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의병들의 활약 그려내 애국심 고취한 '미스터 션샤인'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의병들의 활약 그려내 애국심 고취한 '미스터 션샤인'
  • 정중헌
  • 승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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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라스트는 대작 영화 못지않게 장엄하고 감동적이었고 애국적이며 희망적이었다. 역시 김은숙 작가의 주제 의식, 스토리텔링, 대화 구사력은 특일품이었다. 이를 영상으로 재현한 이응복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역량도 대단했다.

우려했던 배우 이병헌·김태리의 앙상블도 최상이었고, 이병헌·유연석·변요한의 캐미도 좋았다. 김민정 등 배우들의 연기도 명품이었는데 특히 이호재·강신일·김갑수·김무성 등 충신들, 악역 김의성·김남희, 감초역 김병철·배정남, 통역역 조우진의 연기가 빛났고, 고종역 이승준의 역할도 기품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을 준다면 행랑아범 신정근과 함안댁 이정은에게 주고 싶다. 심성으로나 외양으로나 연기로나 가장 조선인스러웠기 때문이다.

평균 시청률 15%를 상회한 이 드라마는 양반과 상놈의 신분, 젊은 남녀의 사랑, 외세의 침입과 흔들리는 왕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 글에서 의병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사진=tvN '미스터션샤인' 공식 홈페이지

과연 TV가 역사를 가르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역사다큐멘터리에 관한 것이지만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묻고 싶다.

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의 '미스터 션샤인'은 tvN에서 2018년 7월 7일부터 2018년 9월 23일까지 방영한 24부작 드라마이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연출은 2016년의 화제작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로 유명한 콤비다. 제목 'Mr. Sunshine'은 요즘 표기로는 '미스터 션샤인'이지만 1900년 당시 표기법에 따라 '션사인'으로 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프라하의 연인', '신사의 품격' 등 숱한 히트작을 낸 김은숙 작가가 현대극이 아닌 사극(시대극)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방영 직후에는 주역을 맡은 이병헌과 김태리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첫 회부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은 노비의 아들, 고애신(김태리)은 사대부의 영애다.

양반의 사욕에 아버지는 맞아 죽고 어머니는 우물에 투신한 어린 노비 아들은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건너가 미 행병대 장교가 되어 돌아온다. 애신 애기씨는 지체 높은 고씨 가문의 핏줄을 이은 귀족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문물이 들어오던 근대를 배경으로 국적과 신분을 뛰어넘은 남녀의 모던 러브스토리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고종 임금의 대한제국은 이미 쇠락했고 일본은 총칼로 이 땅을 짓밟고 친일파들은 나라를 팔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뼈아픈 근대사를 조명한 시대극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는 의병(義兵)들의 항일 투쟁을 큰 줄기로 넣어 애국심을 끓어오르게 했다. 일본도 두려워 한 민초들의 끈질긴 저항, 목숨을 건 의로운 투쟁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안겨주었다.

사진= tvN '미스터션샤인' 방송 캡쳐<br>
사진= tvN '미스터션샤인' 방송 캡쳐 

이 드라마에서 조선의 정신적 지주는 이호재 노배우가 열연한 고사홍이다. 신물물이 흘러들어 사회는 경박해지고, 위정자들은 매국에 눈이 멀고, 선비들은 우왕좌왕 하는 퇴락의 시대에 고사홍의 위엄과 처신은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될 만했다.

고사홍은 마지막 핏줄인 애신을 포수 장승구(최무성)에게 보내 총포술을 배우게 한다. 신미양요 때 애비를 잃은 승구는 역적이 되어 나라를 부셔버리려 했으나 고종 황제의 부름으로 임금을 호위하는 경위원 총관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다 장렬한 전사를 한다.

또 한사람, 김갑수가 연기한 황은산은 도공이지만 백정, 궁녀, 양반, 천민, 가파치로 구성된 의병대의 수장으로 맹활약한다. 고사홍-황은산-장승구로 이어지는 의병들의 결사체는 죽음을 각오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에 애신 아기씨 김태리가 테러리스트로 가담해 극적 흥미를 높였다.

고사홍의 49재에 애신을 잡으려는 일본군이 들이닥쳐 초토화시키려는 순간, 애신과 함께 의병들이 등장해 일군들을 말살하는 장면, 애신이 매국노 이완익(김의성)을 처단하는 장면, 일본군이 군대를 해산하고 무관학교 학생들을 유린할 때 장승구가 외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규 장면 등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조정대신 이정문(강신일)을 비롯해 타카시에게 죽음을 맞이한 주모 홍파(서유정), 지게꾼 상목, 파루 담당관 무걸과 대장장이, 제빵소 주인까지 다양한 신분의 의병들을 그려내 주목을 모았다.

‘일본이 두려워한 조선의 정신 의병들’은 일본군 장교 모리 타카시의 다음 대사에 확연히 드러난다.

“조선은 왜란, 호란을 겪으면서도 여태껏 살아남았어요. 그 이유가 뭔지 알아요? 그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목숨을 내놓죠. 누가? 민초들이. 그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부르죠.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의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tvN '미스터션샤인' 마지막회에서 애신의 모습/사진= 방송 캡쳐 

이처럼 '미스터 션샤인'은 들불처럼 일어나 불꽃처럼 뜨거웠던 의병들의 결연하고 당당한 행보를 그려내 흥미위주 드라마에서 묵직한 감동을 주는 역사극이 될 수 있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특기할 만한 또 하나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조선의 명문가 기품을 묵직한 연기로 보여준 고사홍 역 이호재, 그 집안의 행랑아범 신정근, 애기씨를 지극정성 모시는 함안댁 이정은 등의 조선사람 같은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이병헌의 연기는 탁월했고, 김태리는 적역이었다. 의병들의 활동을 돋보이게 한 이완익 역 김의성과 모리 타카시 역 김남희도 캐릭터를 살려내는 멋진 연기를 펼쳤다.

김은숙의 사극 도전은 성공이었고, TV도 역사를 조명할 수 있음을 '미스터 션샤인'이 보여주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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