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13) 아르데코풍의 명품 도시, 샌프란시스코
[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13) 아르데코풍의 명품 도시, 샌프란시스코
  • 장시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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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헌장의 산실, 샌프란시스코
- 고급스럽고 개성넘치는 건축물의 향연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목적지였던 페어몬트 호텔. 2차 대전 종전 시 유엔헌장을 이곳에서 교섭하고 서명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이 묵는 곳이기도 하다. 페어몬트 호텔 정문 옥상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태극기가 그 정중앙에서 바로 옆의 성조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었다./사진=장시정

(12) 캘리포니아 기차 여행을 떠나다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6일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왔다. 도시의 첫 인상이 산뜻했다. 누군가 "건축은 얼어있는 음악(frozen music)"이며, 그 침묵의 노래를 들을줄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부티크 같은 건물들 하나하나가 고급스럽고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듯 아름다웠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사진=장시정
암트랙 Thruway 버스의 샌프란시스코 시내 터미널, 555 Mission. 터미널이라기 보다는 정류장이다./사진=장시정

다음날 마리나(Marina)를 가보고 확실히 느꼈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마치 유럽의 함부르크 같은 명품 도시다. 부자들의 동네라서 그런가. 고급주택가의 아르데코풍의 멋들어진 집들과 호화 요트들이 즐비한 게 두 도시가 많이 닮았다.

유엔헌장을 교섭하고 서명한 유엔의 탄생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목적지는 페어몬트(Fairmont)호텔이었다. 2차 대전 종전 시 유엔헌장을 이곳에서 교섭하고 만들어냈다. 1990년 6월 노태우 대통령이 당시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던 고르바초프를 만나 북방외교의 대미를 장식한 곳도 바로 이 호텔에서였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도 이 호텔에서는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되었다. 이후 유엔 본부는 런던을 거쳐 뉴욕으로 넘어갔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미국의 태평양 외교를 걸머진 대외창구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 동란 중에도 이 조약에서 우리나라의 연합국 지위 획득을 위하여 백방으로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무력으로 이차대전에 기여한 게 없어서이다. 독립군은 1921년 자유시 참변으로 절멸되다시피 하여 그후로 이렇다할 역할을 못했다. 피 흘리지 않고는 승자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없다는 건 어찌보면 자명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심장, 유니언 스퀘어, 헌팅턴 공원

유니언 스퀘어의 하트/사진=장시정
유니언 스퀘어/사진=장시정

​구글맵에 페어몬트호텔 인근의 헌팅턴 공원을 찍고 걸어 갔다. 가는 도중 유니언 스퀘어를 만났다. 남북전쟁 당시 이곳 사람들이 '북부The Union'를 지지하는 집회를 가졌던 곳이다. 메이시(Macy)호텔이 바로 보였고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이라는 하트도 여기 있었다.

헌팅턴 공원의 분수대/사진=장시정

​​헌팅턴 공원은 꽤 높은 고지에 자리하고 있었다. 등산하는 셈 치고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공원이 자그만한 게 아름다웠다. 인근 주민들이 귀족같이 잘 다듬어진 견공들을 데리고 산책 나왔다. 바로 옆의 그레이스(Grace) 성당은 마치 파리의 노틀담 성당을 보는듯 했다.

쇠락하는 민주당 집권 도시들

이 멋드러진 도시가 홈리스와 좀도둑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니 잘 믿어지지 않는다. 미국 여론조사를 보면 태평양 연안의 3대 도시(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가 모두 디트로이트나 뉴올리언스 등과 함께 "다시 방문치 말아야 할 10대 도시"에 랭크되어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는 베스트 10개주에 들어간다.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미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치 조합은 공화당 주지사에 민주당 시장라고 한다.​

미국 대통령 숙소에 나부끼는 태극기

페어몬트 호텔 리셉션/사진=장시정

페어몬트 호텔 정문 옥상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태극기가 그 정중앙에서 바로 옆의 성조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었다. 뇌 속의 행복 호르몬이 갑자기 분출하는 듯한 느낌이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데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날 바이든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서 여기에 묵는다고 했다. 페어몬트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방문할 때 묵는 곳이라 한다.

민주당이 국내적으로는 좌파적 정책을 펴지만 대외 관계에서는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을 추구한다.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이란 한마디로 오지랖이 넓은 외교정책이다. 전 세계 시민을 '십자군적 사고방식'으로 관리하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이 나을 수 있다. 물론 "케바케"일 게다. 차기 유력한 대선 후보로 돌아온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그의 첫 국무부 방문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 America is back"를 여러번 외쳤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가치 외교를 목표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동맹의 힘을 재건하겠다고 했다.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사진=장시정
차이나 타운/사진=장시정

페어몬트 호텔에서 쭉 내려오니 차이나 타운이다.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차이나 타운이다. 그런데 거리에 들어서자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74주년' 경축 플랭카드가 보인다. 이들은 어색하게도 미국 한복판에서 중국공산당을 찬양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중국 사랑은 끔찍할 정도다. 중식보다는 일식이 먹고 싶어 일식집으로 들어 갔는데 주인장인듯한 아시아인이 직접 서빙을 한다. 좀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을 먹고 계산을 하면서 물어보니 차이니즈 어메리칸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잘 내려다 볼 수 있는 코이트 타워

코이트 타워 언덕에서 바라본 도심/사진=장시정

​차이나 타운을 빠져나와 이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코이트(Coit) 타워로 갔다. 상당한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 샌프란시스코 도심 전체의 실루엣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택시 대신 우버나 리프트를

코이트 타워/사진=장시정

이제 벌써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리프트(Lyft)를 불렀다. 5분이 채 안되어 조그만 포드가 올라와 바로 숙소까지 갔다. 친절한 기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내손으로 우버나 리프트를 불러 타긴 처음이다. 엊저녁 아들이 미국에선 시내에서 움직이기 위하여 꼭 필요하다며 앱을 깔아준 덕분이다.

떠나는 날도 새벽 5시50분 차를 전날 저녁에 예약해서 탔다. 어메이징하게 편하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우린 안할까. 택시 기사들이 반대한다는데, 언젠가는 이 큰 변화의 흐름을 피하진 못할 것이다. 이렇게 또 빡센 하루가 지나갔다.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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