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14년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쌍둥이 엄마'에서 '배우'로 힘찬 날갯짓
[인터뷰365] 14년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영애...'쌍둥이 엄마'에서 '배우'로 힘찬 날갯짓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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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대장금' 처럼 첫눈에 반한 시나리오"
-"촬영장에 있다는 게 행복…남편 역할 커"
-"다작 욕심 있지만 가정과 균형 중요"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아시아를 뒤흔든 '산소 같은 여자'가 아닌 '쌍둥이 엄마'의 생활이 익숙해진 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긴 공백을 깨고 영화 '나를 찾아줘'로 돌아왔다.

드라마 '대장금'(2003)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로 스타로서도, 배우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는 2009년 결혼 이후 쌍둥이를 낳고 양평 문호리에서 전원생활을 즐겼다. 

20대를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열정으로 '다작 배우'로 보낸 이영애이기에 긴 공백에 아쉬움도 있었을 터.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욕심낼만한 좋은 작품 제안도 들어왔지만, 그야말로 욕심이 아닐까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연에서 보낸 8년의 세월이 배우로서의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해주고 일 년 가까이 피부과도 찾지 않을 만큼 심신안정에 도움을 줬다"며 특유의 우아한 목소리로 자연인 이영애의 일상을 들려줬다.

과거 모성애 연기를 펼친 적은 있었지만, 엄마가 된 이후 선보이는 모성애 연기는 '나를 찾아줘'가 처음이다. 그는 스릴러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대장금'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모성애에 그치지 않고 실종 아동과 아동 학대라는 사회의 어두운 면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담았다.

이영애는 극 중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 뛰어든 '정연' 역을 연기했다. 아들 '윤수'를 잃어버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인물이다. 

영화 개봉 이틀 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인터뷰365>가 이영애와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으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첫눈에 반한 시나리오...양평 전원생활에 '풍부해진 감성' 담아 연기

-14년 만에 영화가 개봉하는데 소감은 어떤가. 

"점점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떨리고 실감이 안 나더라. 주말엔 신랑하고 용산 영화관에 마스크 쓰고 가서 분위기도 살펴봤다. '나를 찾아줘'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더라. 기분이 남다르고 경쟁작은 뭐가 있나 찾아보니 '겨울왕국 2'가 있더라.(웃음)"

-양평 생활은 정리한건가?

"애들 두 살 때 양평 문호리에 들어갔다가 작년 초에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이태원으로 이사했다. 전원생활이 아이들에게도 좋았지만, 나에게도 감성을 풍부하게 해줬다. 자연과 함께하며 텃밭에서 유기농 음식을 키우고 산에 다니면서 산새 소리 듣고 물소리 듣고 혼자서 자연을 헤치고 다녔다. 그 7~8년의 생활이 배우로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심신에도 도움이 됐다. 전원에서 생활할 때는 일 년 가까이 피부과도 안 갔다. 좋은 음식 먹고 좋은 공기 마시고 하니 스트레스도 없고 자연스럽게 피부에 탄력이 생기더라."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좋았다. 늘 나와 대본의 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개팅에서 첫눈에 반하는 그런 느낌 있지 않나. 드라마 '대장금'도 첫 만남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술술 잘 읽히면서 몰입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다 읽고 나서는 여운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 깊은 울림도 있었다. 또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고, 배우로서도 도전해볼 만한 풍부한 감성의 캐릭터였다."

-영화를 본 소감도 궁금하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 지금은 스스로라도 자화자찬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시나리오의 느낌도 좋았는데 그만큼 영화가 잘 나와줬다. 여러 번 보는 건데 다시 봐도 재미있더라.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됐으면 하는 심정이다."

이영애 주연 '나를 찾아줘' 1차 포스터/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영애 주연 '나를 찾아줘' 1차 포스터/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복귀가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

"스무 살 때 CF로 데뷔했고 연기는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했는데 20대와 30대에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일 년에 서너 작품씩 해서 어디서 에너지가 나오냐는 질문도 자주 받았었다. 그 중엔 대중이 아는 작품도 있고 모르는 작품도 있는만 정말 열심히 했다. 30대 후반에는 '대장금'과 '친절한 금자씨'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서 국내외 호평을 받고 나니까 '그 이상으로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라.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작품도 들어왔지만 더하면 그야말로 욕심이겠다 싶었다. 또 가정을 꾸리고 늦게 아이를 낳고, 쌍둥이 엄마가 되다 보니 가정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더라. 물론 14년까지 걸릴 줄 나도 몰랐다. '나를 찾아줘'와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기운이 맞았던 것 같다."

-스릴러 장르를 원래 좋아하나?

"장르를 가르는 편이 아니다. 이번 작품은 장르를 떠나서 대본이 주는 탄탄함, 줄거리에 집중했다. 몰입감이 뛰어나다는 건 장르의 호불호를 떠나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이지 않나."

-영화의 폭력성 수위가 다소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본에선 더 수위가 높았다. 감독님과 초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야기를 나누며 다듬어갔다. 수위가 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두시간안에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지 않나. 또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사실에 따라서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으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엄마가 되고 달라진 점? "아줌마가 되어간다"

-엄마가 되고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아줌마가 되어가는 거지.(웃음) 우리 애들이 쌍둥이라서 그런지 길 가다가 쌍둥이 엄마를 보면 친구 같은 느낌이 들더라. 손잡고 얼마나 힘드세요. 물어보기도하고. 쌍둥이 엄마들만의 감성이 있다.(웃음) 빌라 옆집에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가 있다. 아이 하나를 안고 또 유모차를 미는 게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광고하는 분유나 화장품도 가져다드리기도 한다. 이렇게 오가는 정이 더 많아진다. 또 결혼 전에 TV에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오면 더 집중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런 방송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고개를 돌리게 되더라. 너무 아프니까."

