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사카서 초고속 신칸센 타고 3시간만에 도착
▶(5) 오사카성은 日 통일의 아성이자, 조선 침략의 본거지였다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일본 여행 4일차다. 오늘 아침 일찍 아내는 패키지여행팀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고, 나는 도쿄로 출발했다.
신오사카역으로 가서 역무원으로부터 한국에서 사 온 JR패스 교환권을 주고 신칸센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좌석을 예약했는데, 역무원이 내 짐가방을 보여달랜다. 왜 짐가방까지 보여달라는 건지 영문을 몰랐는데, 기차를 타고나서 보니 내 짐가방을 선반에 올릴 수 없는 게 아닌가.
결국 내가 앉은 자리 앞에 놓고 겨우 앉아 가는데, 몇 정거장을 가도 내 옆자리에는 사람이 타질 않았고 그제야 내 옆자리를 비워두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무원은 내 짐가방의 크기를 보려고 했던 것이다.
사려 깊은 역무원의 배려로 좌석 2개를 차지하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다. 번역기를 가운데 놓고 대화를 나눈 여승무원의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업무 자세가 쿨하게 느껴졌다.
나는 비행기는 1등석을 못 타지만 기차는 꼭 1등석을 탄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2주짜리 신칸센 그린석(1등석)을 끊었다. 그린석은 한 줄에 좌석 4개가, 2등석은 5개가 들어간다. 우리 KTX나 독일의 ICE 보다 차량(wagon)의 폭이 더 넓은 것 같았는데, 철로는 1435㎜의 표준궤로 마찬가지다.
고속철 신칸센 히카리호 타고 신오사카역→도쿄역으로
신오사카역에서 8시 48분 출발한 열차가 도쿄역에 11시 42분에 도착했다. 550㎞ 정도의 거리를 오는데 채 3시간이 안 걸렸다. 내가 탄 신칸센은 히카리호였는데, 빛이란 의미다. 신칸센 중 가장 빠른 노조미호는 해외에서 사는 JR 패스로는 탈 수 없다. 아마도 비즈니스 목적으로 신칸센을 타는 승객에게 더 많은 탑승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긴 관광객들이 굳이 노조미호를 탈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노조미, 히카리, 고다마 같은 열차 구분은 주로 정차역의 과다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 같다. 신칸센의 차량(wagon) 자체도 0계(系), 300계(系), 700계(系)로 발전되어 왔지만, 이것이 각 열차의 구분 기준이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신오사카에서 도쿄까지 노조미는 나고야에만 정차하고, 히카리는 나고야 등 몇 군데 정차하고, 고다마는 더 많은 역에 정차한다. 그러니 같은 제원의 열차라도 운행 소요 시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칸센은 차량 기술상 모든 차축에 파워를 공급하는 동력분산 방식을 채용하여 가감속 성능이 뛰어나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많은 역에 정차할 수 있다고 한다. 기관차에만 동력을 집중하는 방식을 채택한 독일의 ICE나 프랑스의 TGV (한국의 KTX도 같은 방식)와는 다른 점이다. 실제로 신칸센은 8개 노선, 총연장 2,830㎞에 총 114개의 정차 역을 운용한다. 노선 대비 정차역이 가장 많은 고속철이다.
신칸센은 차량의 경량화로 철로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였다. 내가 이번에 타보니 커브구간을 달릴 때 안쪽이 내려가고 바깥쪽이 올라가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 커브 구간에서도 속력을 낼 수 있다. 우리 KTX에서는 느끼지 못한 것이다.
1964년 세계 최초 고속철 개념 도입...사상 사고 "0명"
일본 사람은 청결의 세계 챔피언이다. 신칸센 객차 내에서 커피를 팔던 여승무원이 다시 와서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며 승객들의 쓰레기를 수거해 갔다.
신칸센의 승차감은 벤츠 S 클래스 같은 대형차를 탄 느낌이랄까, 달그락거리는 KTX는 물론이고, 독일의 ICE보다도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졌다. 한창 속력을 낼 때는 시속 300㎞를 넘나드는데 무서울 정도다.
