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8)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본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8)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본 브라이스 캐년과 자이언 캐년
  • 장시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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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년 투어의 마지막 날, 자연의 걸작품을 만나다
브라이스캐년, Natural Bridge
브라이스(Bryce)캐년, 내추럴 브릿지(Natural Bridge)/사진=장시정

(7) 현란한 태양빛 마술사 앤티로프 캐년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0일이다. 오늘은 캐년 일대 투어를 마치고 라스베가스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에 페이지(Page)를 떠났다. 당일로 하루만에 브라이스(Bryce) 캐년과 자이언(Zion) 캐년을 모두 둘러보기가 무리이고 종일 운전만 할 것 같아서 자이언 캐년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유타주로 들어서서 커납(Kanab)이라는 곳에서 주유를 하고 물어보니 브라이스 캐년이 그다지 멀지는 않다. 100㎞ 남짓하니 그냥 지나치기가 몹시 아쉬웠다. 그래서 주마간산 격이라도 둘 다 보는 것으로 마음 먹고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했다.

브라이스 캐년의 관문, 레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의 관문인 레드 캐년 게이트
브라이스 캐년의 관문인 레드 캐년 게이트/사진=장시정
레드 캐년
레드 캐년/사진=장시정

89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12번 도로로 들어서서 레드(Red) 캐년을 거쳐 브라이스 캐년에 도착했다. 방문자 센터 초입에서부터 차로 몇 개의 포인트로 갔다. 맨 먼저 간 곳이 '내추럴 브릿지(Natural Bridge)' 였다. 입구에서 꽤 멀게 들어가야 했지만 이걸 보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걸작품이다.

다음에 파뷰 포인트(Farview Point)를 보고나서 브라이스 포인트로 갔는데 입구에서 못들어가게 통제를 한다. 방문자가 많아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에 셔틀을 타고 오거나, 자차로는 1시간 후에 오란다. 그래서 선셋(Sunset) 포인트를 먼저 보고나서 40여 분 후에 브라이스 포인트에 다시 돌아 가보니 통제가 풀려 있었다.

나바호 트레일에선 반드시 트레킹을

파뷰Far View 포인트에서 조금 내려온 스웜프 케년 루프 트레일 초입에서
파뷰(Far View)포인트에서 조금 내려온 스웜프 캐년 루프 트레일 초입에서./사진=장시정
선셋Sun Set 포인트<br>
선셋(Sun Set) 포인트/사진=장시정

 파뷰 포인트에서는 캐년 쪽으로 조금 내려가 트래킹을 했다. 그리고나서 선셋 포인트에 가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래 쪽에서 트레킹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나바호 트레일이다. 파뷰 포인트 쪽에서 트레킹을 하느라 정작 이곳에선 시간이 없었다. 내려가 보진 못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웠다.

나바호Navajo 트레일, 아래 쪽에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보인다.<br>
나바호(Navajo) 트레일. 아래 쪽에 트레킹하는 사람들이 보인다./사진=장시정
나바호 트레일 안내판<br>
나바호 트레일 안내판/사진=장시정

악인들을 돌기둥 만들어 가둔 자연의 원형극장

브라이스 케년, 앰피씨어터<br>
브라이스 캐년, 앰피씨어터/사진=장시정

브라이스 포인트에서는 앰피씨어터(원형극장)라는 별명이 붙은 후두(hoodoo, 돌기둥)들이 수없이 늘어선 '자연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원주민인 파이우트(Paiute) 인디언들의 전설에 따르면 악인들을 후두 돌기둥으로 만들어 이곳에 가두어 놓은 것이라 한다. 듣고보니 그럴듯 하다.

브라이스 케년, 브라이스 포인트<br>
브라이스 캐년, 브라이스 포인트/사진=장시정

거대계단구조(Grand Staircase)의 3대 캐년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자이언 캐년을 3대 캐년이라고 한다. 이 3개의 캐년은 한반도의 1.5 배나 되는 콜로라도 플래토라는, 고지대 사막과 뜨문뜨문 분산된 산림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원 지대에 속한다.

