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0년 벽두. 서울 인구가 250만 명을 돌파하고 우리 영화는 87편이 제작되어 영화계는 새로운 면모로 분주했던 때였다. 전국의 212개 극장은 호황을 이루고 있었고, 그중 서울 42곳의 극장 중 10곳이 이른바 일류 개봉관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신정 하루 전인 12월 31일, 을지로 4가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이태환 감독·전조명 촬영의 '왕자미륵'은 파란만장한 생애를 산 후고구려 궁예왕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사극이다. 애꾸눈 '미륵'으로 방수일이 열연했다. 수원성에 반월성의 오픈 세트를 차려놓고 당시 엄두도 못 냈던 스펙타클한 대작이다.  

'자유 부인'으로 인기를 끈 정비석 원작을 임희재가 각색한 '슬픈목가'는 김지미를 픽업한 김기영 감독이 처음으로 최은희를 출연시켜 연출했다. 

군에서 제대한 김석훈은 농지 개간 사업에 땀 흘리며 참여하던 어느 날 깡패 소굴에서 고생하고 있는 마담 최은희를 구출하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최은희는 김석훈에게 이미 약혼한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떠나게 된다.

29명의 출연자 중 현재 생존하고 연기자는 <인터뷰 365>에서 특종 보도한 김석훈을 위시하여 엄앵란·남궁원·이은심·이해룡과 당시 최은희의 아들로 출연한 국민배우 안성기가 소년으로 나왔다.

'재생'은 춘원 이광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100년 전 3·1운동 후 어두운 시절 젊은 세대들의 애환을 그린 유치진과 유한철이 각색했다. 

독립 운동을 하는 오빠 김진규를 둔 김지미는 나약한 성격 때문에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늘 참된 마음을 갈구한다. 떠나간 애인 최무룡에 의해서만 자신이 진실되게 '재생'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969년 '마부'의 강대진 감독이 리메이크하였다.

우리나라 영화 사상 최초의 스포츠 장르를 개척한 권투 영화인 김묵 감독의 '피묻은 대결'의 스크린 등장도 화제였다. 

'한국 초유의 본격적인 권투영화! 복수에 불타는 사나이의 눈물겨운 혈투! 사투!!' 의 선전문안이 이채를 띠었다. 링에서 쓰러진 형 최봉의 원한을 풀기 위해 동생 박노식의 집념을 그렸으며, 코치 김승호의 딸 엄앵란의 로맨스도 양념으로 넣었다.

1월 3일 뒤늦게 신정 프로로 막차를 탄 김화랑 감독의 '5형제'가 희극 영화로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의 깃발을 내걸고 극장가를 강타했다.

당시 코미디언으로 인기를 끌었던 '뚱뚱이' 양훈과 '홀쭉이' 양석천, '합죽이' 김희갑, '막뚱이' 구봉서와, '후라이 보이' 곽규석이 합세해 폭소대작전을 선물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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