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홍찬선 칼럼니스트 = 결혼은 하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를 딩크족이라 한다. 영어 ‘Double Income No Kids’의 머리글자를 딴 ‘DINK’를 한글로 표기한 것이 ‘딩크’다.
결혼한 부부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이유를 춤으로 나타낸 것이 ‘딩크 당스(Dink Danse)’다.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11월1일부터 3일까지 열린 ‘제7회 SDP국제페스티벌’은 중국 태국 미국 브라질과 한국의 춤꾼들이 온몸으로 표현한 ‘딩크 당스’로 저출산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홈(HOM)과 적령기를 생각하다
‘SDP(Seoul Dance Play) 페스티벌’ 마지막 날에 이효정의 ‘홈(HOM)’과 김하현의 ‘적령기(Peak Time)’ 및 브라질의 조지 홀란다(George Holanda)의 ‘사랑에 빠진 카누도(Canudo in Love)’의 공연을 보았다.
사실, ‘홈(HOM)’을 보는 동안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잘 몰랐다. 춤꾼 이효정이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몸짓을 보여준 뒤, 다섯 명의 출연자들이 나와서 몸이 뒤틀리고, 서로 보듬어 안고 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하지만 팜플렛의 설명을 보니 춤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밝게 다가왔다.
홈(HOM)은 집(Home)에서 ‘e’를 뗀 것으로, 더 이상 안식이 아닌 공간을 상징한다. 그 비워진 자리에는 여전히 반복되는 청소, 돌봄, 감정노동이 각인된다. 여성의 신체는 그 반복 속에서 관절이 무너지고, 동작이 뒤틀리며, 말이 멎는 경험을 한다. ‘홈(HOM)’은 단순히 저출산 통계에 대한 응답이 아니다. 여성의 몸에 각인된 삶의 반복과 소진의 감각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우리는 “왜 여성은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원에서 수없이 해석해 왔지만, 그 밑바닥에는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가 놓여 있음을, ‘홈(HOM)’은 보여준다. 페미니즘을 비판이 아닌 감각의 언어로 확장하며, 여성의 몸을 피해자나 투사가 아닌 역사의 한 단위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홈(HOM)’은 여성의 선택이 아니라 여성의 조건에 대한 증언으로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구조적 행존의 한계를 무대 위에 드러낸다. - SDP국제페스티벌 팜플렛에서 인용.
‘적령기(Peak Time)’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꼭대기에서 밧줄을 타고 흰 원피스가 내려오자,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춤꾼 김하현이 그 원피스를 입고 다양한 동작으로 춤을 춘다.
“적령기라는 사회적 시간의 평균치가 오늘날에는 압박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평균이라는 소속감이 이제는 나만 도태되는 것 같은 아슬함으로 느껴진다. 모든 이들이 겪는 적령기라는 틀이 주는 불안감, 그것은 결코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나의 적령기는 대체 언제 올 것인가?”(‘적령기(Peak Time)’ 설명문).
춤이다
너와 나, 우리가 모두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 저출산문제를
온 몸으로 하소연 하는
춤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숫자에 지나지 않는 통계가 아니라
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춤이다
태어나지 않은 내일이
사람의 끝없는 욕망의 공허함에 허물어지지 않도록
끝없이 의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춤이다
아이없이 수입을 두배로 한다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 셋은 모른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딩크 당스(Dink Danse)다
- 홍찬선, 'HOM과 적령기 사랑에 빠지다' 전문.
‘태어나지 않은 내일’과 ‘욕망의 공허함’
출산은 더 이상 생물학적 본능이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여겨지지 않고, 대신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역할 기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무게를 지닌 선택으로 변했다.
춤 ‘태어나지 않을 내일’은 이런 선택 이전의 망설임과 침묵을 다룬다. ‘태어나지 않을 내일’이란 제목을 통해 출생률 감소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사회가 생명을 어떻게 대하는지, 개인이 삶에서 자신을 확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이유를 물어본다.