신칸센은 1964년 세계 최초로 고속철의 개념을 도입, 운영한 이래 단 한 건의 사상 사고도 없었으며, 연발착도 없다. 동일한 철로에서 초특급인 노조미, 특급인 히카리, 완행인 고다마를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몇 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후발 열차가 선행 열차를 추월할 수밖에 없는데 그 복잡한 운행표를 유지하면서 이런 안전성과 정시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말 그대로 고속철의 세계 챔피언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는 에도시대부터 가도와 역참이 정비되면서 여행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도쿠가와 막부가 시행한 참근교대제의 역할이 컸다. 당시 영주만 여행한 건 아니었다. 서민도, 개도 여행에 나섰다. 당시 짓펜샤 잇쿠(十返舍一九)가 쓴 '도카이도 도보여행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에도시대 이후의 이러한 여행 전통은 오늘날 신칸센에도 살아 숨 쉬는듯하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방송탑,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역에 도착한 후 JR 전철로 도쿄돔 인근의 호텔로 왔다. 도쿄역에서 JR이와노테선(山手線)을 타고 두 정거장만에 바로 JR쥬오선(中央線)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와서 수이도바시(水道橋)역에서 내렸다.
JR패스로 도쿄 시내 JR이 운영하는 전철도 탈 수 있다. 체크인 후 바로 나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도쿄 스카이트리다. 2012년 세워진 일본의 과학 건축기술이 농축된 세계에서 제일 높은 방송탑이다. 634m인데 올라가기 전부터 하늘로 뻗어있는 쇠기둥을 보면서 그 위용을 실감했다. 맑은 날에는 여기서 후지산이 보인다 한다.
내가 방문한 3월 21일은 춘분인데 일본의 공휴일이었다. 날씨가 매우 흐렸는데도 인산인해였다. 표 사는 데만 40~50분이 걸렸던 것 같다. 1차로 350m 천망(天望)데크, 2차로 천망(天望)회랑까지 두 번 나누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발아래 펼쳐진 도쿄는 넓디넓었다.
도쿄 내 가장 오래된 사찰, 센소지
스카이트리를 나와서는 센소지(淺草寺)로 갔다. 센소지는 628년 수이고(推古) 천황 당시 창건된 도쿄 최고(最古)의 절이다. 가미나리몬(風雷神門)부터 절로 가는 약 250m의 나카미세(仲見世) 거리의 노포(老鋪)들에선 다양한 선물용 잡화나 핑거푸드를 팔았다.
일본 사람들이 모방적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하긴 모방은 창조로 가는 길목이 아닌가. 내가 사 먹은 오차와 팥과자, 조그만 생선을 통째로 튀긴 덴뿌라 같은 것들은 길거리를 다니면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맛도 좋았지만 손님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그들의 작은 아이디어와 배려가 돋보였다.
니혼바시(日本橋) 밤 풍경
밤에 찾아간 니혼바시(日本橋) 다리 인근 지역은 조명이 밝지 않았지만 고풍스러운 멋을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첫 니혼바시 다리는 1603년에 만들어졌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정복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동안 화재로 여러 번 소실되어 지금 다리는 1911년에 돌로 만들어진 아치형 다리인데 20번째 다리라고 한다.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에도 '日本橋'가 있는데 이건 니혼바시가 아니라 닛폰바시라고 발음한다. '천황은 백제어로 말한다'의 저자 김용운 박사는 도쿄어는 신라어, 교토어는 백제어와 통한다고 한다. 도쿄 등 관동지방에는 경상도나 함경도 말처럼 탁음(濁音)이 많고, 교토를 중심으로 하는 기나이(畿內) 지방에는 충청도 말처럼 유음(流音)이 많다는 것이다. 니혼바시는 도쿄의 도로 원점이다. 도쿄까지 몇 ㎞ 거리다 할 때 바로 니혼바시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그러고 보니 서울의 원점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590년 에도에 왔을 때 에도는 갈대밭뿐인 한촌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니혼바시가 지어졌고, 에도는 전국에서 몰려드는 상인과 무사들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니혼바시 노동자 수천이 끄는 짐차의 울려 퍼지는 소리로 알고 듣는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니혼바시 일대는 상인과 수공업자가 집중적으로 거주했던 지역으로서 지금도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번창하고 있다.
인근 주오도리(中央通)거리에는 유명 백화점과 대형 상업시설들이 모여있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인 니혼바시 미쓰코시 본점과 니혼바시 다카시야마 백화점 건물이 특히 아름다웠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빌딩가를 걸으면서도 유서 깊은 사찰과 신사를 볼 수 있는 도쿄가 첫날부터 마음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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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정 칼럼니스트
장시정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쳤다. 지난 36년 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교 일선에 몸담았다. 수차에 걸친 독일어권 근무 중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나타나는 모델적 제도와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했고 2017년 <한국 외교관이 만난 독일모델>을 저술했다. 동 저서는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퇴직 후에는 2019년 홋카이도 대학 방문학자로 일본에 머물렀고, 2023년 1월과 3월에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에세이집인 <아직,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레트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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