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새해 벽두, 유준상 배우와 떠난 달나라 여행...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새해 벽두, 유준상 배우와 떠난 달나라 여행...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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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인의 고독 그려낸 김한솔 작·강소연 작곡·김지호 연출
- 유준상, 노래와 연기로 달 뒤편에 남은 한 남자의 고독 멋지게 그려내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장면./사진=컴퍼니연작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2026년 첫 공연 관람으로 유준상 배우 1인이 연기하고 노래하며 펼쳐내는 창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Behind The Moon)'을 택했다.  

이 공연은 수입 작품인 줄 알았는데 순수 창작 뮤지컬이었고, 차가울 것 같았는데 스토리와 노래가 따뜻해 위로받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대학로 소극장 연극 위주로 관람하는 필자에게 뮤지컬은 여건상 자주 접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박정자 대배우 주연 영화의 감독인 유준상 배우와 인연이 되어 접하게 된 '비하인드 더 문'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창의성과 완성도가 세계 수준임을 알게 해주었다.

김한솔 작가가 쓰고 작사한 이 작품은 창작산실 대본 공모에 당선되었을 만큼 시각이 독특하고 구성이 탄탄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장면./사진=컴퍼니연작

1969년 7월 20일 전 세계를 뒤흔든 인류 최초의 달 착륙, 그 주인공은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었다.

김한솔 작가는 온 세계가 그들을 지켜볼 때, 달의 뒤편으로 간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에 주목했다. 달까지 갔음에도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사령선에 홀로 남았던 그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절대 고독을 어떻게 견뎠는지를 모노드라마로 엮어낸 것이다.

달 탐험 얘기만 했으면 차갑고 딱딱했을 텐데, 작가는 마이클 콜린스의 가족 사랑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달의 뒷면, 캄캄한 어둠에서 바라본 지구, 그 한 지점의 스위트홈에 있는 아내와 세 자녀를 떠올리며 견딘 것이다. 그래서 관객의 가슴에 더 살갑게 와닿고 공감대가 컸다.

강소연 작곡의 뮤지컬 넘버들이 처음 들었음에도 친근하고 포근하게 스며들었다. 한 배우가 무대를 채워나가는 1인 뮤지컬에서 노래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알맞게 배분되었고, 가사가 잘 전달되면서도 고독과 사랑 같은 인간적 감정이 배어 나왔다.

./사진=컴퍼니연작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공연 장면./사진=컴퍼니연작

김지호 연출은 달 착륙이라는 우주적 소재를 무대에 구현하면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여행하듯 교감을 끌어냈다.

달 표면을 연상케 하는 김미경의 무대디자인, 망망한 우주와 지구의 삶의 현장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고동욱의 영상디자인이 극을 이끌면서 요소요소에 정구홍의 조명과 한문규의 음향으로 판타지와 공간감을 살려낸 것이다.

모노드라마라 해도 배우 혼자 90분을 끌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노래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에 연기와 움직임까지 더해 무대를 채운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중극장의 큰 무대에서 3면의 객석을 배려하며 연기하려면 정확한 계산과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유준상 배우는 혼자서 무대를 꽉 채웠고, 독백 같은 연기와 부드러운 성량의 노래로 마치 달여행을 이끌듯 유연하게 무대를 누볐다.

이는 배우가 작품의 전체를 파악하고 요소요소의 포인트를 꿰뚫었을 뿐 아니라 치열한 연습으로 몸에 익혔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본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커튼콜 무대에서 배우 유준상./사진=정중헌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에서 마이클 콜린스 역은 4명이 한다. 그들 중 유준상 배우는 50대 중반이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30대처럼 젊어 보인다. 그 비결이 오랜 세월 그를 뮤지컬 무대에 서게 하는 요인이지만, 가족의 사랑을 강조한 이 작품에서 유준상의 연륜은 더 깊은 감정 표현과 공감 요소로 작용했다고 본다.

필자는 90분간 유준상의 1인 무대를 보면서 그가 감정의 흐름을 어떻게 조절하고 분배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

초반 생판 모르는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진정성에서 시작, 휴스턴의 나사에서 겪는 훈련의 고통스런 과정을 달과 가족 사랑으로 이겨낼 때는 힘을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흐름이 잦아들 때는 관객에게 도움을 청하고 관객과 함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후반 인생의 종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대사에는 모든 감정을 몰입해 눈물을 쏟았고,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연기력에 더해 이 배우가 지닌 인화력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임종 직전, 삶과 죽음 중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그레이존’에서 자신의 달과 사랑을 되돌아보는 장면은 이 뮤지컬의 압권이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울림으로 다가왔다. 관객들은 유준상 배우의 열연에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사람들은 인류 최초의 달 착륙하면 닐 암스트롱만 떠올린다. 스포츠가 특히 심하지만 세상살이에서도 1등만 기억하고 칭송된다.

세 사람이 우주여행에 나서 두 사람이 달 표면을 밟을 때 홀로 우주선 안에 있던 마이클 콜린스.

“내 발자국이 달 위에 남겨지지 않아도 괜찮아! 달의 가장 어두운 뒷모습을 내가 기억할테니..."

세상을 놀라게 한 달 탐사, 그 뒤편에 남겨진 단 한사람 마이클 콜린스.

그 어떤 영광과 환희도 없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달의 뒤편을 보았던 남자.

이 같은 문구처럼 유준상의 1인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마이클 콜린스의 침묵과 고독, 하지만 달과 가족 사랑의 빛나는 여정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광활한 우주 속 뒷면에 가려진 한 사람의 캐릭터를 뮤지컬로 창작해 낸 제작진과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2월 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극단생활 대표.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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