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겁 세월이 남긴 흔적...인생은 마치 광대한 하늘 속 한 점과도 같은 것
▶(4) 에너지가 충만한 사막의 샘 '세도나'를 가다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17일 오전 그랜드 캐년을 찾았다. 그랜드 캐년은 서울-부산 거리보다 길게 뻗쳐있고 그 면적이 서울시의 7배를 넘는 광활한 곳이다. 정확히는 사우스 림(south rim) 쪽의 '그랜드 캐년 빌리지'를 찾았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랜드 캐년 빌리지 입구
오늘 아침 세도나를 출발하여 플래그스태프(Flagstaff)를 거쳐 카이밥(Kaibab) 국유림을 지나 이곳 '그랜드 캐년 빌리지'까진 2시간여 걸렸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미국 국립공원을 전부 볼 수 있는 1년짜리 패스를 80불에 샀다.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는 국립공원 직원의 환한 웃음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그랜드...그랜드...캐년!
무엇보다 날씨가 참 좋았다. 한낮의 최고 기온이 27도, 체감 온도는 30도 정도로서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새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만이 점점이 펼쳐져 있었다.
방문자 센터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셔틀을 타고 사우스카이밥 트레일 들머리(South Kaibab Trailhead)에서 내렸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내렸고 협곡 아래를 향하여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때 내 눈앞에 펼쳐진 협곡의 그 웅장한 자태..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야말로 그랜드.. 그랜드.. 캐년이었다.
사망 사고 부르는 무리한 트레킹
난생처음 본 그랜드 캐년, 태초 이래 자연은 이렇게 존재해 왔던 것인가? 놀랍기도, 신비하기도 하다. 당초 씨더(Cedar) 포인트까지 내려가려 했지만 트레일로 내려가면서 날이 더워졌고 바람도 없어 우아(Ooh Aah) 포인트까지만 갔다.
림 쪽에서 캐년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더 갖고 싶기도 했다. 우아 포인트란 말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캐년의 광경에 깜짝 놀라 '우아' 탄성을 지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림에서 협곡 아래의 콜로라도 강에 이르는 등산로는 이 사우스카이밥 트레일 외에 브라이트 에인절 트레일이 있다. 그런데 그랜드 캐년에서의 사망 사고는 주로 이 두 트레일에서 발생하는데, 주로 더운 여름날 무리한 트레킹으로 인한 것이다.
트레일 초입에 "절대로 하루 만에 강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말라!"라는 경고문이 있다. 물론 반대편 림으로 건너 올라가는 트레킹도 하루 만에는 불가능하다. 강가의 랜치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데 늦어도 반 년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매더, 야바파이 포인트, 그리고 이름 모를...
사우스카이밥 트레킹 후 올라와 다시 셔틀로 야키(Yaki) 포인트를 보고 방문자 센터로 돌아와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하고 매더(Mather) 포인트를 찾았다. 매더 포인트는 캐년 내 여러 포인트 가운데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방문자 센터에서 걸어서 5분 정도로 지척이다. 매더 포인트를 본 후 림트레일을 계속 걸어가서 야바파이(Yavapai) 포인트에 있는 지질박물관을 찾았다.
매더 포인트에서 야바파이 지질박물관까지는 1㎞ 남짓하여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이곳을 본 후 지질학 전시물들이 길가에 늘어선 '타임 트레일(Trail of Time)'로 조금 더 걸어갔다. 이름 없는 포인트지만 멋진 곳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방문자 센터로 돌아와서 차로 숙소인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Bright Angel Lodge)로 왔다. 체크인을 하고 샤워도 하고 좀 쉬었다가 5시 반경 호피(Hopi) 포인트 쪽으로 가는 셔틀을 탔다. 석양의 협곡을 보기 위해서였다.
마리코파(Maricopa) 포인트에서 먼저 내려 이곳을 본 후 포웰(Powell) 포인트까지 갔다가 10분쯤 후에 온 셔틀로 호피 포인트까지 갔다. 마침 비가 지나갔고, 협곡에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레콩키스타도르를 유혹한 황금의 엘도라도
해가 지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협곡의 색깔을 눈에 담았다. 수백만 년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이 웅장한 대자연의 경관을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으랴.
그런데 석양에 비친 협곡은 확실히 황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북미 대륙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외래인으로는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왔는데 이들이 멕시코를 정복한 후 처음 찾은 곳이 그랜드 캐년이라 한다.
바로 이 황금빛 때문이다. 협곡의 황금빛은 인디언들로 하여금 이곳에 황금이 있다는 착각을 일으켰고 이런 전언을 접한 스페인 정복자, 레콩키스타도르가 엘도라도를 찾아 이곳에 왔던 것이다.
스페인은 멕시코 정복 부대 중 9명의 분견대를 파견하였고 이 중 3명이 살아서 1540년 9월에 이곳에 도착했다. 이때 이들이 말 3마리를 끌고 왔는데, 도중에 2마리를 잃어버렸다 한다. 이 말들은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에서 멕시코로 가져온 29마리의 말 중에서 가져온 것으로 당시 버펄로밖에 없던 북미 대륙에 말을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호피(Hopi)족을 앞세우고 협곡 아래로 1/3쯤 내려갔다가 가져간 물이 충분치 않아 되돌아왔는데 당시 이 분견대는 스페인 국왕에게 "엘도라도를 찾아왔으나 금은 없고, 땅이 꺼지는 곳이다"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미국인으로서는 남북전쟁 후 1869년 존 포웰(John Wesley Powell) 소령이 3척의 배로 와이오밍주 그린 강(Green River)에서 출발하여 콜로라도 강으로 와서 이곳을 다녀갔다.
600여 개의 캐년이 모여있는 그랜드 캐년이 만들어지기까지 최소한 수백만 년이 걸렸다지만 과학자들은 그 기원이나 형성 이론을 지금도 계속 고쳐 쓰고 있다. 이런 영겁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생은 마치 광대한 하늘 속에 한 점과도 같은 것이다. 그냥 열심히 살자~
*그랜드 캐년의 길이는 300마일 가까이 되며, 벌어진 틈(chasm)의 너비는 최대 29㎞에 달하고 그 깊이는 1마일(1.6㎞) 남짓하다. 면적은 서울시의 7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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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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