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꽃 다짐
봉숭아 꽃 물
손톱에 곱게 들이고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 모습에 반해
공부도 잘하겠지 상상했고
농구까지 잘한다는 소문에
괜히 더 설레었다
손톱 끝 바라보며
여름 보내고 가을 건너
겨울, 눈이 나리던 날에
선배는 눈이 큰 언니와
손을 잡았다는 풍문이 돌았다
순진하게 기다리던 나를 두고
친구들은 바보 같다 웃었고
괜히 말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토라져 있었다
그 여름은 다시 오고
선배의 목소리는 아득해지고
봉숭아빛 손가락 끝이
달빛 아래
저릿하게 아려온다.
‘꽃 다짐’은 여름날 봉숭아 꽃과 잎을 다져 손톱에 물들이던 풍습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그 붉은 물에는 첫사랑의 마음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도, 나쁜 기운을 막으려는 소망도 담겨 있었습니다. 올여름, 꽃 다짐하듯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건강하고 평안한 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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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칼럼니스트
시인, 교수, 연기지도. 2023년 ‘월간 시’ 34회 추천 신인상으로 등단, 시담작가회 회장, [감성지수 시낭독회] 진행. 저서로는 시집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 동인시집 『공감과 치유』, 『지구의 솜털을 숏커트로 잘랐다』, 『나 때와 라떼』, 『축봄합니다』 가 있으며,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 소개 됨. 상명대 영화과,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국제대 모델과의 겸임교수와 김지수 연기 아카데미 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배우 권상우, 송혜교, 김선아, 남궁민, 아이유, 김다미 등 연기 지도. 저서 『대한민국에서 연예인 되는 법』이 있음. 현재 단국대 공연예술학부 연극과 초빙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성악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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