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 /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되십시다.
- 수필집 '그대들 눈부신 설목(雪木) 같이' 중에서. (삼중당, 1986)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흔히 ‘버리는 시간’이라 여겨집니다.
그만큼 우리가 바쁘게 살아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는 승객들을 위해 시가 적혀 있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을 쉬어가길 바라는 작은 배려이지요.
김남조 시인의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을 읽으며, 기다림이 단순히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행위임을 깨달았습니다. 그 기다림 속에 설렘과 기대가 깃든다면, 그것은 헛된 시간이 아니라 가슴 벅찬 그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칠월칠석을 앞둔 오늘, 그리운 이의 창가에 안부를 한 줄기 바람처럼 건네보면 어떨까요.
김남조 시인(1927~2023)은 평생을 사랑의 언어로 살다 간 한국 현대 시의 큰 별이었습니다. 1950년 '잔상'으로 등단한 뒤 '목숨', '겨울 바다', '사랑초서', '동행', '사람아, 사람아' 등 19권의 시집을 통해 인간과 신앙, 영혼의 깊이를 사랑으로 노래했습니다. 맑고 절제된 언어로 건네온 그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고, 그래서 그는 ‘사랑의 시인’, ‘영혼의 서정시인’으로 불렸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후학을 길러낸 그는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서 국민훈장 모란장과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만해대상, 정지용문학상, 구상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큰 별로 자리했습니다. 96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집필과 강연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였으며, 남겨진 천여 편의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사랑의 본질과 삶의 빛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
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