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 마음속 심상(心像)에서 피어나는 혼불과도 같습니다. 깊은 사유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짧지만 응축된 언어문학의 보석과도 같은 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좋은 시와 함께 조용하지만 반짝이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소시장에서 / 박이도
가난을 풀어가는 길은
너를 소시장에 내놓는 일이다
한숨으로 몇 밤을 지내고
작은아들쯤 되는 너를 앞세우고
마을을 나선다
너는 큰 자식의 학비로 팔려간다
왁자지껄 막걸리 사발이 뒹군다
소시장 말뚝만 서 있는 빈터
찬 달빛이 무섭도록 시리다
헛기침 같은 울음으로
새 주인에 끌려가던 너의 모습
밤사이 이슬만 내렸다
우리 집 헛간은 적막에 싸이고
아들에게 쓰는 편지글에
손이 떨린다
소시장에서 울어버린 뜨거움
아들아, 너는 귀담아들어라
오늘 우리 집안의 이 아픔을
- '불꽃놀이' (문학과지성사, 1983)
8월 중순은 9월 개강을 앞둔 대학교 2학기 등록 기간이라,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해야 하는 학부모님의 마음이 더욱 깊이 전해집니다.
‘우골탑’처럼 학비를 준비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고,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길 바라는 그 마음 속에는
사랑과 희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 애쓰고 계신 모든 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박이도 시인은 ‘언어를 낚는 시인’으로 존재와 삶의 성찰, 그리고 자아와 사물의 관계를 순수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20대 초반, 군 생활의 경험을 그린 '황제와 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단의 주목을 끈 뒤 60여 년간 한결같이 시인의 길을 걸으며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서라벌예술대와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 왔습니다. 시집으로 '회상의 숲', '폭설', '불꽃놀이', '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이네' 등이 있으며, 2023년에 출간한 '육필로 나누는 문단교우록'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들과의 문학적 우정과 시대의 풍경을 담아 호평받았으며, 현재 ‘월간시인’에 '박이도 교우록'을 연재중에 있습니다. 제2회 문덕수문학상, 창조문예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평운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오늘날 한국 시단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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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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