이 플래토는 수천만 년 전에 심해저가 융기된 것이다. 여기에 비바람과 눈, 그리고 콜로라도강에 의한 침식과 퇴적 과정이 수백만 년간 반복적으로 일어나면서 수많은 케년들이 생겨났다. 콜로라도(Colorado)는 스페인어로 'colored red'라는 의미라 한다.

그랜드 캐년이라는 곳도 결코 하나의 캐년이 아니라, 600여 개의 큼직한 캐년이 모여 있는 곳이다. 콜로라도강이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힘(load)은 1963년 글렌댐의 건설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하루 40만톤, 그후에는 하루 8만톤 이라고 하니 오랜 세월 이런 침식 작용으로 플래토에 거대한 틈(chasm), 즉 캐년을 만들어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곳 지형의 생성에 관한 과학자들의 이론은 지금도 계속 수정되고 있다고 한다. 연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플래토는 애리조나,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4개주에 걸쳐있고, 이 3개의 캐년은 애리조나와 유타주에 속하면서의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는 거대한 계단처럼 연속되어 있다.

나는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이 고원 지대로 올라왔고 브라이스 캐년을 보고나서 자이언 캐년으로 갈 때부터 내리막이 되는 걸 보고 그동안 이 거대한 콜로라도 플래토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젊은 브라이스 캐년이 가장 늙어보인다

​브라이스 캐년이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에 오니 역시 바람이 선선한 게 기후가 다름을 느꼈다. 나도 페이지를 출발할 때 긴바지로 갈아 입었다. 이 3개의 캐년 중 가장 젊은 지질을 가진 곳이 브라이스 캐년이지만, 겨울철의 동결과 해빙 작용이 강하고, 그리고 여름철의 잦은 천둥번개로 마모가 빨라 가장 늙어 보인다고 한다. 그랜드 캐년이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대에 속하여 그 반대라 한다. 내 눈으로 봐도 그렇다.

자이언 케년을 관통하는 9번 도로(Zion-Mount Carmel Highway)<br>
자이언 캐년을 관통하는 9번 도로 '자이언 마운트 카멜 하이웨이(Zion-Mount Carmel Highway)'/사진=장시정
9번 도로Zion-Mount Carmel Highway에서 만난 산양떼<br>
9번 도로 Zion-Mount Carmel Highway 에서 만난 산양떼/사진=장시정

​자이언 캐년은 89번 도로를 타고 도로 내려가다가 9번 도로로 들어서면 바로 만난다. 이곳이 자이언 캐년의 동쪽 입구인데 방문자 센터는 반대편인 서남쪽에 있다. 이 9번 도로를 '자이언 마운트 카멜 하이웨이(Zion-Mount Carmel Highway)'라고 하는데 버진(Virgin) 강을 오른편에 끼고 캐년의 가운데를 관통하게 된다. 도중에 1마일이 넘는 긴 터널이 있다.

​트레킹의 천국 자이언 캐년

자이언 케년<br>
자이언 캐년/사진=장시정
자이언 케년<br>
자이언 캐년/사진=장시정

자이언 캐년은 트래킹 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차로만 지나가도 협곡의 경관을 볼 수 있어 접근이 쉬운 캐년이기도 하다. 남서부 미국에서는 물이 생명이라고 한다. 그만큼 물이 귀하기 때문인데 이곳 자이언 캐년은 버진강과 자연 샘물로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풍부한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

자이언 케년 방문자 센터<br>
자이언 캐년 방문자 센터/사진=장시정

​방문자센터에 들렀다가 5시가 다 되어 라스베가스로 출발했다. 주위에 숙소가 많이 보였는데, 3대 캐년 중 이곳의 숙소 설비가 제일 좋아 보인다.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는데 불기둥이 내려 꽂히는 천둥번개와 비를 만나 시야가 어두워 졌다. 고속도로 주위엔 큰 바위산들이 있어 그 사이 협곡을 달리는데 계곡풍이 강하니 조심해서 운전하라는 싸인보드를 볼 수 있었다. 워낙 굴곡이 심한데다 다른 도로에선 많이 볼 수 없었던 많은 대형 트레일러가 승용차와 다름없는 속도를 내고 있어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사히 라스베가스에 도착하기를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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