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연소 1억 배우' 하정우 "내 작품 객관적 평가 어려워"
[인터뷰] '최연소 1억 배우' 하정우 "내 작품 객관적 평가 어려워"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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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1억 관객 배우' 감사하고 부담...작품은 늘 잘됐으면 해
-하와이에서 마라톤 완주...내년에도 참여할 것
-한강 걸으면서 'PMC' 흥행 기도...하루 3만 보 걸으려 노력
-"'소주 대통령' 이선균 때문에 다시 소주 마시기 시작"
-"영화의 진입 장벽? 그저 관객이 잘 받아들여 줬으면"
배우 하정우/사진=CJ
배우 하정우/사진=CJ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는 늘 불안해요. 멍하고 공허한 상태가 계속될 때도 있어요. 심지어 당장 내일 촬영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해요. 이런 불안함은 배우가 늘 버릴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아요."

배우 하정우는 '암살'(2015)과 '신과 함께'(2017~2018) 시리즈로 트리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충무로를 대표하는 흥행 보증수표다. 40여 편의영화를 찍으며 '최연소 1억 관객 돌파 배우'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두 편의 영화도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도 걷고 있다.

2018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한국 영화 'PMC: 더벙커'는 글로벌 군사 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되어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 액션 영화다. 

하정우는 전쟁도 비즈니스라 생각하는 글로벌 군사 기업 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 역할을 맡아 크루들을 이끈다. 그는 대부분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하면서 에이헵이라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다.

누구보다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배우의 길을 걸어온 하정우는 2019년에도 두 작품을 확정하며 바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영화 PMC: 더벙커' 개봉에 앞서 배우 하정우의 일상과 영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PMC: 더 벙커' 스틸 컷
'PMC: 더 벙커' 스틸 컷

◆하와이와 걷기에 푹 빠진 하정우의 일상

-얼마전 하와이에서 마라톤 대회에 도전했다고 들었다. 

매년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라고 12월 초에 하는데 진짜 선수들도 뛰고 일반 사람들도 다 참여해서 완주를 하면 메달을 준다.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했는데 (이) 선균이 형이랑 같이 완주했다. 나는 6시간 3분 선균이 형은 7시간 45분 나왔다.

-하와이에 자주 간다던데.

한국에서는 보편적인 일상을 보내기가 어렵다. 한강이야 마스크 쓰고 휙 지나가면 상관이 없는데 밥이라도 먹으러 가면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되고 나 하나 때문에 일행들도 불편하고. 그런데 하와이는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이 아닌 로컬 지역에 가면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고 모자 안 써도 되고 그렇게 일상을 보낼 수 있다. 2012년 1월에 하와이를 처음 갔는데 그때 '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좋고 운동하기도 좋다. 미국이지만 아시아인들이 주로 많이 살아서 아시아 음식도 많고 한국 사람이 살기에 편하다. 오랫동안 살기엔 심심한 구석은 있지만 한두달 정도 지내기에는 정말 좋다.

-걸으면서 주로 무슨 생각 하나?

걸으면서 기도를 많이 하는 편이다. 오늘 아침에도 한강을 걷고 왔는데 'PMC' 흥행 기원 기도를 했다. 한강 걸으면서 동작대교 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갔다.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라톤 대회는 계속 참여할 계획인가?

국내에서는 못할 것 같다. 내년에도 호놀룰루에서 참여한다.

-7월에 그림 전시회도 했는데 요즘에 그림은 그리고 있나?

전시 끝나고 나서는 붓 들 힘이 없어서 못 그리고 있다.(웃음)

-시간을 알차게 쓴다.

부지런한 성격은 아닌 것 같고 그냥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야 되는데 좀 배워야 할 것 같다.(웃음)

-외롭거나 지루할 틈이 없겠다.

맞다. 외로움을 느끼기 전에 지쳐서 잠든다. 3만보를 '때리면' 오후 10시에 미친 듯이 졸음이 밀려온다. 내가 '신데렐라'처럼 느껴지는게, 밖에 있다가도 12시 안에 무조건 집에 들어간다. 더 앉아서 술 마시고 놀고 싶은데 졸음이 쏟아져서 들어간다. 그런데 365일 3만 보를 걷지는 못한다. 쉬는 날에는 무조건 3만 보를 걷고, 일이 있으면 최소 2만 보는 걸으려고 한다.

-걷기 홍보대사 같은 느낌도 든다.

내가 해보고 좋은 건 많이 권하는 편이다. 걷기는 장비도 필요 없고 언제 어디서나 촬영하면서도 세트장을 돌 수도 있으니 부담이 없다. 걷기가 제 자신을 유지하고 지탱해나가는 힘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에서 얻어지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주변 배우들한테 권한다. 같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작품 활동하고 싶은 마음에. 주로 걸어 다니다 보니 자전거 도로가 생긴 것처럼 보행자 도로가 많이 확충됐으면 한다. 

