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12) 캘리포니아 기차 여행을 떠나다
[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12) 캘리포니아 기차 여행을 떠나다
  • 장시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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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行 암트랙(Amtrak)타고 떠난 나홀로 여행
- 캘리포니아 수도 새크라멘토 거쳐 샌프란시스코로
샌프란시스코행 암트랙 열차가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행 암트랙 열차가 도착했다./사진=장시정

(11) 자이언트 세콰이어의 고향, 마리포사 그로브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6일이다. 아침 6시에 프레즈노역에서 샌프란시스코행 암트랙을 탔다. 새크라멘토를 거쳐 샌프란시스코를 가기 위해서다. 혼자서 기차를 타고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태평양 해안을 따라 쭉 내려갔다가 다시 프레즈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프레즈노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가는 기차 노선은 산 호아킨(San Joaquins)선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노선은 코스트 스타라이트(Coast Starlight) 선이다. 캘리포니아 에서만 한 달 기간 중 일주일을 쓸 수 있는 캘리포니아 철도 패스(California Rail Pass)를 159불에 샀다. 이만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캘리포니아 철도 패스에 표시된 노선도/사진=장시정

혼자서 떠나는 캘리포니아 기차 여행

이른 아침 프레즈노 역 플랫폼/사진=장시정

​암트랙(Amtrak)을 타보니 몇 가지가 특이하다. 우선 기차 덩치가 세계 그 어떤 기차보다 크고 우람하다. 2층 기차가 많은 것 같다. 미국 철로도 표준궤인데, 같은 철로로 이렇게 큰 기차를 운행할 수 있다니, 의문스러울 정도로 크다. 승차감이 안락하고 편안했다. 이층 객석에 타니 시야가 넓어져 철로 주변 구경하기도 좋다.

​기차 안에서는 승객들이 전화도 하고 그룹으로 온 사람들은 자유롭게 대화도 나눈다. 그렇다고 큰 소리를 내는 건 아니지만 아주 정숙한 신칸센이나 독일의 ICE 그리고 우리의 KTX 차내와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사회는 자유분방하다. 다소 법 규칙을 어기더라도 일정 수준까지는 용인(tolerance)한다.

미국에는 아직 고속철도가 없다

산 호아킨(San Joaquins)선 암트랙. 승무원이 검표를 하고 있다./사진=장시정

​미국 철도는 화물 운송에 치중하여 여객운송은 승객 분담률이 1%도 안될 정도로 낙후되었다 한다. 그 흔한 고속철도도 아직 없다. 캘리포니아가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세웠다지만 가까운 장래에 시공될 것 같지는 않다. 국토가 넓어 비행기와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승무원이 열차를 출발시킬 때 육안으로 승객들의 승하차를 확인한 후 수신호와 함께 소리를 질렀고 시내를 지나갈 때는 경적을 울렸다. 이건 일본 열차와 비슷한 풍경인데, 철도 부설 초창기의 모습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암트랙 버스(Thruway Buses)로 연결하는 구간이 무척 길다. 새크라멘토로 갈 때는 스톡턴(Stocton)이란 곳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약 50분 정도 고속도로를 타고 가서 새크라멘토에 도착했다. 여기서 샌프란시스코로 갈 때는 에머리빌(Emeryville)에서 버스로 환승하여 베이브릿지를 건너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갔다. 가능하면 도심에 열차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라 한다. 장단점이 있을 듯싶다.

캘리포니아의 수도 새크라멘토 구경하기

캘리포니아주 청사​/사진=장시정
주청사 중앙홀/사진=장시정

​새크라멘토(Scramento)는 캘리포니아의 수도이다. 마침 암트랙 버스가 주청사 바로 앞 공원에 내려주었다. 청사 안까지 들어가서 구경했다. 민주당 지배 지역이라서 그런지 중앙홀에 게시된 사진들이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등 진보나 민주당 인사 일색인 듯하다.

​주청사 앞 대로를 걸어가서 올드 타운까지 갔다. 올드 타운을 둘러보니 여기서 서부 영화를 찍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박물관과 철도박물관도 보았다. 다운타운에 들어가 볼까 했는데, 점심을 먹으며 옆자리의 미국인에게 물어보니 홈리스가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간도 넉넉지 않고 해서 다운타운 구경은 포기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콜로마(Coloma)에서 1848년 금이 발견되었고, 당시 전 세계에서 10만 여명이 백만장자의 꿈을 안고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한다. "would-be millionaires"들이 일으킨 골드러시(Gold Rush)였다.

새크라멘토 올드 타운/사진=장시정

철도박물관에서는 철도 건설에 관한 자료와 초창기 운행되었던 기관차들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청나라의 혼돈과 가난을 피해 이민 온 중국인들이 대거 철도 건설에 투입되었는데, 이들 쿨리(coolies)들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임금과 인내로 위험한 발파 작업등에 종사했다고 한다. 여기서 이런 기록에 관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었다.

철도 박물관/사진=장시정
철도 박물관/사진=장시정

​샌프란시스코에는 미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을 건립한 릴랜드 스탠퍼드(Leland Stanford)가 중국인들의 철도건설 기여에 대한 보답으로 부지를 기부하여 지금의 차이나타운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코이트(Coit) 타워를 찾아갈 때 인근 고급 주택가 주민인듯한 동양 여자에게 길을 물었는데 이 여자도 중국계인듯했다. 조상의 피땀으로 후손들이 미국의 유복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는 씨를 뿌려야 한다.

새크라멘토 역 대합실의 벽화(1863년 대륙횡단 철도 기공식)
새크라멘토 역 대합실의 벽화(1863년 대륙횡단 철도 기공식)/사진=장시정

​오후 1시 55분 다시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새크라멘토 역은 올드타운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안 되는 시내에 있다. 역 대합실에는 1863년 1월 당시 대륙횡단철도의 기공식 대형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다. 그런데 대합실에서 기차를 타는 플랫폼까지 상당히 걸어가야 하는 구조였다. 여유 있게 플랫폼에 가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안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출발하여 버클리대학이 있는 버클리를 지나 에머리빌에서 버스로 환승하여 샌프란시스코 시내 미션(Mission) 555번지에서 내렸다.

버스 출발 전 기사가 티켓을 검사하여 탑승시켰고 버스 내 탈출구 위치와 탈출 요령을 아주 큰소리로 안내했다. 기차 내 좌석 등받이에도 "승객 안전지침"이란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었다. 9.11 사태의 여파이기도 하겠지만 안전에 관한 한 미국이 세계 챔피언이 아닌가 싶다.

"뭔가 의심스럽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보면 신고하라(If you see something suspicious or unusual, say something)" 우리도 늘 주지해야 하는 경구일 것이다.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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