-작품 선택이나 연기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엄마가 되고 감성의 폭이 넓어지는 건 느낀다. 그런데 '엄마가 됐으니 엄마의 감성을 보여줘야겠다' 이건 아니었다. 첫 번째는 대본이 주는 메시지가 좋았다. 또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우리가 너무 살기 바빠서 잃어버린 우리의 감성을 다 깨워줄 수 있는 폭넓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성애 이상의 가장 위대한 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더 폭을 넓혀서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극 중 절제된 감정 연기도 돋보인다.

"감성의 결을 조금 다듬어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슬프다고 매번 울 수는 없지 않나. 열 가지 가정을 담아서 울었다고 해서 관객이 열 가지로 느끼지 않고 다섯만 느끼거나 아예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세분화해서 다듬어가는 작업이 중요했다. 또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은 편집되기도 했다. 처음엔 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전체를 놓고 보니 옳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 프로덕션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 프로덕션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몸을 던진 액션 연기도 펼치는데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나.

"특별한 액션신은 아니지만 구르는 장면이라도 제대로 해야 되니까 액션 스쿨 가서 배웠다. 잘 할 줄 알고 갔는데 한번 구르니까 머리가 핑 돌더라.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웃음) 막상 해보니까 액션이 재밌더라. 이 재미를 조금 더 세월이 가기 전에 느껴서 다행이다. 앞으로 액션도 도전하고 싶다."

-'정연'의 비주얼 콘셉트는 어떻게 잡아갔나.

"'친절한 금자씨'를 함께했던 분장 감독님과 꼭 같이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처음부터 같이 회의하고 이 머리 저 머리 시도해봤다. 대가의 손길이 다르긴 다르더라. 한 끗 차이가 '정연'의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해줬다. 그냥 한두 벌 옷 갈아입고 머리 질끈 묶었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그 질끈 묶기까지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정연'이 혼자서 머리를 질끈 묶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제일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고 마음에 드는 장면 중에 하나다.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나서 차 안에 혼자 있는데 사실 그 장면 전에 편집된 장면이 있다. 지문에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로 절규하면서 운다'고 나와 있었다. 그래서 동물 소리 내듯이 우는 장면을 5분 정도 롱테이크로 찍었다. 그 바로 다음 장면이 머리를 묶는 장면이다. 그때 눈빛과 감정이 나오기까지 이런 과정이 있었다.(웃음)"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 프로덕션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나를 찾아줘' 이영애 프로덕션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현장은 온전히 이영애의 공간...힘들어도 행복"

-영화의 희망적인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

"세상 사는 게 무엇이든지 100% 희망적이진 않고, 더 좋은 결과가 아닐지라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영화의 결말도 그런 점에서 좋았다. 100%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있지 않나."

-촬영하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쌍둥이 엄마의 생활도 만족하고 행복한데 '배우로서 돌아갈 자리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촬영장에 있다는 게 좋더라. 가끔은 아직도 나를 환영해주시는 분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댓글로 응원의 말을 해주시면 그래도 소리 없이 지켜봐 주시는 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응원이 더 크게 와닿았고 다시 배우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됐다. 또 현장은 온전히 이영애로서의 공간이니까 힘들어도 행복했다."

-아이들과 예능에도 출연했는데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 엄마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진 않나.

"아들은 전혀 관심이 없고 딸은 이쪽 분야에도 관심 있어 한다. 방송을 보다가 자기 분량이 적다고도 하더라.(웃음) 나는 배우라는 직업이 참 감사한 데 이 직업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게 아니고 또 의지와 상관없이 잘되기도 하지 않나. 엄마가 키워준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나중에 뭐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로서는 어떤 일을 하든 마음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또 기본적으로 그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 기본적인 공부는 하면서 나이에 맞게 자라게 해주고 싶다."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으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정연'을 연기한 배우 이영애/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굳피플

"일과 가정 조화롭게 이루고 싶어"

-앞으로는 더 자주 볼 수 있는 건가.

"다작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지기 쉽다. 또 내년에 쌍둥이들이 열 살이 되고 엄마의 위치도 필요해서 양쪽을 조화롭게 해나가는 게 관건이다. 이번 작품 찍을 땐 남편의 역할이 컸다. 아이들 챙기고 재우는 것까지 많이 신경 써줬다. 촬영 핑계 삼아 아빠가 아이들하고 더 친해지고 좋았지 뭐. 그러면 나도 앞으로 작품도 더 할 수 있고.(웃음) 기사에 남편 이야기를 꼭 전해달라. 그래야 '정말 고마워했구나' 생각하고 다음에도 열심히 해주지.(웃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은것 같다.

"20대와 30대를 돌아보면 여배우로서 보여줄 것이 많았다. 결혼 이후 40대에는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한다. 많이 보여드렸지만, 아직도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은 배우다. 나 역시도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아, 이제 50대인가.(웃음) 많이 기대해 달라." 

-앞으로 어떤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가.

"하고 싶은 역할은 정말 많다. 영화에서 많은 역할을 선보이지 못해서 다양한 작품에서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 들어오는 작품을 계속 읽고 있는데 많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또 좋은 작품에서 인사드리겠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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