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가 만난 人] 닥종이 인형으로 만나는 정겨운 그때 그 시절...김순분 닥종이 작가
[김두호가 만난 人] 닥종이 인형으로 만나는 정겨운 그때 그 시절...김순분 닥종이 작가
  • 김두호 인터뷰어
  • 승인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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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닥종이 예술인 김순분 작가
- 작품 한 점에 서너 달씩 열정 바치는 닥종이 인형작가
- 한지공예는 손끝으로 빚어내는 정성과 고통의 창작세계
- BTS와 젊은 예술인 소재 작품으로 해외 작품전 준비
닥종이 인형으로 정겨운 옛 풍물 풍속을 재현하는 김순분 작가.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닥종이로 일컫는 한지 공예 분야인 닥종이 인형작가로 활동하는 창작예술인들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김순분(1962∼ 한국미술협회 종로미협부회장) 작가는 초중고 교과서에도 작품이 등재된 닥종이 인형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가 후원, 8월 한 달 동안 파주지역의 대표적인 전시관 아트린 뮤지엄(Artrin Museum)에서 개최중인 닥종이 인형작가 김순분 개인전의 주제는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이다.

전시장 문을 들어섰을 때 넓은 홀 안에 펼쳐진 갖가지 옛사람들의 풍물 풍속 전경이 장관이었다. 갤러리를 채우고 있는 옛사람들이 남녀노소 끼리끼리 둘러앉거나 여기저기 모여서 강강술래를 하고 연 날리고, 윷놀이하거나 잔치준비에 혼례식을 올리는 장면, 훈장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공부하는 서당 풍경 등 비록 인형이지만 실감 나게 조상들의 생활풍속을 재현해 놓았고 작품마다 해학적인 표현도 있어서 시선을 흥겹게 이끌었다. 그대로 민속 기념관에 온 듯한 관람 묘미를 안겨준다.

김분순 닥종이 인형작가의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을 가득 채운 닥종이 인형들. 총 250점으로, 이들 모두 얼굴 표정이 다르다./사진=인터뷰365

이번 전시회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은 모두 250점으로, 인형마다 똑같은 얼굴이 없다는 것이 닥종이 인형작품을 창작예술 영역으로 분류하는 특색으로 보인다.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에게는 전시 작품들이 재미있고 예쁘게 만든 공예품으로 보이지만 작품 구상을 하고 한 작품을 위해 몇 개월씩 손마디에 물집이 생기도록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는 작품이 모두 피땀에 젖은 인내와 고통의 산물이다. 오르지 한지를 재료로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조형화 하는 인고의 작품 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지탱하며 후진 양성에도 분주하게 열정을 바치는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를 만났다.

인형으로 되살린 콩서리 추억

콩서리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의 '콩서리'/사진=인터뷰365

- 전시 작품이 모두 이제는 노령기로 접어든 대다수 사람이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겪고 보고 즐겼던 장면들입니다. 이렇게 주제에 따라 몸짓과 동작, 표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작품마다 향수와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만드는 저도 어릴 때 경험하고 구경했던 풍물 풍속들입니다. 그래서 제작에 들어가면 순수한 동심이 창작의 혼으로 살아나는 것 같아요. 티 없이 맑고 천진한 눈으로 옛사람들의 정취를 느껴가며 그분들의 모습을 그려내려는 꿈이 작품 활동의 시작이고 끝이기도 합니다. 저기 아이들이 모여 앉아 들판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콩서리를 하는 풍경은 제가 어릴 때 경험한 장면을 불러낸 겁니다. 아버지가 서울 퇴계원 근교에서 과수원을 할 때 친구들과 즐겁게 콩서리해서 맛있게 먹고 놀았던 기억을 살렸습니다."

- 먼저 한지 재료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업공정이 궁금합니다.

"손가락을 통한 중노동에 가까운 수작업을 반복하며 장기간의 제작 공정이 따릅니다. 일단 작품 구상을 해서 주제를 설정하면 등장하는 인물이나 스토리 배경의 도구 등 물체의 골격인 뼈대부터 만들게 됩니다. 주로 빼대도 한지를 소재로 하지만 규모나 형태에 따라 구부리기 쉬운 피복 전선을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부터 한겹 한겹 감고 붙이고 건조시키고 다시 풀이 묻은 한지를 반복해서 뜯고 붙이면서 추구하는 형상을 만들어가는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 이어집니다. 수 많은 날을 그렇게 반복하다가 보면 손가락에 염증이나 통증이 생겨 불가피하게 쉬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모든 장신구나 의상 머리카락이며 가구, 가축 등 동물에서 수목, 각종 농기구, 가옥 같은 건축물 등 한지로 만들지 못하는 물체는 없습니다. 단지 색깔을 내야하는 부문에서는 염색이 필요할 뿐 모든 재료는 한지로 해결합니다."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의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 전시 작품들./사진=인터뷰365

- 인형작품은 만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데요.

"그렇습니다. 주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몇 사람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은 2∼3개월이 걸립니다. 이번 전시된 ‘강강술래’ 작품은 손에 손을 잡고 놀이에 참여한 처녀가 15명이 되어 5개월간 매달렸습니다. 때로는 10개월 가까이 한 작품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밤낮없이 집중해서 반복 손작업하다 보면 손가락만 아픈 게 아니고 목도 몸살을 앓습니다. 머리를 숙인 채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게 되니 목뼈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해 회복될 때까지 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가는 단골 한방 침술원도 많습니다."

