 뿐 아니라 각본 모두 강 감독의 손에서 탄생된 작품들이다. 

대종상영화제 감독상과 올해의 영화상 감독상을 안긴 영화 '써니'는 국내 흥행과 탄탄한 시나리오에 힘입어 해외에도 진출해 리메이크 됐다. 올해 개봉한 베트남판 '써니'는 역대 베트남 영화 중 흥행 5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버전도 제작 중에 있다.  

데뷔 10년차가 된 올해, 강 감독은 '춤영화'로 돌아왔다. '스윙키즈'는 전면에 신예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임에도 불구, 하반기 기대작으로 불려온 그 중심엔 강 감독이 있다.

그가 4년 만에 내놓은 '스윙키즈'는 강 감독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재기발랄한 캐릭터와 감동과 웃음이 버무려진 스토리, 감각적이 음악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춤'과 '전쟁'이란 이질적인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이념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한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국적과 언어가 다르지만 춤에 대한 꿈으로 하나의 팀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윙키즈' 댄스단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강 감독은 '스윙키즈' 개봉에 앞서 가진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뻔하고 예측가능한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사진=NEW 

◆ 영화 '스윙키즈', 창작 뮤지컬 '로기수' 보고 떠올려...'전쟁'과 '춤' 결합시킨 작품

-감독으로 데뷔한지 10년차다. 소감이 어떤가.

데뷔 전에는 잘 모르니까 치기어리게 10년안에 영화 5편을 찍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못 찍었다. 하하.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열심히 노력해서 데뷔했는데, 가끔 '감독하는게 힘들다, 10년이나 했네' 이런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건방떨고 있다"고 충고한다. 내가 얼마나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또 그 안에서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행복이니까. 어떤 장면을 찍다가도 문득문득 "어? 내가 영화감독이네?"란 생각이 아직도 든다. 이렇게 앉아있는 것도 신기하다. 

-4년만에 선보인 이번 영화는 '춤 영화'다. 

전작 '타짜2'를 끝낸 뒤 춤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곤 하는데, 어느날 디스코 음악을 듣다가 어깨가 들썩더리면서 즐겁더라. 신나는 음악이지만 애환도 느껴지는 것 같고. 

영화 '스윙키즈' 메인 포스터/사진=NEW
영화 '스윙키즈' 메인 포스터/사진=NEW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보고 이 영화를 떠올렸다는데.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남북 상황 뿐 아니라 우리나라안에서도 이념 갈등이 있지 않나. 평소 새터민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같은 민족이 왜 갈라져서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을 같고 있던 중 뮤지컬 '로기수'를 봤다. 그런데 '이념'과 '춤'이 뮤지컬에 모두 있더라. 늘 관심이 있고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바로 '꽂혀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강형철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본 후 이를 모티브를 밝혔다. '로기수'은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 베르터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이를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 '스윙키즈'는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열정을 담았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탭댄스'와 음악의 향연 속에서 극속 배경이 된 6.25전쟁과 이념적 갈등이 낳은 시대적 비극은 묵직함을 안긴다. 

영화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비극적 요소인 '전쟁'과 행복한 행위인 '춤', 전혀 안 어울리는 이 두 소재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에필로그에 회상을 소환해 과거 행복했던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드엔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는 사람들은 전쟁이나, 이념을 이용해 이익을 얻고자 했던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관객분들이 공감하시지 않을까 한다. 

-탭댄스의 리드미컬한 장면과 적재적소 흐르는 음악의 조화가 인상 깊었다.

준비를 많이 했다. 육체적인 고단함은 있었지만,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맞아 들어갈 때 쾌감이 있었다. 레고로 탑을 쌓듯이 그 과정이 즐거웠다. 

-시나리오 작업도 직접 했는데 준비기간은 어느정도였나. 

뮤지컬 관람 후 프로덕션 쪽에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할 동안 난 어떤 음악과 어떤 장면이 좋을까 계속 구상을 했다. 평소에도 바로 글을 쓰지 않고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한다. 첫 뮤지컬을 본 후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글은 2-3개월 동안 썼고. 