PMC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이선균/사진=CJ
PMC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이선균/사진=CJ

◆배우 하정우가 바라본 영화 'PMC : 더 벙커'

-최연소 1억 배우에도 등극했다. 올 연말 기대작으로 꼽히는 'PMC: 더벙커'를 선보이면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은 부담도 된다. 영화야 뭐 늘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지.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지켜봐야 하는 거고, 그저 관객들이 잘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품의 결과에 대해서는 내년 여름쯤에 다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은 관객들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것 같다.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게 미국 대통령 선거, CIA라는 설정들이 너무 촘촘하게 설정돼있다 보니까 영화에 들어가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제일 큰 건 영어 대사라고 본다. 늘 한국말을 했던 하정우가, 얼마 전까지 '신과 함께' 강림이었던 내가 영어를 해버리니까. 자막을 확인하고 얼굴을 봐야 하고 진행 속도도 초반에 빠르다 보니까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촬영 방식도 낯설더라.

1인칭 시점의 촬영이나 화면이 흔들리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까 영화 형식에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뭐 감독이 좋아하고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내가 뭐라 할 수도 없는 거고. 그저 관객이 잘 봐주십사 하는 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완성본을 보고 나선 어떤 심정이었나.

나는 편집본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더라.

배우 하정우/사진=CJ
배우 하정우/사진=CJ

-이선균과의 호흡은 어땠나?

(전)혜진 누나, 촬영 감독, 박희순 형이랑 친해서 늘 이야기는 들어왔다. 혜진 누나랑 '허삼관' 촬영할 때 선균이 형이 찾아 오기도 했다. 직접적인 친분을 쌓지는 않았지만 만남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다가 작품에서 만나서 그런지 친근한 느낌이 있었다. 

-이선균에게 '소주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던데.

어딜 가나 소주를 시킨다. 나는 맥주의 세계에 빠져서 막걸리같이 부드러운 걸 마시는데 선균이 형 만나고 나서 소주에 다시 손을 댔다. 그래서 '소주 대통령'이다. 정말 소주만 마신다. 브랜드는 아이유 때문에 이슬을 마신다더라. 나도 같은 걸 마시고. 

-본인 별명을 스스로 지어본다면?

나는 알감자, 하대갈, 하저씨 등 이미 별명이 엄청 많아서 굳이 내가 내 별명을 또?(웃음) 얼마 전 대구 무대인사 갔을 때도 팬들이 알감자 사진에 '하대갈 머리 작아요'라고 써 붙여서 왔더라. 정말 나이도 어린애들이 하대갈이 뭐야 하대갈이. 하저씨는 귀엽기라도 하지.

PMC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김병우 감독, 배우 이선균/사진=CJ
PMC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하정우, 김병우 감독, 배우 이선균/사진=CJ

◆'PMC: 더벙커' 5년 만에 공개된 영화..."다음엔 무조건 2년 안에"

-김병우 감독과는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두 번째 호흡인데.

확실히 서로가 뭘 원하고 잘하는지에 대해 아니까 편했다.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줬다던데.

'더 테러 라이브' 끝나고 차기작을 같이 하기로 말을 맞춘 상태에서 '감독이 어딘가에 갇혀있는 걸 좋아하니까 어디에 갇히면 좋을까?' 생각했다. 건물이나 책상을 벗어나서 DMZ 밑에 아무도 모르는 벙커가 있다면 그 안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사실 대단한 아이디어를 준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 아저씨'(김병우 감독)가 2013년 12월부터 준비했다.

-5년만에 나왔는데 기분이 어떤가.

일단 너무 오래 걸렸다. 빨리 들어가길 바랐었는데. 완성본을 봤을 땐 신기하기도 했고 '드디어 보는구나' 싶었지. 다 보고 나서는 '영화 잘 됐으면 좋겠다', '다음에 하게 되면 5년까지는 걸리지 말아야지' 싶었다. (웃음) 

-차기작도 아이디어를 냈나.

이번엔 김병우 감독이 뭘 생각했다는데 말 안 해주더라고. 2년 안으로는 무조건 찍어야 된다. 감독도 나이가 있으니까. 올해 40살이다.

-CG 작업이 많은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됐나.

다 맨 벽이었고 종이 위에 설명을 써서 붙여 놨다. 인이어로 구체적인 상황 설명이 나오면 그것에 따라서 반응하고 연기했다. 촬영팀 발자국 소리에도 리액션이 나오더라. 리액션 할 구석이 그것밖에 없으니까.

