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내를 숙연케 한 노배우의 처연한 인생 독백 '서교수의 양심'
[리뷰] 장내를 숙연케 한 노배우의 처연한 인생 독백 '서교수의 양심'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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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82세 현역 정욱 배우의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
연기 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정욱 배우 주연의 연극 '서교수의 양심'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 '서교수의 양심'은 연기 인생 60주년, 올해 82세인 정욱 배우를 위해 77세의 김영무 극작가가 작품을 배려하고, 70대인 한인수·현석·김호영 배우가 우정 출연한 아름다운 무대였다. 

외형만 보면 노작가와 노배우의 올드한 연극 같지만, 합치면 연기 인생 수백 년이 되는 중진들의 연기는 생생했고 앙상블도 따뜻한 현역들의 무대였다.

특히 라스트에 터지는 노배우 정욱의 독백은 한 배우의 연기 인생이 응축된 처연함이 배어나 장내를 숙연케 했다.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에서 공연(11월 27일~12월 15일) 중인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의 '서교수의 양심'은 한국 연극계 원로들의 아름다운 우정과 화음, 여기에 홍정재·이창익·윤상현·김현숙 등 중견들이 힘을 합쳐 이뤄낸 기념공연이자 정석적인 연극이었다. 

요즘은 연극 형식이 다양화되었고 연출이나 연기도 파격이 많지만 1970년대 명동시대 연극은 '리얼리즘'이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희곡에는 갈등적인 요소들이 배치됐고 라스트에 대반전이 이뤄지는, 연극만의 아우라와 매력이 있었다. 

젊은 관객들은 어떻게 보았는지 모르지만 필자에게 '서교수의 양심'은 명동 그 시절의 향수를 일깨워주었고 그래서 중진들의 연기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올드하지만 정석 연극이 지닌 순수함을 접할 수 있었다.

연기 인생 60주년을 맞은 정욱 배우(사진 중앙)를 비롯한 출연진들이 연극 '서교수의 양심'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정중헌

정욱 배우는 1958년 국립극단 연구생 1기로 입단, 1963년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서 첫 주역을 맡았다. 1968년 이진순 연출의 '학마을 사람들'에 출연한 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군도' 등의 작품에서 주역을 해냈다. 

이후 TV 드라마에서 중후한 지식인, 온화한 아버지 역할 등을 쉬지 않고 해왔다. 연극 70여 편, TV 드라마 200여 편에 출연했다는 정욱 배우는 '작품의 앙상블에 녹아드는 연기'를 좌우명으로 삼아 주요 배역을 해왔다고 술회했다. 

지난해 김영무 작가의 '장씨 일가'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타이틀롤 서 교수 역을 맡은 정욱 배우는 정적인 연기를 해오다 클라이맥스에서의 한방으로 존재감을 확연히 부각시켰다.

소설가인 주인공 서 교수는 제자의 작품을 절취하는 상황에 몰리자 자기의 파멸을 각오하면서까지 양심 고백에 나선다. 하지만... 대반전의 라스트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백세시대, 고령화 사회라고 하지만 한 배우가 60년간 연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80대에 2백 마디가 넘는 대사를 무대에서 연기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태의 진상을 알게 된 노작가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회한과 무상의 라스트 독백은 그래서 더 빛났다. 그 모습은 마치 고고한 학 같았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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