-이번 '스윙키즈' 뿐 아니라 전작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에서 각본에 직접 참여해왔다.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독이 재해석을 하고 각색을 해야하니까. 특히 저는 시나리오 자체가 콘티가 된다. 한장면 한장면 연출할 장면을 생각하면서 쓴다. 원작이 있더라도 감독이 쓰는 각색은 스크린에 옮겼을 때 어떤 음악을 쓰고 어떤 편집을 할 것인지, 어떤 카메라 워킹을 할 지 등을 대본에 담는다.

-어릴 적 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나.

글을 잘 썼다. 초등학교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받았는데, 글 쓸일도 별로 없고 해서 글 솜씨를 묻어두고 살았지만. 

 

◆'적역'이면 신인이라도 적극 캐스팅 

-주인공인 로기수로 가수 겸 배우인 도경수를 캐스팅한 배경은. 

글쓰면서 생각했던 로기수는 소년과 청년같은 두가지 모습이 담겨 있고, 사슴이나 송아지 같은 눈망울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많은 대사를 넣을 생각도 없었기에 눈으로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친구였으면 했다. 여기에 춤도 잘춰주면 고맙고. 딱 도경수였다. 도경수를 보고 그냥 씩웃었다. 그 자체가 도경수였으니까. 신기하고 기분도 좋았다. 사고 싶은 옷이 있어서 옷가게를 갔는데, 수백벌 중 저 멀리 내가 딱 원하는 옷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게 바로 도경수였다. 

-도경수와 함께 촬영을 해보니 어떻던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했다. 너무 잘했다. 인물과 배우의 싱크로율이 정확히 일치하는 신기한 일을 경험했다. 로기수가 자기를 허락한 도경수였다.

영화 '스윙키즈' 스틸 컷<br>
영화 '스윙키즈' 로기수 역을 맡은 가수 겸 배우 도경수 스틸 컷/사진=NEW 

-연기파배우 오정세를 제외하곤 도경수, 박혜수, 김민호 모두 신예들이다. 신인 발굴에 적극적이다보니 '프로 발굴러'란 호칭도 붙는다. 실제 배우 박보영과 심은경도 강 감독의 영화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를 통해 충무로 스타로 발돋움했고. 신인 발굴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나. 

적역이다. 역할과 얼마나 맞는가다. '샤오팡' 캐릭터를 맡은 김민호 같은 배우의 캐스팅은 전략적이었다. 유명인이 아닌 못보던 인물이 나오면 정말 중국인처럼 보이니까. 심지어 민호가 군대 휴가 중에 무대인사에 합류한 적이 있는데 다들 중국인인줄 알았다더라. 한국어로 말해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의 주인공으로 신예들을 캐스팅하다보니 우려섞인 시선도 많았는데. 

저는 상관없었다. '적역'이 최고라는 생각이었다. 전작에서 이를 증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다양한 이유를 들어 불안해 하는 것 같다. 우려가 있다면, 가상 캐스팅을 해달라고 반문하고 싶다. 

 

◆'스윙키즈' 이념과 성별, 인종, 언어 모두 다른 5명의 캐릭터...선입견을 깨고 춤으로 뭉친 이들

-각기 다른 이유로 댄스단에 합류하게 된 영화 속 다섯명의 캐릭터는 신선한 조합이었다.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럽다. 잭슨도 선한 캐릭터다.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요즘 말로 한다면 '츤데레'캐릭터다. 양판래는 스스로 모든 걸 쟁취하는 단단한 캐릭터고. 남한여성인 양판래, 미국인 잭슨, 중공군 샤오팡, 북한군 포로 로기수 등 처음부터 어울릴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선입견을 깨고 춤 하나로 뭉치게 된다.

영화 '스윙키즈' 스틸 컷<br>
영화 '스윙키즈' 스틸 컷/사진=NEW

(영화에서는 춤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다섯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극 속 미국인 군인이자 '스윙키즈'를 이끄는 잭슨 역(자레드 그라임스)을 비롯, 소위 미국춤인 '탭댄스'를 추며 내적 갈등을 겪는 북한군 포로 로기수(도경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남한 민간인 강병감(오정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날렵한 춤솜씨를 자랑하는 중공군 포로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4개 국어가 가능한 통역사 양판래(박혜수)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이들의 캐릭터 조합들이 영화를 끌어간다.)