‘내일’은 어떤 이에게 희망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불안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을 전달하고, 출산과 생명에 대한 시각이 개인의 삶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정유담의 춤 ‘태어나지 않은 내일’에 대한 설명에서).
조우현의 춤 ‘Dog Trick Working’은 ‘보여지는 인간’의 욕망과 그 속의 공허함을 다룬다. 어린 시절 타인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시작한 마술은 결국 ‘속임수’임을 깨닫게 되었고, 여전히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연출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마주한다. 이러한 모순된 감정과 만들어진 즐거움, 그리고 그 뒤의 공허함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김기인춤문화재단 서클댄스그룹은 춤꾼 20명이 함께 한 ‘우리 모두의 여정-춤추는 별’은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강강수월래처럼 손에 손잡고 동그란 원을 이루어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함께 춤추는 동안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춤추는 별이 됨을 표현했다.
원을 이루고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함께 춤춥니다
몸과 마음이 하나 되어
출렁입니다
감정의 파문이 잦아들고
감사가 피어나며
우리 안에 고요와 평화가 깃듭니다
이 춤은 삶의 순환입니다
생성과 소멸
그 사이를 잇는
깊은 숨결입니다
지금, 이 원 안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춤추는 별이 됩니다
- 김기인춤문화재단, '우리 모두의 여정-춤추는 별' 전문.
시월 보름달과 사랑에 빠지다
브라질에서 온 배우 조지 홀란다(George Holanda)의 ‘사랑에 빠진 카누도(Canudo in Love)’는 예상하지 못한 만남이 한 순간의 사랑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홀란다는 광대 카누도(Canudo)로 분장해 익살스런 유혹의 게임을 펼친다. 관객 중 한 사람을 무대로 나오도록 해서, 자신의 사랑을 받아달라고 애원한다.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모습에 관객은 환한 웃음과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저출산 문제를 춤으로 표현하느라 심각해졌던 무대가 부드러워졌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구월 보름(6월에 윤달이 있어 예년의 시월 보름)을 하루 앞둔 보름달이 멋진 미소를 보내주었다. 기온은 좀 떨어졌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가을하늘에 둥그렇게 자리 잡고,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다. 30대 후반, 뒤늦은 배움을 위해 근무 끝난 밤에 2년 반 동안 오르내렸던 서강대 교정이 문득 다정하게 다가왔다.
보름달 환하게 뜬
서강의 가을 하늘로
알바트로스가 훨훨 날았다
30대 후반
물 오른 젊음을 한 숨 쉬며
밤마다 오르내렸던 교정엔
그날처럼 잔잔한 초겨울이 흐르고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힘을
빼앗을 수 있는 저출산 문제를
온몸으로 해결하려는 춤사위도 흘렀다
가슴 속 깊이 받아들인
진리가 너와 나를 자유롭게 하고
까망과 하양으로 어울린
어제와 오늘이 올날로 이어졌다
- 홍찬선, '서강대의 구월 보름달' 전문.
-
홍찬선 칼럼니스트
시인 겸 소설가. 충남 아산 출신으로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기자를 하면서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재무관리전공)과 일본 주오(中央)대학교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칭화(淸華)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등을 수료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국장,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과 편집국장 역임한 뒤, 100세 시대에 제2인생을 살기 위해 2017년 7월부터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2016년 가을호)한 뒤 시집 ‘틈’ ‘독도연가’ ‘서울특별詩 1, 2, 3, 4, 5’ ‘생명과 사랑’ 등 19권과 부부시화집 ‘그 섬에서 1박2일’ 등 2권을 출간했다. ‘연인’에서 소설 등단(2019)해 소설집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와 장편소설 ‘백석의 불시착’도 출간했다. ‘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전략’ ‘패치워크인문학’ ‘20대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등 경제분야 저서도 있다.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