-원격 의료 장면은 어땠나.

대부분 더미로 촬영했고 의사가 와서 정확히 어디를 찔러야 된다고 코치해줬다. 각도가 조금 틀리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의료 장면 끝나면 발음 다시 한번 해달라고 오면 '알겠어요~(새침하게)' 했다. 굉장히 참견하는 사람이 많아서 귀찮았다.(웃음)

배우 하정우/사진=CJ
배우 하정우/사진=CJ

◆영어 대사 위해 철저한 준비...한 달 동안 해외에 나가서 연습

-영어 연기는 어땠나.

내가 원어민 영어 실력도 아니고 준비한 것 이상은 어려웠다 애드리브도 어려웠고 또 감독 스타일이 그런 여유 공간이 없는 스타일이다. 실제 촬영에서 어떤 공간을 만들어도 편집에서 촘촘히 이어 붙였기 때문에 준비한 대로만 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들었을 것 같다.

시나리오 받아서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사, 발음 연습에 매진했고 한 달 동안 해외에 나가서도 연습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 6주 동안 감독과 대신 대사를 맞춰주는 배우들과도 준비했다.

사실 영어야 뭐 잘한다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에이헵은 7년 동안 미국 생활을 한 설정이기도 하고, 감독은 미국 사람이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편하고 담백하게 발음하려고 했는데 영어 코치가 그러면 미국 사람은 못 알아듣는다고 하더라. 그 사람만의 기준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준에 맞춰서 잘 소화하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고민한 지점이 있나.

'갓댐', '퍽큐' 같은 영어 욕들이 한국에서는 장난스럽게 받아들여져서 다른 욕이 없나 생각했다. 과거 '두번째 사랑'(2007)이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굉장히 깊은 감정신에서 '콩크레이츄에이션'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관객들은 그 장면에서 웃음바다가 되더라. 그런 부분이 참 소화하기 어려웠다. 

-욕은 찰지게 소화하더라.

일부러 한국어 욕도 섞었다. 미국으로 간지 7년밖에 안된 인물이니까 화가나거나 혼잣말을 할때는 한국말을 할 것 같았다.

배우 하정우

-에이헵을 연기하면서 고민된 부분은 없었나?

보통은 인물이 착한 놈인가 나쁜 놈인가를 생각하고 그걸 따라가길 바라는데, 이 인물은 놓인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감독이 에이헵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

사실 로건한테 수혈을 얘기하는 장면도 나는 '이게 맞는 건가? 리더라면 자기한테 꽂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근데 그건 만든 사람의 의도이기 때문에 내 기준을 가지고서 얘기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그 역할을 연기해야 하니까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한 거지.

-본인이 생각하는 에이헵은 어떤 인물인가?

낙하산에서 다리를 잃고 후임병을 잃게 되고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그러면서 본인이 리더인지도 고민을 많이 했고 한국에서 군 제대 후 미국으로 쫓겨나듯 건너가서 숨고 싶었을 것 같다. 엄청난 상처와 핸디캡을 가지고 미국에 들어가서 자기를 계속 세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과거를 극복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헵의 미소는 어떤 의미인가?

긍정적인 느낌으로 끝내고 싶었다. 시종일관 웃지 않고 극한 상황에 놓여있다가 땅을 밟고 본인이 윤지의를 선택함으로써 '내가 나름 성장을 했다'라는 것에 대한 마무리의 표정이었다.

◆배우, 감독, 제작자 하정우의 미래

-40여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를 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는 느낌이 드는지.

작품을 40작품을 했지만 매번 새로 들어가면 다시 리셋된다. 왜 그럴까 해서 아버지(배우 김용건)한테 물어보니 평생 그러신다고 하더라. 배우는 늘 불안하고 촬영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된다. 심지어 '어떻게 연기해야 되지?'라는 생각도 한다. 몇 회차 찍다 보면 금방 적응하긴 하지만. 편하게 마음먹기는 어려운 것 같다. 지금 '백두산' 촬영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는데 그것도 아무런 생각 없이 공허한 상태다.

-내년 활동 계획은?

2월 초부터 '백두산' 촬영이 시작된다. 7월 초부터 '보스턴 1947'을 찍는다. 두 작품 찍으면 내년은 다 갈 것 같다. 최근에 촬영을 완료한 '클로젯'은 여름이나 초가을쯤에 개봉하지 않을까. 정확한 시기는 배급사 마음이겠지만.

-제작이나 연출도 기대가 되는데.

시나리오 초고는 완성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걸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제작만 하던지 감독도 할 수도 있고. 정해진 것은 없고 열려있는 상태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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