- 닥종이 인형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과 현대여성미술대전, 대한민국조형미술대전 등 국내 대표적인 미술전에서 수상도 많이 하셨고 개인전도 이번이 일곱 번째로 알고 있습니다. 인형작가가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요?

"예원예술대에서 2년간 닥종이 공예를 배웠지만 두 아이가 성장하면서 젊을 때 일찍이 닥종이 공예작품에 관심을 두고 지역 복지회관이나 문화센터의 강좌가 있으면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그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작품 정보를 접하는 독학을 해가며 어느 정도 작가로서의 인정을 받을 때부터는 각종 미술대전에 출품, 입상 작가로 평가를 받아가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의 '전통혼례'작품 앞에선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사진=인터뷰365 

- 닥종이 인형작가가 많지는 않지만,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영희 작가의 국내 전시회 등 작품 활동이 알려지면서 미술 단체에 등록된 활동 작가 수가 늘어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지금은 작품활동과 함께 후진 양성도 하시지요?

"여러 곳 문하센터에서 닥종이 인형작가 강의도 하였고 지금도 개인적으로 그룹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우는 분은 많은데 몇 년쯤 지나면 대다수 작가의 꿈을 포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후진 양성에 애정을 두고 과거 여러 곳에서 문화센터 강의를 하였지만 내가 지도하고 만난 수많은 지망자가 다 어디로 갔는지 작가가 되어 제대로 창작 활동을 하는 제자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닥종이 인형작가가 되기 위한 창작 작업이 만만하지 않다는 일면입니다."

- 미술 분야에서 다른 장르의 작가와 다른 점은 창작 작업이 힘들다는 데 있군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힘든 만큼 참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인내해야 하는 작업과정이 참을성이 부족한 인성이나 성품을 느긋하게 바꿔놓기도 합니다. 인내심이 생기면 배려심도 따라옵니다. 급한 성질을 보여주기 전에 한걸음 물러나 남을 먼저 생각해 주는 차분한 마음씨도 생기고 불평불만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힘들게 작품을 만들어도 마음이 늘 평화로웠습니다."

현대적 풍물 인형전 도전...K닥종이인형작품도 한류 촉매 역할 되길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의 '연날리기', '씨름'

- 인형이나 풍물 소재가 모두 고전적인데 지금의 세속 풍경을 인형작품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요?

"안 그래도 여러 곳에서 제안이 들어와 창작 소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모습이나 곡예사처럼 온갖 재주를 피우는 비보이 춤꾼 인형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전통 무용인 승무나 고전 무용가의 공연 모습도 꼭 재현해 보려고 합니다. K닥종이인형작품도 한류가 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작품 중 동자승 인형은 캘린더 제작 전문기업인 가야기획이 2023년 캘린더 사진으로 채택했다는데 인형작품을 사진 작품으로 옮겨 활용하게 된 것은 닥종이 인형의 예술성이 사진 작품으로 옮길만큼 돋보인 결과로 보입니다.

"인형작품이 캘린더 사진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이미 몇 군데 중고교 교과서에도 나의 인형작품이 사진으로 등재해 있어요. 그동안 국내의 수많은 미술 공예대전에서 주목을 받은 것도 닥종이 인형을 그저 단순히 흔한 시중의 공예품 정도로 보던 때에서 점차 창작 예술의 세계로 보게 된 계기로 김영희 재독 인형작가의 활동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의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에서.

- 작품을 둘러보면서 관찰해보니 인형뿐만 아니라 굴비, 보리밥, 상추, 고추, 젓갈, 김치, 모둠전 등 밥상 위의 온갖 반찬도 모두 한지로 만든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한지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를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됩니다. 밥알에서 머리카락까지도."

- 선물 보따리 머리에 이고 시집간 딸네 집에 가는 엄마의 모습, 달걀 장수며 피리 부는 선비 등 이야깃거리가 있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어린 시절 보고 겪은 장면도 있다지만 다채로운 이야기 소재는 작가의 기발한 창작 감각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닥종이 인형작품은 아직도 작가의 예술혼이 표현되지 않으면 공예품으로 볼 수 있는 부문이 크지만, 이제는 미술 작품의 범주 안에 포함되어 인형작가들은 우리 한국화의 고전적인 풍물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창작 소재를 많이 활용합니다. 미술적인 감성과 정취에서 느끼고 통하는 면이 많다고 봅니다."

김순분 닥종이 인형작가의 ‘한여름의 닥종이 인형전’에서.

- 작업과정이나 공간도 화가들과 다를 것 같습니다.

"사는 집안에 빈 공간이 없습니다. 미완성 작품들로 창고가 된 지 오래입니다. 남편과 아들과 딸 가족이 후원자가 되어 이번 전시회도 작품 운반에서 전시장 배치 작업까지 모두 도와주었습니다. 가정이 있는 여자의 작품 활동은 가족들이 응원해주지 않으면 참 힘든 분야인 탓에 여성들이 누구나 쉽게 닥종이 인형작가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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