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5년 초연 이후 30주년 기념 내한 공연
- 차세대 스타 탄생을 위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즌
- LG아트센터 서울 기획공연 CoMPAS 25 프로그램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원제: The Interpretation of Dreams)에서 꿈은 무의미한 신체적 증상이나 부조리한 현상이 아니라 “의미 있는 정신 활동”이며, “소망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해석 가능한 것”임을 피력했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프로이트는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느끼고 경험한 모든 인식 내용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전의식이나 무의식의 영역으로 사라지고, 예기치 못하게 남겨진 심리적 자극과 충동, 억압된 감정들이 ‘꿈’을 통해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배척되거나 충족되지 못한 채 억압된 소망이 “무의식에 머물다가 꿈에서 활로를 찾는다”고 말하는 프로이트는 깨어있는 동안 충동을 억제하던 제어기가 꿈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인간 본연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부딪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꿈은 수면 중에도 계속 이어지는 생각”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 정신은 깨어 있을 때보다 잠들어 있을 때 훨씬 더 넓고 깊게 지각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꿈속의 내용이 허황되고 현실로 보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꿈속에서 겪는 흥분과 두려움, 환희, 공포와 같은 감정의 기조들은 현실적인 것이기에 “꿈속의 환상을 순수한 환각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하는 프로이트는, 꿈의 세계가 해석을 필요로 하는 “거대한 상징의 숲”과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무용계의 이단아”에서 출발해 “위대한 스토리텔러”,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로 스스로를 입증하며,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무용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수여받은 현대 무용 안무가이자 연출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Matthew Bourne's Swan Lake)' 30주년 내한 공연이 있었다.
1995년 11월, 영국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초연된 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장기간 흥행한 무용 공연”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1999년 토니상 3개 부문(최우수 연출가상, 최우수 안무가상, 최우수 의상디자인상)을 석권한 본의 '백조의 호수'는 2003년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당시 16회 전석 매진의 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불러왔던 공연은 이후 2005년, 2007년, 201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다시 내한해 국내에서만 8만 명 이상의 관객을 만났다.
2019년,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또다시 내한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의상과 조명, 스토리의 세부적 구성에 변화를 더하고, 안무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시대에 맞는 보다 강렬한 공연을 선보였다.(▶관련기사 '상상의 자아'를 성취하지 못한 비극...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2024년, 본은 '백조의 호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이제는 전설이 된 작품을 이끌어 갈 차세대 무용수들을 캐스트로 출연시켜 새로운 ‘스타’로 선보이는 ‘넥스트 제너레이션(The Next Generation)’ 시즌의 영국 투어를 시작했고, 2025년 월드 투어의 첫 무대로 한국을 선택했다.
매튜 본이 이끄는 댄스 시어터 컴퍼니인 ‘뉴 어드벤처스(New Adventures)’가 젊은 인재를 육성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램인 ‘스완 스쿨(Swan School)’을 거쳐 발굴된 다수의 출연진이 포함된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즌은, 본의 '백조의 호수'가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로 계속 뻗어나갈 수 있을지, 미래의 관객과 무용수들에게 어떤 의미로 거듭날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본이 '백조의 호수'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여정을 함께 해 온 무대·의상 디자이너 레즈 브라더스톤은 새롭게 참여하는 무용수들 가운데에는 깃털 달린 백조 바지 의상을 입었을 때 감격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음을 언급했다.