다섯 명 모두를 이념과 성별, 인종, 언어 등 전혀 다르게 구성하고 싶었다. 실제로도 17만명이 수용됐던 1950년대 거제수용소가 그랬다. 시골마을에 갑자기 미국인, 북한포로 등이 들어왔던 혼돈의 공간이었으니까. 전쟁은 국가 대 국가로 일어나지만, 구성원인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춤 하나로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 역시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한발짝만 다가가면 친구가 될 수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외모적으로도 각자 차별을 뒀다. 샤오팡 캐릭터를 통통하게 만든것은 각자 외모적으로도 다른 모습을 주고 싶었다. 중국의 동자 인형 같은 복스러운 그런 이미지가 떠올랐다. 통통한데 춤을 기가 막히게 추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또 잭슨은 흑인이고, 기수는 마른 모습, 그리고 판래는 어느 시대에 있어도 미인일 수 있는 정감 있는 얼굴이었으면 했다. 

-'스윙키즈'는 댄스단 멤버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스윙키즈'는 이들에게 대안가족이 아니었나 싶다. 그 안에서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가족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하.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뭐니해도 이들의 탭댄스 장면이다. 배우들의 연습량이 느껴지더라. 

촬영전 4-5개월 준비했고, 촬영하면서도 계속 연습에 매진했다. 배우들이 허투루 연습을 안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프로답게 준비를 해왔다. 오정세씨는 무릎과 바꾼 영화라고도 하더라.(웃음)

-전작 '써니'가 떠올려지듯 강 감독의 전매특허인 속사포처럼 내뱉는 대사와 댄스 대결, 그리고 군무신은 웃음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밑천이 없어서. 하하. 이야기를 전개시킬때 잘 맞겠다 싶어서 사용했다. 영화에 안맞는데 억지로 가져올 순 없으니까.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사진=NEW 

 

◆ 강형철표 영화의 매력은? "뻔하고 예측가능한 영화 만들고 싶지 않아"

-영화 속 로기진(김동건)과 광국(이다윗)의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극은 두번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뮤지컬 속에선 로기수는 춤을 좋아하는 동생으로, 로기수의 형인 로기진은 '인민영웅'이라 불리는 인물로 처음부터 수용소에 함께 등장한다. 반면 영화에서는 이를 재구성해 로기수란 캐릭터에 로기진의 캐릭터를 합쳤다. 수용소에서 '인민영웅'으로 말로만 전해지던 로기진의 등장이 예상치 못하는 지점에서 엇박자로 반박자 빨리 등장하는데, 뻔해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특히 로기수 친구인 광국의 등장으로 영화의 톤이 크게 바뀐다.

'이때 쯤 이 장면이 나오겠지' 생각되는 예측 가능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상업적 영화라는 틀안에서 방패삼아 안일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한때 할리우드 영화나 홍콩영화들이 뻔하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안정적으로 비슷한 기류로 가다보니 발전이 안됐던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새로운 시도들이 나오면서 잘되고 있지 않나. 

나 역시 '안정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야 관객들이 좋아할꺼야'란 생각을 갖고 뻔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늘 새로운 영화를 갈구하고 있고. 그렇다고 실험 영화는 아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좋은 포맷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하고 실험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진의 등장이라던지 광국의 등장도 어떻게 보면 플롯쪽 실험이었다. 갑자기 톤이 바뀌게 된 것도 의도했던바고. 

광국의 등장은 단순히 기수의 친구가 아닌 이념을 끌고 들어온다. 그리곤 수용소를 피바다로 만든다. 영화 초반 행복한 모습들이었지만,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전쟁터'란 살얼음판이었던 현실이었다. 관객분들이 그 당시 역사와 그들이 겪었던 것을 영화를 보면서 체험하게 만들고 싶었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치 못한 장면이기에 관객분들에겐 당황스럽게 다가올 것 같다. 주변의 반응을 보면 싫다기 보다는 충격적이라고 하더라.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게 분명한데, 연말에만 상영하고 앞으로 보지 않을 영화로 만들 수는 없었다. 영화라는 매체의 매력은 좋은 영화는 계속 보게 되고 남겨진다는 거 아닌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하면서 판타지로 끝낼 수 없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 아닌가. 영화 준비를 하면서 역사 공부를 다시 했는데 숙연해지더라. 앞부분에 행복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넣어도 될까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 영화엔 춤이란 소재가 있고, 웃음은 불행을 이기기 위한 수단이자 무기란 생각에서 이 장면을 넣어도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에 가게 된거다. 

