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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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이수련·맹준혁·김미향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아르테, 2025)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아르테, 2025)

며칠 전 소여헨 감독의 '공원'을 봤다. 대만의 시각예술가이자 영상 작업자로서 대만 내 이주노동자를 그려온 소여헨 감독은 ‘시’라는 가장 짧은 형식을 빌려 그들의 삶을 담아내는 느린 과정을 100분 가량의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계 이주노동자 시인이자 메인 출연자인 ‘아스리‘는 영화의 마지막 나래이션에서 소회처럼 시를 낭독하고 대화를 하다 연기까지 해야하는 이 갈피없는 영화가 어떻게 지난하고 고된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관객으로서 답을 해보자면, 영화는 그 삶을 구태여 쪼개넣으려 하지 않음으로서 담아냈다. 대신 그 시를 천천히 풀어보려는 사람들로 그들의 이야기를 확장한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역시 교차점이 얽힌 복잡한 삶을 천천히 지도를 그리듯 관찰한다. 중국계 미국인이자 퀴어, 혼혈 이민자인 저자 사브리나 임블러는 해양생물을 통해 교차로에서 살아온 시간과 그 안팎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심해 속 해양생물은 종종 과학적 상식에 반하는 그들만의 생존 방식으로 고립된 바다에서 공존한다.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영양분으로 바꾸며 진화하고 그 안에서도 새로운 생을 시작할 곳을 언제나 찾는다.

'공원' 속 이주노동자와 퀴어 이민자 여성인 저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다양하게 복잡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아름답고 다정한 관찰기는 심해같은 어둠 속 빛을 찾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바로 빛을 비출 각각의 모양과 색, 생채기를 지닌 손가락들을 함께 더듬는 것이다. 가본 적 없는 곳의 지도를 만들듯이. (이수련 / 비평연대)

이수련<br>
이수련 

영혼의 연금술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이다미디어, 2014)

영혼의 연금술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이다미디어, 2014)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고의 자극은 도망가야 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열정에 관한 에릭 호퍼의 통찰은 놀랍다. 호퍼는 열정적 인간을 도망자에 비유한다. 호퍼에게 열정은 긍정적 동력이라기보단, 내적 불만으로 인해 격해진 영혼의 에너지다. 호퍼는 이 에너지가 그저 내적 불만으로 남을지, 단순한 행동이 될지, 아니면 창조로 변할지는 개인의 자질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언젠가 꽤 유명한 작가와 회사에서 밥과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분이 했던 얘기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저는 그냥 바닥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도망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 책은 미화되지 않은 열정의 실체를 보여준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심지어 글자가 별로 없어서 자기계발서보다도 빨리 읽을 수 있다.(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 기획자)

맹준혁<br>
맹준혁 

서평가 되는 법 (김성신 지음, 유유, 2025)

서평가 되는 법(김성신 지음, 유유, 2025)

'서평가 되는 법'은 ‘서평’이 지닌 공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SNS 시대, 누구나 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지금, 저자는 오히려 서평의 ‘본질’을 되묻는다.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서평이 단지 감상이나 요약이 아니라 책과 저자, 독자 사이를 잇는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행위임을 강조한다.

저자의 전략 아래 코미디언, 요리사, 화가, 탈북민,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서평가가 된 이야기는 인사이트를 전해준다. 예컨대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한 김주성을 ‘탈북 작가’가 아닌 ‘북한 작가’로 소개한 사례는, 서평가로서의 정체성을 어떤 전략으로 정립할 것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저자는 서평의 핵심을 ‘공공성’과 ‘존중’에서 찾는다. 좋은 서평은 “예쁜” 표현보다 “좋은” 생각에서 나오며, 책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독자와 저자에 대한 깊은 존중을 전제해야 한다. 책이 상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공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태도, 그것이 서평가에게 요구되는 윤리다.

또한 저자는 말한다. 한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매년 쏟아지는 7만 종의 책을 읽고 쓰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서평가 100명이 꾸준히 책을 소개한다면, 연간 1만 권의 좋은 책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서평은 책을 세상에 알리는 통로이자, 잃어버린 독자를 다시 불러오는 가장 유력한 방식이라고 여기기에 저자는 오늘도 서평을 쓰고 후배 서평가들을 데뷔시킨다. 서평을 쓰는 일은 결국, 책과 세상을 잇는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방식이라는 것. 이 책은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김미향 /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김미향<br>
김미향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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