1995년 초연의 첫 번째 ‘백조/낯선 남자’ 역할로 백조 안무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아담 쿠퍼 역시 본의 '백조의 호수'가 현재 세대의 많은 젊은 무용수들에게 버킷 리스트이자 우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2000년에 뮤지컬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부분에 발레리노로 성장한 ‘빌리’ 역할로 쿠퍼가 짧게 등장해 무대 위로 힘차게 도약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고, 젊은 층의 댄스 세계로의 유입을 이끌어냈다. 쿠퍼는 본의 '백조의 호수'를 봤기 때문에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현재의 세대에게 ‘백조’ 역할은 일종의 꿈이자 영광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1995년, 본의 '백조의 호수'가 처음 초연되었을 당시 객석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름다운 발레리나 백조들이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짧은 치마 ‘클래식 튀튀(Classic Tutu)’를 입고 여러 대형을 이루며 우아하고 정교한 안무를 선보이는 고전 발레를, 상반신을 드러낸 채 깃털 바지를 입은 야성적인 남성 백조들의 등장으로 변경한 무대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고전 발레 2막에서 오데트(백조)와 지그프리트 왕자가 사랑의 ‘파드되(pas de deux, 2인무)’를 선보이는 부분에 왕자와 남성 백조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자, 일부 관객들은 극장을 걸어 나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무용 비평가 클레멘트 크리스프를 비롯한 몇몇 비평가들 또한 혐오감을 표출하며 크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제작자로 불리는 카메론 매킨토시는 인터미션 때 본을 찾아와 이 작품이 당장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게다가 발레를 보지 않던 수많은 관객들까지 공연장을 찾으면서, 매진 사례와 열광적인 환호,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본은 초연 당시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개막하기 전부터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고, 잘못된 안무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비난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발레 관객들에게 여성 발레리나의 이미지가 문화적으로 깊이 각인된 상태에서 남자 백조의 등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객들은 남자 백조들이 여장을 하고 튀튀를 입고 등장할 것이라고 반쯤 예상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이는 본은, 짧은 머리를 한 근육질의 백조들이 상반신을 탈의한 채 맨발로 점프하며 야생의 ‘새’처럼 등장했을 때의 충격과 놀라움보다,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더욱 거부반응을 일으켰음을 지적한다.
2014년과 2015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전면 합법화될 때까지, 본의 '백조의 호수'는 ‘게이 백조의 호수’ 혹은 ‘게이 발레’로 지칭되며 편향된 시선으로 읽히는 해석을 감내해야만 했다.
본의 '백조의 호수'가 “정통 발레의 규칙에 대담하게 도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에서 30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고, 이제는 클래식으로 여겨질 만큼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인기 있는 공연으로 보편화되었음에도, 발레계에는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2024년 레이첼 쿡과의 인터뷰에서 본은, 현재에는 영국의 인기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서 두 남자 무용수가 볼룸 댄스와 라틴 댄스를 선보일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발레에서는 9월 호주 국립발레의 '오스카(Oscar)'에서야 비로소 두 남성 무용수의 로맨틱한 파드되가 가능해졌음을 지적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든의 발레 '오스카'는 동성애로 교도소에 2년간 수감되었던 19세기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삶을 탐구하며, 그의 소설 '나이팅게일과 장미'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요소를 통합해 다루는 장편 내러티브 발레였다.
2018년, 21세기 관객을 위해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백조의 호수'를 선보이면서, 본은 “작품이 이제는 훨씬 더 넓은 관객층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재의 관객들에게 본의 '백조의 호수'는 자아가 겪는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억압과 강제, 미래에 대한 암울함과 답답함으로 인한 방황, 자유를 향한 열망과 좌절 등 여러 주제와 연결된다.
막이 열리면,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왕자’는 이마 중앙으로 검은 선이 눈썹까지 그려진 백조가 날갯짓을 하는 ‘꿈’을 꾸며 괴로워하고 있다.
잠에서 깬 왕자가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전에, 왕실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왕자의 일상은 획일적이고, ‘개인 비서’는 모든 스케줄에 맞도록 왕자의 움직임을 관리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해 공적 역할을 유지해야 하는 왕자는 제복을 계속 불편하게 느낀다. 제복 속으로 마치 날개가 돋는 듯 옷을 잡아당기고 어색해하는 왕자를 향해 ‘여왕’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왕자는 차가운 어머니의 표정에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바른 태도를 취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2024-2025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즌의 경우, 2018년에 업그레이드된 버전에서 크게 변화한 것이 없어 보인다.
