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43) 거제도 파란 바다와 까만 몽돌에 빠지다
[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43) 거제도 파란 바다와 까만 몽돌에 빠지다
  • 홍찬선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 승인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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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노자산 윤슬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거제 노자산 윤슬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사진=홍찬선

인터뷰365 홍찬선 칼럼니스트 = 멀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5시간이나 달려야 만날 수 있으니 그 맛이 더욱 좋다. 가을 하늘보다 더 파란 바다와 가을을 아쉬워하며 발갛게 물든 산, 그리고 그리움에 사무쳐 까맣게 익은 콩돌이 왕복 10시간의 거리를 멋진 추억으로 바꿔주었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 11월의 마지막 날을 보낸 거제도는 예전에 두세 번 갔을 때보다 훨씬 깊은 속을 보여주었다. 오가는 버스에서 팔순을 앞둔 전종택 동남아여행전문가의 재밌는 입담과 율동이 건강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전종택은 하버드 행복학 교수다
하루 종일 버는 것 없이 드나들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킨다

전종택은 동경대 건강학 교수다
동네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건강한 삶을 알려준다

전종택은 동남아 여행전문가다
동네에서 남아도는 아줌마와 함께 여행다니며 
건강과 행복과 감사를 키운다

​며칠 뒤면 팔순, 산수(傘壽)가 되는 
전종택 하버드대 교수는 
동경대 교수와 동남아 여행전문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100시대를 가꾼다

- 홍찬선, '동남아여행전문가 전종택 하버드대 교수' 전문.

노자산 윤슬전망대와 신선대에서 노을에 빠지다

거제도 노자산을 배경으로

노자산(老子山, 565m)에 오른다. 이 산에는 불로초로 불리는 산삼이 있고,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 단풍이 아름다우며 용추폭포 등 계곡이 절경을 빚어낸다. 아름다운 경치 덕분에 사람이 늙지 않고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고 해서 노자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및 거제외줄달팽이외 대홍란 등 멸종위기에 처한 10여 종을 포함, 법정 보호종 50여 종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거제도에서 가라산(加羅山, 585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노자산의 절경을, 위에서 파노라마(panorama)로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마지막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 케이블카를 내려 노자산 정상까지 갔다 오려면 1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일행과 함께 다음 일정에 맞추기 위해 윤슬전망대 오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한글이다. 이곳에 올라 사방으로 툭 터진 바다를 바라보며 ‘바멍’에 빠지면, 윤슬전망대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쪽으로는 통영 앞바다가 반갑게 맞이하고, 서남쪽으로는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적을 대파한 한산도(閑山島)가 있다. 동쪽으로는 외도(外島) 너머에 쌍말섬 대마도(對馬島)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발갛게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쪽빛 바다와 만나 만들어내는 윤슬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윤슬전망대에서 남쪽으로 등산로를 따라 200m 가면 우뚝 솟은 마늘바위가 있다. 더 가면 가라산이 나오는데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거제 신선대
거제도 남쪽의 신선대./사진=홍찬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내려다보니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단풍 사이로 그림 같은 집이 보인다. 거제자연휴양림의 쉼터다. 저기에서 쏟아지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잠자면 신선이 되어 팔색조와 대화하는 멋진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다.

버스는 거제도의 남쪽 신선대로 향했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을 만큼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갓처럼 생긴 갓바위는 벼슬을 바라는 사람이 득관(得官)의 제(祭)를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갓바위를 받치고 있는 너럭바위는 세월 따라 층층이 쌓아 올린 대(臺)로, 나이를 잊게 한다.

바다 서쪽에 있는 산 너머로 발갛게 넘어가는 햇살이 오늘 하루도 멋지게 마무리하라며 인사한다. 정수리에는 보름을 향해 부풀어 가는 반달이 성마르게 자신을 보라고 손짓한다.

거제도 바람의언덕에서
거제도 바람의언덕에서./사진=홍찬선

남쪽이라 아직도 고운 향기를 뿜어내는 감국(甘菊)의 노란 꽃과 눈을 맞추며 바람의 언덕으로 향한다. 바람의 언덕은 도장포마을에 만들어진 공원이다. 이곳은 학동만의 안바다로 파도가 잔잔해, 대한해협을 지나가는 배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옛날에 원(元)과 일본 등을 무역하는 도자기 배의 창고가 있었다 하여 도장포(陶藏浦) 마을로 불렸다. 풍차에 걸린 반달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덧 깜깜해졌다.

