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6) 땅과 하늘이 만나는 모뉴먼트 밸리
[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6) 땅과 하늘이 만나는 모뉴먼트 밸리
  • 장시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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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호족의 성지, 모뉴먼트 밸리를 가다
모뉴먼트 밸리 명소로 꼽히는 (사진 왼쪽부터) 웨스트 미튼 뷰트, 이스트 미튼 뷰트, 메릭 뷰트.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은 이곳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간다./사진=장시정

(5) 지상 최고의 스펙터클, 그랜드캐년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18일이다. 아침 일찍 6시경에 숙소 바깥으로 나갔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아침에 보니 내가 묵었던 숙소 롯지가 룩아웃(Lookout) 스튜디오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이른 아침 해뜰 무렵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뒷쪽 림rim에서 룩아웃 스튜디오 쪽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 해뜰 무렵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뒷쪽 림(rim)에서 룩아웃 스튜디오 쪽을 바라보았다./사진=장시정

브라이트 에인젤 롯지는 19세기말 개척시대에 지어진 통나무집(Buckey's cabin)을 시초로 1935년에 지어졌다. 지금 본관은 캐년에서 나온 돌과 통나무로 만들었고 내부 디자인은 메리 콜터(Mary Colter)가 주관했다. 벽난로 바로 위의 천둥새(thunder bird) 목조각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방문자들이 안심하고 캐년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1914년 룩아웃 스튜디오도 만들었다.

내가 묵었던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룩아웃 스튜디오 바로 앞 "림 캐빈"에 위치하여 림 쪽에 있다.​
내가 묵었던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룩아웃 스튜디오 바로 앞 '림 캐빈'에 위치하여 림 쪽에 있다.​/사진=장시정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리셉션. 벽난로 상단에 메리 콜터의 목조각이 보인다.​
브라이트 에인절 롯지 리셉션. 벽난로 상단에 메리 콜터의 목조각이 보인다.​/사진=장시정

모뉴먼트 밸리로 가는 길

롯지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바호족의 성지라는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다. 데저트뷰 드라이브로 나가 64번 도로를 탔다. 이 길은 어제 갔던 싸우스카이밥 트레일 들머리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도중에 데저트뷰에 들러 워치타워와 그랜드 캐년의 동쪽을 감상했다.

데저트뷰 타워/사진=장시정
​아침에 데저트뷰에서 동쪽으로 바라보았다./사진=장시정

​64번에서 89번 고속도로를 잠깐 갈아 탔고, 연후160번으로 쭉 카옌타(Kayenta)까지 3시간 남짓 걸렸다. 여기서 163번을 타고 반시간여 만에 모뉴먼트 밸리까지 왔다.

미국의 지방도로는 상태가 좋지않다. 몬트리올 근무 시 차를 몰고 미국 동부 쪽을 다녀봤지만 그곳도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실망한 기억이 있다. 특히 과거 동독의 고속도로만큼은 아니지만 노면이 고르지 않아 속도를 내면 위험할 수 있다.

열악한 사정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89번 고속도로는 갑자기 차선이 줄면서 부분적으로는 편도 1차선도 있다. 내가 렌트한 지프 랭글러는 차체가 높아 강풍에 취약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은 도로에선 더 많이 튀어서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해외생활에서 운전 경험은 많지만 미국 도로 주행은 쉽지 않았다. 미국은 워낙 국토가 커서 적시에 도로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청명한 하늘 아래 마주한 불가사의한 붉은 바위기둥 

가운데 메릭 뷰트가 크게 보인다
가운데 메릭 뷰트가 크게 보인다./사진=장시정

드디어 모뉴먼트 밸리에 도착했다. 모뉴먼트 밸리는 대부분 애리조나에 속하지만 일부는 유타에 걸치고 있다. 입장료는 인당 8불을 받았다. 여기는 나바호족의 자치 지역에 속하는 부족 공원이라서 미국국립공원 패스로는 입장할 수 없다.​

방문자센터가 더뷰(The View) 호텔과 같은 건물에 있다. 인디언 자치구역이라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인디언들이다. 배후 도시인 카옌타도 마찬가지다. 더뷰 호텔의 식당 베란다가 밸리 전망이 최고로 좋다는 곳이다. 여기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차로 밸리 드라이브 안쪽으로 들어갔다.

밸리 드라이브는 약 27㎞의 비포장 길이다. 고속도로를 타면서 불만스러웠던 지프의 진가를 발휘할 때가 왔다. 울퉁불퉁한 자갈 흙길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살롱카도 눈에 띄였지만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차체가 손상될 것 같다.

낙타(Camel) 뷰트/사진=장시정

어제 그랜드캐년에서부터 느낀 게 바로 청명한 하늘이다. 조각구름이 떠있는 하늘이 그렇게 청명할 수가 없다. 우리가 스카이블루라고 부르는 색깔의 원조를 보는듯 했다. 카타르 도하(Doha)의 관저에서 늘 봤던 페르시아만의 에메랄드 빛 바다 색깔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뉴먼트 밸리 홍보 팜플릿의 표현대로 땅과 하늘이 만나는 곳이다. 정감을 불러 일으키는 진정한 땅의 색깔을 보는 듯했다.

​1시간 반여 밸리 안쪽을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대략 200~300m의 높이로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이 붉은 바위기둥들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졌다.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연한 부분이 깎여 나가면서 단단한 부분이 남았다.

세 자매 바위. 바로 오른쪽 옆에 검고 길게 보이는 것은 미첼 메사(Mitchell Mesa)./사진=장시정
레인 갓 메사Rain God Mesa
레인 갓 메사(Rain God Mesa)/사진=장시정

바위 모양에 따라 상단 테이블 너비가 제일 넓은 메사(Mesa)로 부터 뷰트(Butte), 피너클(Pinnacle)로 분류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드라이브 초입에 있는 웨스트미튼, 이스트미튼, 메릭 뷰트다.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은 이곳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간다.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모뉴먼트 밸리가 미국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1938년 존 포드 감독이 만들고 존 웨인이 주연한 최초의 서부영화 '역마차(Stagecoach)'를 여기서 로케이션하면서 부터다.

1923년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는 이곳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백인 부부인 헨리와 마이크 골딩(Harry and Mike Goulding)이나 1936년부터 이곳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조셉 뮤엔치(Josef Muench)도 모뉴먼트 밸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North Window. 코끼리 뷰트와 클라이 뷰트 사이로 이스트 미튼 뷰트가 조그맣게 보인다.
노스 윈도우(North Window). 코끼리 뷰트와 클라이 뷰트 사이로 이스트 미튼 뷰트가 조그맣게 보인다./사진=장시정
아티스트 포인트(Artist's Point)/사진=장시정

저녁에 숙소가 있는 카옌타로 돌아와 식당에서 맥주를 시키니 팔지 않는다고 했다. 슈퍼에도 주유소에도 팔지 않았다. 아마도 원주민들의 알코올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이 광활하고 아름다운 곳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새 주인인 백인들에게 밀려나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 슬픈 역사다. 하지만 역사의 현실이기도 하다.

독일 연수 시절 괴테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울 때 내가 인도에서 온 친구에게 '인디아너(Indianer)'라고 했더니 그는 화를 내었다. 독어로 인디아너는 어메리칸 인디언이기 때문이다. 실수였다. 인도인은 '인더(Inder)'라 한다. 당시에는 인도사람들이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걸 좀 우습다고 생각 했는데 사실 인도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원자탄을 갖고 있고 인류 최초로 우주선을 달의 남극에 착륙 시켰으니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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