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똑같은 역을 두 번 한 배우(45)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똑같은 역을 두 번 한 배우(45)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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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남장여인으로 시대극에서 열연
-김승호, '시집가는 날'과 '육체의 길'에서 똑같은 역할로 출연
-김진규, '흙'과 '성웅 이순신'에서 연기자의 집념 보여줘 
-청춘스타 원조 신성일은 두 차례 이몽룡 역할 맡아
-조연 이대엽과 추석양도 같은 배역으로 두 번 연기한 진기록 남겨
'청춘 스타의 심볼' 신성일은 1968년 김수용 감독의 '춘향'에서 이몽룡을 맡은데 이어, 1971년 영화 '춘향전'에서도 또다시 같은 역할로 열연을 펼였다./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우리 영화 백 년을 순례하면서 같은 역을 두 번 맡은 배우들의 이색적인 진기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955년 신상옥 감독이 해방 후 단성사에서 처음으로 상영한 김동인 원작 '젊은 그들'에서 최은희는 남장 여인으로 분장해 구한말 민비를 몰아내고 대원군 편에서 활약하는 활빈숙 이인화를 연기했다.

그리고 7년 후인 1962년, 최은희는 동생 최경옥이 촬영 기사에서 감독으로 전향한 첫 작품이자, '젊은 그들'의 제목을 바꾼 '원한의 일월도'에서 다시금 남장여인으로 등장했다. 최은희는 호쾌한 연기로 동생의 연출 데뷔를 지원하며 '남매는 단둘이었음'을 보여줬다. 

최은희가 남장 여인으로 분장한 1955년 신상옥 감독의 '젊은 그들'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박서방'과 '마부'의 대명사 김승호는 동일한 역을 두 번이나 맡아 관록의 연기를 보였다.

김승호는 1956년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에서 김유희 딸의 혼사를 둘러싼 맹진사 역을 맡아 신분 상승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며 해방 후 최초 아시아 영화제에서 희극상을 수상했다. 그 후 1962년 '맹진사댁 경사'에서 이빈화를 딸로 둔 맹진사로 건재함을 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1959년 조긍하 감독의 '육체의 길'에서 은행원 상도를 맡아 소매치기 김지미와 기구한 인생유전을 겪는데, 1967년에도 리메이크되어 김지미와 똑같은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김승호는 1956년 이병일 감독의 '시집가는 날'과 1962년 '맹진사댁경사'에서 맹진사 역을 맡았다./사진=정종화 제공 

60년 대 최고의 인기스타인 김진규는 1960년 춘원 이광수 원작인 '흙'에서 허숭으로 출연해 일제강점기 시대 변호사에서 농촌계몽을 하는 지식인의 나라사랑을 펼쳐보였다.

1967년 우수 영화의 붐을 타고 장일호 감독이 '흙'을 재차 만들자, 김진규는 다시금 허숭을 연기했다.

그는 평소 이순신 장군을 흠모하던 중 1971년 직접 제작한 이규웅 감독의 '성웅 이순신'을 진두지휘했지만, 자금난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1978년 장일호 감독의 '난중일기'로 국민 총화에 편승해 연기자로서의 보람을 만끽했다. 

60년 대 인기스타 김진규는 1960년 영화 '흙'에서 허숭으로 출연한데 이어, 7년 뒤 또다시 영화 '흙'에서 같은 배역을 맡았다./사진=정종화 제공 

'청춘 스타의 심볼' 신성일은 1968년 홍세미와 함께 김수용 감독의 '춘향'에서 이몽룡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그는 1971년 세계 다섯 번째로 70㎜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 '춘향전'에서 또다시 이몽룡을 맡아 문희와 광한루에서 같은 역할을 연기하는 기록을 남겼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으로 두 번 연기한 배우로는 이대엽이 있다.

1959년 권녕순 감독의 '가는 봄 오는 봄'에서 6·25 전쟁으로 헤어진 문정숙과 전계현 모녀가 방송국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최무룡과 이대엽이 상봉을 돕는다.

1967년 장일호 감독이 리메이크하여 김지미와 윤정희가 해후하는데, 또다시 이대엽이 8년 전 역할을 맡아 가수 남진과 공연했다. 

조연으로 평생을 바친 추석양(본명 이종철)은 정창화 감독의 1956년 '장화홍련전'과 1962년 '대장화홍련전'에서 장쇠로 두 번 배역을 맡아 연기자로서의 자부심을 필자에게 늘 자랑하기도 했다. 부연하자면, 허장강이 '춘향전'에서 '방자' 역을 세 차례나 맡은 사례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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