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과북 통일 풍자한 우화극 '모텔 판문점'...우화와 풍자 속에 드러난 우리의 슬픈 자화상
[리뷰] 남과북 통일 풍자한 우화극 '모텔 판문점'...우화와 풍자 속에 드러난 우리의 슬픈 자화상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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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풍자극 '모텔 판문점'
-판문점서 결혼식 올리는 남남북녀...이념 연극 아닌 여운 남는 통일 지향 풍자극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모텔 판문점' 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적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까.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모텔 판문점'(10월 5~28일)은 제목 그대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20층 짜리 모텔을 지어 남북 청춘남녀들의 해방구로 만들자는 풍자극이다.

남북 화해무드에 맞춰 공연 쪽에서도 통일 연극이 나온 것이다. 생뚱맞고 성급하고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란 비판도 나올 수 있지만, 이런 기발한 발상은 문학이나 연극에서는 가능하다.

시니어인 필자는 호기심 반, 우려 반으로 첫 공연을 보았는데 우려했던 이념연극이 아니라 재밌게 보고 여운이 남는 통일 지향 풍자극이었다.

통일연극 시리즈를 써온 오태영은 극중에서 판문점을 신분안전지역으로 선포하라, 사랑의 힘으로 DMZ를 허물자고 외친다. 

무대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초상이 걸린 북한 일반 가정. 딸 달래가 임신한걸 알고 부모가 다그치자 땅굴로 남한 총각과 연애한 게 들통 난다. 이윽고 사위감이 땅굴에서 튀어나오고 양가는 당국의 허가로 판문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문제는 군사분계선. 무장군인들이 경계를 넘으면 사살하겠다고 위협한다. 이때 작가의 분신같은 명숙이 나타나 그렇게 수십 년을 대치해 얻은 게 무어냐며 신분 안전한 청춘들의 사랑터로 바꾸자고 외친다.

이 연극의 절정은 결혼식 장면. 판문점 예식장에 주례가 2명이다. 남측주례는 중진배우 이인철, 북측은 정상철, 양쪽 다 군 장성이다. 이들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판문점에서 남남북녀들이 어울려 사랑 축제를 벌인다. 비현실적인데도 기발하고 재밌다.

특히 몇몇 배우들의 통통 튀는 연기가 배꼽을 쥐게 한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무장해제인데 북측 달래 엄마 역을 맡은 배우 이미숙이 초장부터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긴장 속에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연기파 이미숙의 우스꽝스럽지만 자연스런 열정 연기에 웃음보가 터진다. 남편 역 신종남과 호흡을 맞춘 이미숙의 캐릭터 설정과 질펀한 연기력은 필자의 선입견과 기우를 씻어내 주었다.

두번 째는 남북의 청춘들이 옷을 벗어던지고 비무장지대를 뛰어다니며 사랑놀이를 하는 것이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이질적이었던 거추장스런 모든걸 벗자는 메시지였다.

세번째는 남북 경비병들의 진짜 무장해제다. 철모도 군화도 군복도 벗고 총도 내려놓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측 헌병이 다시 철모를 쓰고 총을 허리에 차고 서있는 자세에서 암전이 된다.

연극 '모텔 판문점' 커튼콜 무대에 오른 주역들/사진=정중헌

배우들의 연기와 만화 같은 상황에서 관객은 웃지만 이우천의 라스트는 웃고 있기에는 너무도 아픈 우리 현실을 일깨운다. 성급한 통일 연극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도 우화와 풍자 속에 드러난 우리의 슬픈 자화상에 가슴이 아팠다.

작가 오태영의 발상과 주제의식도 깊었지만 이를 현실감 있게 풀어낸 이우천 연출의 진지성이 이번 작품에서 돋보였다. 남북과 미북의 정치상황들이 현재적 대사로 튀어나오게 하고, 마지막에 쉼표를 찍어줌으로써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인식케 한 것이다.

중진 배우 정상철·이인철은 중량감 있는 연기를 펼쳤으나 좀 더 코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남 역 이승기와 호흡을 맞춘 달래 역 송윤의 북한 사투리 연기가 극에 밝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미숙의 상대역 선종남도 호연이었다. 장용철 조문경 커플, 명숙 역 김진아도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모텔 판문점'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통일을 향해 가려면 이같은 우화 연극 시리즈는 필요하다고 본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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