학동몽돌해변에서 바다의 선물을 받다

거제도 몽돌해변 해돋이
거제도 몽돌해변의 해돋이./사진=홍찬선

오늘 숙소는 학동몽돌해변에 있는 ‘부메랑모텔’이고 저녁과 내일 아침 먹을 식당은 ‘송월학횟집’이다. 회와 가자미구이와 해물탕을 생탁 막걸리와 든든하게 먹고 몽돌해변을 걷는다. 초겨울이라 그런지 토요일인데도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데리고 몽돌해변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불꽃놀이를 하며 즐거워한다. 햇님과 임무 교대한 달님이 흐뭇하게 내려본다. 저 멀리 아까 다녀온 바람의 언덕, 도장포마을 불빛이 반짝인다.

알람이 울린다. 5시 40분이다. 퇴실 준비를 하고 몽돌해변으로 햇귀를 맞으러 나간다. 해무(海霧)가 없이 맑고 바람도 한 점 없다. 멋진 해돋이를 기대하는데, 고요한 바다 수평선에 구름이 짙게 깔렸다. 발간 여명은 아름다운데, 바다에서 솟아나는 해를 보기는 쉽지 않을 모양이다.

거제도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가라산과 노자산
거제도 몽돌해변에서 바라본 가라산과 노자산./사진=홍찬선

몽돌을 밟으며 걷는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1㎞ 남짓해 보인다. 몽돌과 몽돌이 신발에 앙살하는 소리와 잔잔한 물결에 쏠리며 내는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그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구름 띠로 가려졌던 햇귀가 온 누리로 펼쳐진다. 정말 아름다운 바다의 선물이다. 몽돌해변에서 바라보는 가라산과 마늘바위와 노자산이 아침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습도 절경의 선물이다.

하루 이틀 사흘이 
흐르고 부딪치고 쌓여
세월의 고뇌로 남았다

물결이 가라는 대로
갈매기가 노래하는 대로
가라산과 노자산이 부르는 대로

바다는 선물을 보냈다
햇귀의 찬송을 받으며
바람의 숨소리 들으며

바위가 돌멩이 되고
돌멩이가 몽돌이 되고
몽돌이 콩돌이 되었다

- 홍찬선, '바다의 선물' 전문.

거제도 김영삼대통령기록관 휘호
거제도 김영삼 대통령기록관 휘호./사진=홍찬선

아침을 먹고 김영삼(金泳三, 1928~2015) 전 대통령의 생가에 들렀다. 거제시 장목면(長木面) 외포리(外浦里) 대계(大鷄)마을의 기와집 생가(生家) 옆에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이 세워져 있다.

생가 안방 들어가는 문 위에 ‘호연지기(浩然之氣)’라고 쓴 휘호가 걸려 있고, 기록관 1~2층 공간에는 김 대통령이 평소에 즐겨 썼던 ‘대도무문(大道無門)’ ‘민주주의(民主主義)’ ‘천청자아민청(天聽自我民聽)’ ‘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를 볼 수 있다.

“큰길에는 문이 없다. 언제나 당당하고 원칙 있게 행동하면 거칠 것이 없다”는 ‘大道無門’을 새긴 흉상(胸像) 옆에 배상호(1940~) 시인이 쓴 시 '거제 외포리에서-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찾아서'가 걸려 있다.

거제도 장목면 외포리는
작은 섬마을이 아니었다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곳에
일찍이 거목의 씨앗 하나 떨어져
온갖 풍상에도 굴하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로 자란 역사의 고장이었다

인가의 생각으로는
이곳에 민족의 지도자가
태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바닷가 되진 마을이었으나
하나님은 섬마을을 통하여
기적같은 꿈을 이루게 하셨다

군부의 독재로
암울하고 고통받던 시대에
끈질긴 투쟁과 용기로
민주의 횃불을 드높게 밝히시고
마침내 문민(文民)의 시대를 활짝 연
김영삼 대통령의 생가가
영욕의 세월과 함께 깊이 잠들어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이 땅에 썩어 분들어지고
부패로 얼룩졌던 제도적 모순을
과감히 척별하시고
맑고 깨끗한 정부를 표방하며
평생을 바쳐 이룩한 거산(巨山)의 생애가
장목면 외포리 바닷가에
눈부시게 눈부시게 출렁이고 있다 

- 배상호, '거제 외포리에서-김영삼 대통령 생가를 찾아서' 전문.

홍찬선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겸 소설가. 충남 아산 출신으로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기자를 하면서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재무관리전공)과 일본 주오(中央)대학교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칭화(淸華)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등을 수료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국장,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과 편집국장 역임한 뒤, 100세 시대에 제2인생을 살기 위해 2017년 7월부터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2016년 가을호)한 뒤 시집 ‘틈’ ‘독도연가’ ‘서울특별詩 1, 2, 3, 4, 5’ ‘생명과 사랑’ 등 19권과 부부시화집 ‘그 섬에서 1박2일’ 등 2권을 출간했다. ‘연인’에서 소설 등단(2019)해 소설집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와 장편소설 ‘백석의 불시착’도 출간했다. ‘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전략’ ‘패치워크인문학’ ‘20대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등 경제분야 저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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