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4) 에너지가 충만한 사막의 샘 '세도나'를 가다
[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4) 에너지가 충만한 사막의 샘 '세도나'를 가다
  • 장시정 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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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써클 투어'의 첫 목적지, 세도나
- 유구한 역사 자랑하는 경이로운 대자연
성십자가 성당에서 보이는 코트하우스 뷰트와 벨 록의 정경이 고즈넉해 보인다
성십자가 성당에서 보이는 코트하우스 뷰트와 벨 록의 정경이 고즈넉해 보인다./사진=장시정

(3)엔터테인먼트의 세계 수도, 라스베가스를 가다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16일 아침에 아들 가족과 헤어졌다. 아이들은 프레즈노로 돌아가고 나는 그랜드 케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숙소인 브다라 호텔을 나와 뉴욕뉴욕 호텔까지 걸어가서 아비스(Avis)에서 렌트카를 픽업했다.

그랜드 케년, 브라이스 케년, 자이언 케년(3대 케년)과 세도나, 모뉴먼트 밸리, 앤티로프 밸리, 말발굽 밴드를 4박 5일 동안의 여행 대상지로 일단 넣었다. 여행 경로가 원을 그리는 듯하여 나의 이번 미국 서부 여행을 '그랜드 써클 투어'로 이름지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 계획이다.

 랭글러로 '그랜드 써클 투어'를 떠나다

​'그랜드 투어'는 원래 18세기 유럽, 특히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이탈리아로 떠났던 수학 여행을 의미한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르틴 루터는 27세에 로마를 여행하면서 가톨릭 교회의 부패상을 몸소 체험하고 종교개혁을 결심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37살에 20 개월에 걸쳐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였다.

나는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고 장기간에 걸친 여행은 아니지만 여행의 교육 목적은 과거 '그랜드 투어'와 마찬가지고, 또한 그랜드 케년을 찾는 여행인 만큼 '그랜드'란 이름을 붙여 보았다. 첫 목적지는 세도나이고 도중에 후버댐을 잠깐 들리기로 했다. 이번 '그랜드 써클 투어'에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미국에 사는 조카가 동행하기로 했다.

아비스(Avis)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지프 랭글러(Jeep, Wranger)./사진=장시정

아비스(Avis)에서 나에게 지프 랭글러(Wranger)를 배정했다. 내가 당초 신청했던 도요타 라브(Rav)4가 가용치 않아 동급의 차량으로 배정했다고 한다. 평생 처음 몰아보는 지프다. 차량에 익숙해지려고 차를 천천히 몰아 후버댐(Hoover Dam)까지 갔다. 초입에서 차량 검문이 있었다. 후버댐이 국가보안시설이기 때문이다. 댐 위에서 내려다 보니 221m라는 높이가 실감난다.

초유의 거대 콘크리트 구조물, ​후버댐

후버댐 위에서는 후버댐을 정면으로 찍을 수 없다. 저 다리 위에서 찍어야 하는데.../사진=장시정

​1935년 완공된 후버댐은 여느 수력댐과 마찬가지로 발전 외에도 홍수를 조절하고 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댐 건설에 들어간 시멘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2차선 도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 한다.

콜로라도강을 막은 이 댐의 건설로 미드호수(Lake Mead)가 생겨났다. 인근의 볼더시(Boulder City)는 당시 후버댐 건설에 참여했던 건설 인력들이 모여서 생긴 도시다. 지금도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후버댐에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네바다주의 시간을 볼 수 있다. 섬머타임이 해제되면 댐 건너편 애리조나주와는 1시간의 시간차가 난다.
(사진 오른쪽)이 곳에서 네바다주의 시간을 볼 수 있다. 섬머타임이 해제되면 댐 건너편 애리조나주와는 1시간의 시간차가 난다./사진=장시정

​​후버댐을 본 후 93번 도로를 타다가 40번 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윌리엄스, 플래그스탭을 거쳐 89A번 도로로 꼬불꼬불 콜로라도 플래토의 남단 끝자락을 내려갔다.

라스베가스에서 세도나까지 443㎞라 하니 서울, 부산간 거리다. 3시에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 해두었기 때문에 차를 좀 빨리 몰았지만 5시간여 걸렸다.

세도나 진입 전에 12마일에 걸친 600m 정도 깊이의 오우크 크리크 케년을 통과한다. 케년 주변에 숲이 많고 길에 차를 주차해 놓고 하이킹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케년을 빠져 나오니 사막 가운데 군데군데 솟아있는 붉은빛의 바위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세도나로 들어왔다.

