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꿈꾸는 도서관·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꿈꾸는 도서관·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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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강민지·최여정·윤인혁·설명문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고영란 해설,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25)

꿈꾸는 도서관(나카지마 교코 지음, 고영란 해설, 안은미 옮김, 정은문고, 2025)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에서의 이야기.

도서관은 내게 그저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이었다. 하지만 ‘기와코’라는 인물을 만난 후, 나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기와코는 소설작가를 지망하는 ‘나’에게 도서관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어떤 내용을 기대했을까? 기와코와 도서관의 역사를 따라가며, 나는 도서관이란 공간이 품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었다.

“돈은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책장을 사지 못한다. 장서를 둘 수 없다. 도서관의 역사는 가난의 역사.”

도서관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전, 책을 소유하는 것은 기득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하지만 도서관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고, 가난한 이들도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기와코가 도서관을 사랑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책 속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기와코를 바라본다. 누군가에게 그녀는 어둡지만 성실한 사람이었고, 또 다른 이에게는 밝고 예리하며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로 기억된다.

이러한 묘사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한때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만으로 그들을 규정짓곤 했다. ‘이 사람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성격이니, 새로운 도전을 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사람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있곤 했다.

기와코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는 사람을 바라볼 때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머물렀던 공간과 함께했던 사람들에 따라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지만, 그 안에는 변하지 않는 그녀만의 강단이 있는것처럼 우리 주변 인물들도 저마다의 상황과 시기에 따라 보이는 모습은 다르지만 그들 안에 자신만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과 사정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와코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삶을 한 조각씩 맞춰 가던 과정처럼, 나도 사람을 바라볼 때 고정된 틀에 가두기보다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강민지 / 문화평론가·프롬레코드대표·비평연대)

강민지<br>
강민지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문학동네, 2018)

그래도 우리의 나날(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문학동네, 2018)

좋아하는 서평가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계속 컨디션이 좋질 않아 지방출장 일정도 취소하고 책 몇권을 골라 침대에 눕지 않았다면, 읽지 않을 책이었다. 어짜피 인생은 그런 것이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무심코 했던 작은 선택이 이끄는 삶의 궤적. '그래도 우리의 나날' 역시 그런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중고책방에서 얼마전에 완간된 문학전집을 발견한다. 아직 중고시장에 풀리기에는 이른 책들이었다. 전집류들을 보면 보통 이가 빠지듯 듬성듬성 몇 권이 빠져 있는 법인데, 어디 하나 빈 책 없는 깨끗한 전집이었다. 주인공은 그 전집이 ‘내게 말을 걸고, 내게 휘감기며, 집요하게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기묘한 집착을 느끼게 되고, 책을 구입한다.

나 역시 자주 중고서점에 간다. 무너질 듯 쌓여 있는 책 무덤이 만드는 그 무질서함 속의 질서 속을 걷다 보면 이상하게 내 마음을 이끄는 책이 있다. 이미 절판되어 중고시장에서 몇 십만원을 호가하는 책도 아니고, 화제가 됐던 베스트셀러도 아니다. 그래도 책을 꽤나 읽는 나도 잘 몰랐던 책들, 이런 책이 있었나 싶은 책들이다. 펼쳐 보면 누군가 가지런히 그어 놓은 줄과 메모를 보며, 설명 할 수 없는 ‘연결’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우리의 나날'은 이렇게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전집에서 비롯된 ’연결‘로 하나씩 밝혀지는 전후 1950년대 일본 청춘들의 삶의 허무함, 무료함, 그럼에도 살아가려는 의지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살아 남는다.

196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일본 현대문학의 고전이라는 이 책을 읽다보니,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의 프리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소설이 시대와 배경을 달리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20대 청춘들의 삶을 그린다는 점에서. 시대가 흐를수록 청춘들은 더 빨리 ‘늙는다’. 이전 세대가 할 일은 그들에게 실패 속에서 길어올린 작은 본보기를 남기는 일.(최여정 /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최여정<br>
최여정 

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북하우스, 2025)

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북하우스, 2025)
음악을 한다는 것은(김보미 지음, 북하우스, 2025)

국악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 시대의 유산으로서 보존해야 할 대상이면서 잊히는 게 당연한 존재이다. 그래서 더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그런 시각에서 김보미 작가는 살아남는데 도가 튼 사람일 수 있다. ‘무엇을 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기 위해서’ 시작한 새로운 음악. 어쩌면 본능적으로 알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국악에 원하는 것이 자신이 갈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연주자는 누구나 무대 위에 서고 싶다. 그래서 재지 않고 무대에 서면 나름의 박수와 꽃다발에 취하게 된다. 그 맛에 익숙해지면 결국 종착지는 ‘딴따라’이다. 딴따라는 내 색깔이 없는, 시키는 것만 하는, 서양 악기나 흉내 내는 비참함이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연주자에겐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보미 작가의 여정은 빛을 발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틀과 의무를 다하면서도, 그것과 정반대되는 이단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기에. 내가 가야금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퓨전이니 크로스오버니 갖가지 시도가 넘쳐날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던 시기였다.

그 흐름을 만들어낸 건 잠비나이 같은 선구자들 덕분이다. 단단하고 고여있을 것만 같았던 국악 판에 작은 조약돌이 아니라 아예 바위를 던져버렸다. 사물놀이나 슬기둥의 등장이 긍정적 충격이었다면, 잠비나이의 등장은 혼돈이었다. 작가가 고백하는 초창기 잠비나이에 대한 평가는 실재했다.

김보미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담담하게 진술했지만, 그 시작은 가시밭길이었으리라. 10년 일찍 찾아온 오십견이 훈장이 되고, 창작의 고뇌가 일상이 되었을 그가 기록한 음악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사실이다.

아직도 국악 판에 있는 나로선 누군가 그냥 지나갈 대목들이 마음에 박혀 들어왔다.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투쟁의 역사가 담겨있는 이 책이 다른 예술가의 음악에 투지를 불러일으키길 간절히 바라본다.(윤인혁 /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윤인혁<br>
윤인혁 

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김광현 지음, 뜨인돌, 2025)

그들의 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김광현 지음, 뜨인돌, 2025)

건축을 공부하며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건축가는 어떤 직업일까? 멋진 개념을 바탕으로 훌륭한 조형성과 의미를 남기는 사람? 아니면 건축주의 요구를 섬세하게 반영하는, 서비스 정신을 지닌 사람? 혹은 그 중간 어딘가에 선 존재? 지금은 그 질문에 나름의 답을 조심스레 내렸지만, 여전히 이 물음은 건축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건축주가 될 이들에게 유효한 화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이 교차하는 자리로 나를 다시 데려다 놓았다. 매체들은 건물 속에서 위대한 건축가의 개념을 찾지만, 삶을 말하지 않는다. 건축주와 사회의 의식에서 유리된 개념은 정말 ‘건축’이라 불릴 수 있을까. 건물이 그 자체로 완결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갈래의 건축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 앞에서 이 책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오래된 명작의 뒤편에, ‘건축주’라고 불렸던 사람들의 기대와 상상, 그리고 때로는 행복보다 더 큰 좌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설명문 / 건축설계 및 공간디자이너·비평연대)

설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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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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