4막에서 왕자와 함께하는 백조를 향해 거친 야생성과 공격성을 보이는 백조 무리의 안무를 이전 보다 강화했던 부분이나, 전체적으로 템포를 빨리해 역동성을 높인 점, 새로운 조명 디자이너 폰 콘스타블의 유입으로 달라진 병실 장면 등의 변화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초연 때와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왕실 ‘개인 비서’의 음모와 관련된 부분도 여전히 약화된 맥락을 유지한다. 현재 영국 왕인 찰스 3세가 왕세자였던 1990년대 중반 스캔들에서 영감을 얻은 왕자의 ‘여자 친구’ 캐릭터의 경우, 웃음을 많이 낳는 희극적 요소인 만큼 조금 더 표현을 강조한 듯 보인다.
초연 당시에는 고전발레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마법사 로트바르트(Rothbart)의 변형된 캐릭터인 개인 비서가 왕자의 여자 친구와 사전에 공모한 느낌이 강조돼 보였으나, 변형을 겪으면서 약화된 바 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도 여자 친구는 개인 비서가 손에 쥐여 준 돈을 나중에 돌려주지만, 왕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또, 3막의 왕실 무도회에 등장해 여왕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낯선 남자’가 개인 비서의 아들이라는 초연 설정도 약화된 채로, 여전히 드러나지 않게 유지된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강조된 점이 있다면, 냉정한 어머니인 여왕을 향한 아들의 애정 결핍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인 애착,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는 불안정한 내면과 질투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속박된 개인의 자유를 향한 고군분투, 혹은 진정으로 자신이 될 수 없는 사회 속에 묶인 자아의 투쟁보다는,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젊은 왕자의 정신적·감정적 불안과 상처를 강조하게 된다.
왕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던 여자 친구가 개인 비서의 돈을 받는 장면을 바(bar) 뒷골목에서 목격하고 실망하지만, 크게 절망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안무적으로는 왕자가 인상적인 아다지오 솔로를 선보이는 부분이 간소화되면서 생략된 변화가 감지된다. 이는 1999년에 출간된 앨러스테어 맥컬리와의 인터뷰에서, 본이 “왕자의 낭만적인 고독과 그가 아는 세계 너머의 무언가에 대한 갈급함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 솔로임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변화이다.
1963년, 루돌프 누레예프가 수심에 잠긴 ‘우울한’ 왕자를 아디지오 솔로로 선보인 '백조의 호수' 안무에서 본이 영감을 받은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스토리텔링이 짧은 장면 전환으로 상당히 많이 진행되는 1막에서, 여왕은 왕자의 어깨 위에 위로의 손을 얹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아들과의 접촉을 피한다.
여왕은 자신이 아들 또래의 젊은 남자들과 어울리며 위험한 관계를 즐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애정 표현을 갈구하는 아들의 요구를 외면한다. 여왕은 왕자의 공적인 의무만을 강조하며, 괴로움에 술을 마신다거나 격에 맞지 않는 여자 친구를 만나는 일에 불만을 표한다.
본은 1막에서 왕자와 여왕의 굉장히 결렬한 ‘파드되(2인무)’를 배치하는데,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아들과 밀어내려는 여왕의 안무는 서로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일종의 ‘전투’와도 같다.
여왕과 아들의 관계는 케네스 맥밀런의 드라마 발레 '마이얼링'과 앨런 커밍이 주인공을 맡아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와의 갈등을 강조했던 연극 '햄릿'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인 루돌프의 자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발레 '마이얼링'에는 루돌프 왕자를 당황스러워하고 경계하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왕비가 표현되는데, 닮은 점이 있다.
어머니에게 거부당하고 여자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상처가 더해지는 가운데 외로움이 깊어진 왕자는 날아오르는 ‘백조’를 보게 되고, 실의에 빠져 호수에 뛰어들려 하지만, ‘백조’가 나타나 왕자를 구한다.