​불유쾌한 투어 여행 프로그램

성십자가 성당/사진=장시정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막 끝냈더니 3시 투어 관광회사 밴이 왔다. 가이드가 운전을 하며 2시간 남짓 세도나의 이곳저곳을 다녔다. 시카고에서 왔다는 미국인 노신사 가족과 동행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보니 가이드가 이 사람 편의대로 여행 안내를 한 것 같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가이드가 우리를 먼저 픽업하여 앞좌석에 앉으려 했더니 나중에 3사람 가족이 타니 그 자리를 양보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뒷줄에 앉았다.

그리고 미국인 가족이 묵는 숙소로 가서 그들을 태웠는데, 다시 우리 호텔을 지나 첫 목적지인 성십자가 성당으로 데려가는 게 아닌가. 난센스였다. 오우크 크리크까지 가서는 내려주지도 않고 그냥 돌아왔다. 차를 타고 보라는 의미인가?

투어가 끝난 후 내가 이런 몇가지를 컴플레인을 했더니 사무실에서 보스가 그렇게 시켰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미국 사람이 투어 전 사무실에 대충 자신의 희망 사항을 말해 놓은 듯 하다. 이런 게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아닐까? 여행시 부당한 대우가 느껴진다면 지체없이 말해야 함을 새삼 깨달았다.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 세도나

성십자가 성당에서 멀리 보이는 커시드럴 록/사진=장시정

성십자가 성당의 언덕에서 보이는 전망은 시원했다. 여기서 벨 록(Bell Rock)과 코트하우스 뷰트(Courthouse Butte)가 잘 보였고, 멀리 대성당 록(Cathedral Rock)도 보였다. 약간 고지대에 위치한 에어포트 메사에서도 툭 터진 전망이어서 세도나 시내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로부터 이곳의 지형과 기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 세도나는 코코니노 국유림(Coconino National Forest) 가운데 있는 섬과 같은 곳이다. 오우크 크리크(Oak creek)에는 샘물이 흐르기에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다. 일찍부터 인디언들이 신성시한 땅이었다. 이곳에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도 없다고 한다. 시나구아(Sinagua)족이 수 천년을 살았고 약 700~800년 전부터는 야바파이(Yavapai)족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야카(yucca)라는 식물을 키웠는데 이것은 자연 비누였다. 그래서 이곳 인디언들에게는 나쁜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만자니타(manzanita)라는 베리류로는 캐머마일 차도 만들었다. 크리크 주위로 숲이 무성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릴 정도로 사계절이 있다. 사과와 복숭아를 현금 작물로 재배한다.

사막 가운데 땅으로 초지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곳 동물들, 사슴이나 엘크는 식물의 잎을 반만 뜯어 먹는다 한다. 그러면 나머지 반이 다시 자라서 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에어포트 메사 인근 트레일 안내판/사진=장시정

미국 서부는 북부의 캐나다 접경인 몬타나까지 스페인 땅이었다. 몬타나란 말 자체도 스페인어다. 미국은 1848년 과달루페이달고 조약으로 스페인의 계승자인 멕시코 땅이었던 이곳 미국 서부(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네바다, 콜로라도, 유타)를 미국령으로 편입하고 얼마간의 땅값을 쳐서 주었지만 사실은 전쟁으로 뺏은 것이다. 정복당한 멕시코인들은 자기 땅에 살면서 외국인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랜드 투어 첫날인데 몸과 마음이 급전직하했다. 라스베가스에서부터 5~6시간이나 운전을 해온데다 세도나에서 또 다시 투어차를 타고 2시간 넘게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종일 차만 탔다. 걷지 못해 더 피곤했다. 게다가 일인당 75불이나 준 투어 프로그램에 실망이 더해졌다.

다행히 저녁에는 미국식(American Food)으로 한다는 식당에서 양고기와 시원한 맥주로 지친 심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특히 생맥주 맛이 좋았다. 이 맥주는 애리조나에서 만든 Mother Road IPA(India Pale Ale)다. 기억할 만한 맛이었다.

그런데 이 도시는 저녁 무렵이 되니 대부분의 가게도 문을 닫고 갑자기 썰렁해졌다. 가이드에 따르면 12,000명 상주인구지만 한해에 400만명이 찾아 온다는데 저녁이 이렇게 조용할까 싶다. 물가도 많이 비싸다. 둘이 먹은 저녁값이 팁을 포함하니 자그마치 150불 가까이 나왔다.

관조와 명상의 장소, 세도나

에어포트 메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쪽 전경/사진=장시정

​​이곳에서는 지구와 우주간에 에너지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기(Vortex)가 충만하다고 한다. "기(氣)를 받는다"는 게 과연 어떤 것일까? 사실 나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세도나의 자연 경관이 사람들을 릴렉스하게 해주는 건 틀림없는듯 하다. 특별한 느낌이다.

느슨하게 늘어선 붉은 바위산들이 웬지 고즈넉하고 영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조와 명상을 절로 불러오는듯 하다. "신이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지만 자신은 세도나에서 산다"는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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