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백년 역사에 빛나는 고대(高大)극회의 저력...연극 '코리올라누스'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백년 역사에 빛나는 고대(高大)극회의 저력...연극 '코리올라누스'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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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D를 활용한 박진감 넘치는 연출, 30여명 배우들의 집단 연기로
- 로마 시대 이야기를 요즘 우리 현실과 오버랩시킨 대작
연극 '코리올라누스' 출연배우들./사진=고대극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9월 6일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202에서 첫 막을 올린 셰익스피어의 비극 '코리올라누스'는 30여명의 출연진과 주요 배역의 개인기, LED 스크린을 설치한 역동적인 무대 활용, 극의 구조를 파악하여 관객의 이해를 도운 연출력에 고대 특유의 끈끈한 선후배 결속력이 더해져 근래 드문 대작을 열정 무대로 펼쳐냈다.

필자는 몇해 전 '고려대학교 연극 백년사 1918~2017'을 받고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면면한 전통과 활동사에 감명을 받았다. 민족 고대는 올해 개교 120주년을 맞았고, 고대극회는 기념 공연으로 '코리올라누스'를 올린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이자 비극인 '코리올라누스'는 2021년 양정웅 연출, 남윤호 출연으로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 몇 차례 공연을 보았지만 기원전 5세기의 로마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제작 규모가 커 엄두를 내기 힘든 작품이다.

고대극회는 LG아트 공연 때 번역과 드라마트루기를 맡았던 이현우 교수(순천향대)에게 연출을 맡겨 대작에 도전했다. 이현우 연출은 LED 스크린을 활용, 현장 영상과 배우 실연을 매치시켜 현실감을 극대화 했다. 특히 무대 뒤 고공 세트와 객석까지 확대한 극장 공간 활용으로 군중 장면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이 공연을 보면서 두가지 느낌이 겹쳤다. 하나는 70년대 학번들이 대거 출연해 25학번 후배들과 코러스를 이뤄 대학 연극의 특징을 살렸다는 점, 또 하나는 앙상블은 이뤘지만 프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대극회의 선후배 합동공연이 빚어내는 열기는 뜨거웠고 전통이 묻어났다.

30여명 배우들의 집단 연기와 함께 주요 배역들의 개인기가 '코리올라누스'의 스토리를 잘 전달해 인터미션까지 있는 장편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이 무대의 장점이었다.

배우 문병설
고대극회 '코리올라누스'의 커튼콜 무대. 마르티우스 역을 맡은 배우 문병설./사진=정중헌

주인공 마르티우스 역을 맡은 문병설 배우가 젊은 패기와 또렷한 대사 전달로 극을 힘 있게 이끌었다.

마르티우스를 아끼고 성원하는 원로 메네니우스 역을 70년대 학번 이성용 배우가 듬직하게 해주어 극의 중심을 잘 받쳐주었다.

마르티우스 어머니 역을 맡아 자식의 운명을 바꾸는 볼룸니아 역의 원영애 배우는 냉철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보여 주었다.

고대극회 '코리올라누스' 커튼콜 무대에 오른 배우들./사진=정중헌<br>
고대극회 '코리올라누스' 커튼콜 무대에 오른 배우들./사진=정중헌

군중들의 심리를 좌지우지 하는 호민관 역의 서송희 배우(우정 출연)와 정종관 배우의 콤비 연기가 합을 이뤄 코리올라누스를 곤경에 빠뜨리게 만드는 악역을 잘 해냈다.

마르티우스와 격투를 벌이고 적과 동지 사이를 오가는 오피디우스 역 황건 배우도 라이벌로서의 성격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신스틸러는 임학과 73학번의 성병숙 배우와 농학과 76학번의 주진모 배우였다.

연극 '코리올라누스'의 주진모, 성병숙 배우 프로필컷. /사진=고대극회 

주진모 배우는 로마의 관리 2로 나와 의자를 옮기며 하는 짧은 대사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의 라스트에 ‘민중의 어머니’로 등장해 코리올라누스를 총으로 저격하는 성병숙 배우는 아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다.

난해하지 않은 연출과 배우들의 열정 연기로 지루하지 않게 관극할 수 있었던 이번 무대의 진면목은 로마 시대의 얘기가 오늘 우리 현실과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정치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고 살고 있는 현실이 극중 상황과 다르지 않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한국연극사에서 대학극이 끌어온 부분이 상당하지만 특히 고대극회의 활약상은 컸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50여년에 걸친 선후배가 한 무대에서 공연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번 기념공연은 큰 의의를 지녔다고 본다.

공연은 9월 14일까지.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극단생활 대표.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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