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간 차로 뛴 거리만 2천킬로 육박...서울-부산 두 번 왕번하고도 남아
▶(8)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본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1일이다. 오늘은 4박 5일간의 라스베가스를 기점으로 한 그랜드 서클 투어를 마치고 프레즈노로 돌아가는 날이다. 라스베가스에서 3박을 했으니 집을 떠나서 총 7박 8일을 여행한 셈이다. 비행기 출발이 오후 2시여서 오전 시간을 활용하여 라스베가스 인근의 레드락 캐년(Red Rock Canyon)을 둘러보았다.
라스베가스 인근의 레드락 캐년을 가다
레드락 캐년은 라스베가스 시내로부터 서쪽에 있다. 호텔을 나와 웨스트 플라밍고 로드라는 긴 길을 지나갔고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 형태의 고급 주택가들을 볼 수 있었다.
시내에서 출발한 지 30분이 채 안 되어 캐년의 방문자 센터에 도착했다. 그곳 안내자로부터 꼭 들려야 할 스팟을 지도에 표시해 받고 출발했다. '시닉 드라이브(Scenic Drive)'라는 약 21㎞ 거리의 도로를 주행하면서 캐년을 보게 된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일방통행 길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이곳도 캐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캐년과는 그 모습이 많이 달랐다.
4박 5일간 그랜드 서클 투어 여정을 함께한 조카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비행기를 탔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이지만 비행기 아래로 펼쳐지는 여러 형태의 지형을 볼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소금 사막인지 허연 호수 같은 게 보였는데, 데스벨리였다. 그다음에 본 눈 덮인 험준한 산들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었다. 알래스카를 뺀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인 4,418m 높이의 휘트니산이 여기에 있다. 프레즈노 쪽으로 다가가면서 산세가 급격히 낮아졌고 대규모로 반듯하게 구획된 농지가 보였다. 캘리포니아가 농업국가라는 게 실감이 났다.
미국의 대농(大農)지역 호아킨 밸리의 수도 프레즈노
프레즈노 공항에서 내려 시내로 나오니 라스베가스와는 다른 사뭇 다른 조용하고 잘 정돈된 느낌의 시가지가 왠지 정겹게 느껴진다. 프레즈노는 코비드 사태 이후 인구가 늘면서 새롭게 각광받는 도시다. 시의 인구만도 60만 명 가까이 되니 작은 도시는 아니다. 호아킨 밸리의 농산물 집산지이며 국립공원 3군데(요세미티, 세쿼이아, 킹즈 캐년)를 차로 1~2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필하모니도 있다.
나로서는 방문지이긴 하지만 어느덧 고향 같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첫 임지가 케냐의 나이로비였는데, 당시에도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나이로비 공항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나와 내 가족이 사는 곳이 고향이 아니겠나.
한국 식당에 들러 해물짬뽕을 먹었다. 신선한 해물과 함께 오랜만의 매큼한 맛이 어우러져 갑작스러운 식욕을 폭발시키는듯했다. 아들 집에 돌아와 정원에 나가보니 벌써 계절이 바뀐 듯 후끈하게 더운 느낌이 사라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내 손톱도 어느새 길어져 있었다.
렌터카의 마일리지를 보니 5일 동안 1,200마일을 뛰었다. 서울, 부산 간을 2번 왕복하고 다시 대전 정도 간 거리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첫 번째 투어를 무사히 끝냈고 세계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경관들을 보았다. 죽기 전 꼭 봐야 할만한 곳들이었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미국은 넓고 거칠다...안전에 유의하자
이번 여행 시 느낀 것이다. 우선 미국은 넓고 거칠다. 그래서 여행 시 사전 계획이 더욱 중요하고 안전 문제에 늘 신경 써야 한다. 미국 서부 여행 유튜브를 보면 목적지 위주로만 보여 주기 때문에 그곳까지 운전해 가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렌터카로 직접 운전하는 경우는 이런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주행하면서 차에 기름이 150마일 정도 남으면 미련 없이 주유하기를 권한다.
물가가 비싸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3월에 일본을 갔지만 일본 여행비와 비교한다면 2~3배는 잡아야 할듯하다. 숙박료나 식비, 관광 프로그램 값이 만만치 않다. 관광지에서는 물가 자체가 비싼 데다 세금 외에 관광세(Resort Fee)와 팁이 붙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세도나에서 내가 묵었던 곳의 '부킹닷컴' 예약가는 233불이었다. 그런데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보니 293불이었다. 세금 말고도 관광세가 24불이나 붙었다. 그리고 내 카드에서 인출된 최종 원화는 40만 원에서 불과 몇 천원 빠진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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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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