영화 '스윙키즈' 스틸 컷<br>
영화 '스윙키즈' 양판래 역의 박혜수 스틸 컷/사진=NEW 

-'스윙키즈' 속 양판래 역할도 그렇지만,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를 보면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자라온 환경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제 주변의 여성은 누구에게 의존하기보단 늘 주체적이었다. 어렸을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다. 어릴 적 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엄마가 사회 활동을 하셨다. 사회에 나가서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개척하고 이끌어나가는 여성 영화인들이었다. 똑같은 사람이고 내가 살아온 환경에서는 늘 남녀가 동등했는데, 왜 여성이 차별받아야되는지 상상도 못해봤다.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들의 당당한 모습은 내겐 새삼스럽지 않다.

 

◆ 3연타 흥행 감독... 10년 후에도 사람이 남는 10년이 됐으면

-데뷔작인 '과속스캔들' 흥행 이후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다보니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한편 한편이 각자의 개별적인 영화라고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안든다. 이미 만들어진 영화인데 긴장을 하고 부담감을 갖고 있다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 스스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 관객들도 내 전작에 대한 사항은 정보 일 뿐이지, 영화를 보실 때는 생각 안하실 테니까.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 '써니'( 2011년), '타짜-신의손'(2014년) 포스터

-타짜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 '타짜-신의 손'은 유쾌했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청불' 영화 였다.   

해보고 싶은 영화였다. 원작과 '타짜1'을 보고 영화 '타짜2'를 해보고 싶었다. 영화감독에겐 하고 싶은 걸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상업영화에서는 거의 없다.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기회가 된다면 두려워하기 보다는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생각에서 도전한거다. 

-이번 영화 음악 선곡을 위해 수천곡의 음악을 듣기도 했다고. 각본과 연출 뿐 아니라 음악까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집에 음반이 많았다. 그림도 좋아했고. 잘하는건 없는데 이분야 저분야 조금씩 안다. 부모님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 집엔 책이 많았는데, 어머니께서 책 읽는걸 좋아하셔서 그 영향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땐 매일 집에서 VCR로 영화를 봤다.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매일 밤 영화비디오를 빌려오시면 함께 보곤 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면서 연출이나 각본을 쓸 때 자산이 됐던 것 같다. 이런 관심 덕분에 현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제가 원하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제안할 수 있게 된 거고. 연출자는 전문가처럼 알지 못해도 그들과 대화는 할 줄 알고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작은 떡복기집을 운영 하더라도 카운터만 보는게 아니라 양념도 직접 만들고 요리를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맛집이라고 믿는다. 

'스윙키즈' 강형철 감독/사진=NEW 

-생각하고 있는 차기작 소재가 있나.

없다. 여러가지 잡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다니고 있다.(웃음) '로기수'란 뮤지컬을 만난 것 처럼 잡생각을 하나로 모아줄 틀을 만나면 또 다른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있다면.

느와르, 드라마와 액션 영화. 호러 장르 빼고 다 좋아한다.

-10년 후 본인의 모습을 예상한다면  

지금 일하는 많은 분들과 앞으로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지난 10년간 일을 하면서 얻은 자산은 사람이다. 첫 영화부터 10년째 같이 하던 분들이 많다. 지금 조감독은 첫 영화때 연출 막내였고, 편집기사님이나 음악감독님, 피디들도 첫 영화부터 함께 해왔다. 향후에도 사람이 남는 10년이 됐으면 한다.

-내년 계획은

지난 3년간 열심히 일했으니 내년은 우아한 말로 하면 '안식년'이고, 백수생활을 즐기면서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을까 소재를 찾고 있지 않을까.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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