2막은 새로운 형태의 남성 무용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한 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데, 백조를 ‘새’라기보다는 ‘동물’로 인식해 온 본이 백조의 실제 움직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2막 호수 장면에서 백조들과 시간을 보내며 다시 환희를 느끼고 삶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한 왕자는, 3막의 왕실 무도회에서 백조와 똑같이 닮은 ‘낯선 남자’의 등장에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고전발레의 흑조 역할이 변형된 ‘낯선 남자’는 여왕을 향한 성적인 관심을 숨기지 않으며 접근하고, 그를 백조로 인식하는 왕자는 정신 착란으로 빠져들어 급기야 여왕을 향해 총을 겨눈다.
3막은 고전 발레에서 여러 민속춤과 다양한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이 있는 장면인 만큼, 본의 유머가 살아있는 러시아 춤, 스페인 춤, 나폴리 춤, 차르다시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경우, 낯선 남자의 섹시함과 디베르티스망의 코믹함이 보다 강조되고, 템포가 조금 더 빨라진 특징이 있다. 왕자가 현실과 망상 사이를 헤매며 낯선 남자를 백조로 인식하고 춤을 추는 장면들은, 시간이 정지한 듯 푸르게 바뀌는 조명과 음악을 통해 구분된다.
차이콥스키의 1877년 음악을 배열을 약간 달리해 사용하는 본의 '백조의 호수'는, 음악이 변하는 섹션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왕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순간들을 영화적 효과와 함께 안무로 표현한다.
주변인들의 조롱이 섞인 웃음소리를 듣는 것처럼 느끼며 점점 더 착란 증세가 심해진 왕자는 총을 발사하고, 이를 저지하는 개인 비서가 쏜 총에 맞아 여자 친구가 쓰러진다.
4막은 왕자의 심리적 공간을 묘사하는 병실처럼 보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왕자가 느끼는 자아 축소와 중압감, 정신적 고통과 혼란을 표현한 공간은, 같은 얼굴의 가면을 쓴 흰옷 입은 간호사들에게 이끌려 약을 먹고 잠든 왕자의 침대 밑에서, 백조의 무리들이 나오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본은 “백조는 왕자의 마음 속 장애물과 억압된 충동 때문에 탄생한 존재”이며, 전적으로 왕자의 내면적 이유로 발현된다고 설명하는데, 스코틀랜드 발레단의 창립자인 안무가 피터 대럴의 '백조의 호수(1978)'에서 표현된 ‘아편에 의한 왕자의 환각’이 모티브가 되었다.
고통의 심리 드라마를 펼쳐 낸 대럴의 ‘망상’이 왕자에게 적용되었다면, 왕자를 구하려는 ‘백조’를 향해 보이는 다른 백조 무리의 공격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The Birds, 1963)’에서 영감은 얻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24년 '넥스트 제너레이션'을 위한 인터뷰에서, 본은 초연 이후 작품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이번 주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항상 더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고민하고, 무용수들이 주체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신감과 책임감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는 본은, 관객에게서 배운 것과 관객이 필요로 하는 것, 관객이 좋아하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2022년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사들이 영국 언론에 자주 노출되었고, 왕족의 거리를 둔 자녀 양육 방식, 공적 역할과 사적 삶의 갈등, 왕세자가 느꼈을 애정 결핍과 친밀함의 부족에 관한 언급들이 전기 작가들에 의해 피력되었다는 점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은 시대의 이슈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2018년부터 영국 청소년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통계적으로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하고, 타인으로부터 오해를 받는 느낌, 정신 건강의 약화,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30년 뒤, 본의 '백조의 호수'는 새로운 세대에게 어떤 작품으로 읽히게 될까? 여전히 의미 있는 혁신으로 읽히며, 관객의 요구에 맞춘 작품으로 ‘전설’이 된 과거의 시간을 기리는 ‘고전’이 될 수 있을까?
기존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작은 변화들을 구축해나가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다음 세대들에게 전통으로 인식되기를, 더불어 여전히 유효한 작품으로 새로운 세대를 매료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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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지대 겸임교수, 대림대 겸임교수, 한국외국어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공학대학교 지식융합학부(교양교육센터)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위원과 한국연극평론가협회 편집위원 및 이사, 세계문화예술경영연구소 초빙연구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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