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브의 명물, 쓰러진 고목 '전사한 군주(The Fallen Monarch)'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5일이다. 어제 요세미티 밸리를 다녀와서 마리포사(Mariposa)에서 자고 나서 오늘 자이언트 세콰이어를 보려고 마리포사 그로브(Grove)로 갔다. 그런데 마리포사에 숙소를 정할 때는 마리포사 그로브가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마리포사 그로브는 숙소에서 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지도를 볼 때 좀 더 치밀하게 봐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요세미티 인근의 시골 동네, 마리포사 카운티
숙소 위치를 잘못 정한 것 같았는데, 덕분에 마리포사 카운티의 동네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 타운의 주민이 천여 명 된다 하니 서로 얼굴을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도 도서관도 있고 기록관이 있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리는 메모리얼 홀도 있다. 여기 새겨진 말이다. "All gave some, Some gave all", 울림이 있는 말이다.
마리포사 그로브로 들어가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어제 아침 일찍 통과했던 사우스게이트를 지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들어와 마리포사 그로브 방문자센터로 왔다. 여기서 주차를 하고 '그로브 도착 구역(Grove Arrival Area)'까지는 국립공원 셔틀을 타야 하는데 셔틀을 타려고 보니 줄이 길었다.
근무자가 큰 목소리로 지금 나무 정리 작업으로 셔틀 운행이 불규칙하니 양해해 달란다. 이십여 분을 기다려 셔틀을 탔는데 중도에 작업 차량을 만나 도로 위에서 셔틀을 탄 채로 또 십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마리포사 그로브에는 소나무나 삼나무도 있지만 대표 수종은 자이언트 세콰이어(Giant Sequoia)다.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수종인데 3천 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최고 91m까지 자랄 수 있고, 최대 무게는 600 톤에 이른다. 주로 이곳 마리포사 그로브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의 내륙인 시에라네바다 지역의 좁고 긴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미국삼나무라는 레드 우드(Red Wood)와 비교해 보자면 키는 레드 우드가 좀 더 크지만 무게나 수령은 자이언트 세콰이어에 못 미친다. 레드 우드는 캘리포니아와 오레건의 해안 지역에서 자란다.
이곳에도 트레일이 여러 개가 있는데 긴 것은 약 20㎞에 달한다. 우리는 이곳에서는 제일 크다는 그리즐리(Grizzly) 자이언트 세콰이어가 있는 곳까지만 가기로 했다. 3.4㎞의 그리즐리 자이언트 루프(Loop) 트레일이다. 그리즐리 세콰이어와 밑동이 뚫린 '캘리포니아터널 트리'까지 돌아보고 여유 있게 돌아 2시간 정도 걸렸다.
쓰러진 고목, '전사한 군주' 앞에서 인생샷을 찍다
트레일 주위로 아름드리 세콰이어 나무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산불에 타서 검게 그슬려진 채로 쓰러진 나무들도 있었다. '전사한 군주(The Fallen Monarch)'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쓰러진 고목 밑동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다. 나도 아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내 인생샷이 될 수 있을까, 그랜드 캐년에서 두 팔을 벌리고 찍은 사진보다 이것이 더 맘에 든다. 이 사진으로 컴퓨터 배경 화면부터 일단 바꿨다.
'전사한 군주(The Fallen Monarch)'는 그 나이도 모르고 언제 쓰러졌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원주민들에게 발견되어 방문자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이곳 그로브(Grove)의 명물이 되었다. 표피는 부식되었지만 속은 멀쩡하다. 햇볕에 탄 탠닌 복합체로 둘러싸여 있어 앞으로도 수백 년은 더 보존될 것이라 한다.
그리즐리 자이언트 세콰이어의 나이는 2천 살
그리즐리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그 나이가 놀랍게도 2천 살이라고 한다. 키가 64m에 나무 지름이 8.5m인데, 나무 밑동 근처를 보면 불에 검게 그을린 자국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산불이 꼭 유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선 평균적으로 5~20년에 한 번은 산불이 나는데, 주기적으로 산불이 나야 나무 상단의 캐너피(canopy)를 태워 제거해서 나무 밑동까지 해를 들게 하고, 개체 간 경쟁도 줄여 준다. 또 산불이 씨앗을 노출시켜 발아를 돕는다고 한다. 그래서 산불이 나면 바로바로 완전히 진화하기보다는 대형 산불로만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편이라고 한다.
건조한 토양에서 어떻게 자이언트 세콰이어가 자랄까?
그런데 이곳의 토양을 보니 건조하여 먼지가 풀풀 날 정도다. 이렇게 건조한 곳에 이런 큰 나무들이 자라는 게 가능할까? 독일만 해도 비가 많이 오는 함부르크 인근에서 큰 나무들이 많고 그래서 큰 수목원들도 많다. 햇볕과 수분이 나무 생육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조한 이곳에 있는 이 큰 나무들은 어떻게 이렇게 크게 자랄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이것에 대한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나무 밑동으로 반경 30m까지 넓고 얕게 뻗친 뿌리가 균형을 유지하면서 눈과 비를 흡수하고, 여기에 에어 포켓이 형성되어 그 수분을 오래도록 저장한다고 한다.
또 하나는 이곳 나무들의 나이가 최소한 수 백 살에서 수 천 살인데, 기후변화로 이곳이 건조한 지역이 되기 전에 이미 이 정도 크기로 자라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또 대자연과 함께한 하루를 보냈다.
-
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 Copyrights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