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광장 이후·나의 왼발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광장 이후·나의 왼발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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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최여정·황예린·윤인혁·설명문·강민지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광장 이후 (신지욱, 이재정, 양승훈, 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2025)

광장 이후(신지욱, 이재정, 양승훈, 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2025)

내란 이후 한층 더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혐오, 양극화, 세대론을 진단하는 시의성 있는 글들이 발빠르게 정리되어 나왔다. 네 명의 사회학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조망하는 광장이 더욱 입체적으로 조망된다. 이 범위에는 아스팔트 극우, 남태령의 여성들, 2030 남성, 청년노동자들까지 광장의 주체였던 사람들과 광장에 등장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특히 사회학자 양승훈 교수의 ‘2030남성프레임 전쟁-그들에게 없는 응원봉’은 최근 미디어나 정치권에서 선정적인 카피로 등장하는 ‘2030 남성들의 우익화’라는 문제에 보다 실체적인 분석으로 접근한다. 2030 남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이 2030 남성들에게 '왜 너희는 광장으로 나오지 않느냐'는 당위적인 요구만을 반복하는 진보 정치 담론은 이들이 광장에 참여할 유인책이나 실질적 의제를 제공하지 못함을 비판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일은 계엄과 탄핵이후 분열된 광장을, 그리고 사회적 통합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2030 '남성'들의 대부분이 보수성을 띤다는 오해로 인해 2024년 말, 2025년 초 광장이라는 진보정치의 공간에서도 이들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그 가운데 게임이나 하고, 코인이나 하며, 펨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자 욕이나 하고, 공정 타령만 하며, 2찍이나 하고, 내란 옹호세력을 지지하는 청년이라는 이미지는 견제나 수정 없이 정치 고관여충의 근심거리이자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이들을 배제해야 할 정당성 역시 끊임없이 강화되었다.” (최여정/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최여정<br>
최여정 

영화처럼 걷고 여행처럼 찍다 (김문경 지음, 이츠북스, 2025)

영화처럼 걷고 여행처럼 찍다 (김문경 지음, 이츠북스, 2025)

지금 어디에 있든,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든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마음과는 다르게 차가운 현실에 매여 한숨만 쉬고 있다면, '영화처럼 걷고 여행처럼 찍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비싼 비행기 티켓과 황금 같은 연차를 쓰지 않아도 순식간에 세계 여행을 갈 수 있다. 그것도 영화처럼 낭만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여행을 말이다.

쿠바, 인도, 스페인, 태국… ‘영화 속 그곳’을 찾아 떠난 김문경 감독의 이야기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나 낯선 거리를 걸으며 수다를 떨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거침없는 글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김문경 감독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려오는 것만 같다. 여행지에서 매순간 마주친 풍경과 영화 속 장면 들을 자연스레 이어 붙이면서도,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여 마치 영화를 보듯 술술 풀어나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면 언젠간 돌아가야 할 날이 오듯, 책도 언제나 끝이 난다는 점이다.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울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지는 것처럼 이 책도 남은 책장이 줄어들수록 아쉬움만 가득해진다. 하지만 섭섭해 마시라, 종이 너머 김문경 감독과 함께 떠난 여행의 즐거운 추억은 이미 마음속에 콕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한 편 한 편 찾아보며 추억을 더듬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길 바란다.(황예린/출판마케터·문화비평가·비평연대)

황예린<br>
황예린 

밤의 사람들 (이송우 지음, 빨간소금, 2025)

밤의 사람들 (이송우 지음, 빨간소금, 2025)

종종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낯선 사람과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서 3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는 상황은 참으로 어색하지만, 가끔은 예의상 대답이 수십 마디의 수다가 되기도 한다. 경계가 허물어진 말꼬리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지면, 어느 순간 수많은 인간군상을 봐온 택시 기사의 말이 득도한 수행자처럼 느껴진다.

천태만상 인간을 겪은 택시 기사는 당연히 이야기보따리가 미어터질 수밖에 없을 테다. 그 안에는 피시방으로 도피하는 청년도, 불금을 태우려는 욕정 가득한 이들도, 보험사 영업사원이나 항공사 직원들도, 대부분이 ‘다시는 보지 않을’ 이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을 뱉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혁당재건위’ 수형자의 아들이자, 대기업 부장을 거쳐 프리랜서가 됐고, 시인이기도 하다. 어려운 사정에 6개월간 택시를 몰았고, 이 책은 택시 기사로서의 기록이다. 그의 인생이 특별한 만큼, 그가 목격한 승객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깊이도 달랐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는 승객의 대화나 삶을 조명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투영하여 인생을 반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에게서 거만함을 찾을 수 없다. 오십 대 중반의 남성, 적어도 석사까지 졸업한 학력, 대기업 부장, 한 분야에 20년 넘게 뿌리내린 전문가의 거만 말이다. 그는 부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가족에게 서운했던 점을 투정하고, 기분이 안 좋은 딸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한다. 사회에서 어깨에 힘 좀 주었던 보통의 중년 남성은 아닌 듯 보인다.

작가의 프로필만 본다면, 그가 서슬 퍼런 시절을 이겨내고 삶을 쟁취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택시에 몸을 실었던 이들 모두 특별한 자신만의 서사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이 가진 독특한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내가 아닌 듯하면서도, 나와 비슷한 사정의 이들이 쏟아낸 말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새 인간이란 모두 똑같이 고통을 지닌, 그러나 극복과 희망, 때로는 그저 살아가는 평범한 하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음미하고 있었다.(윤인혁 / 작가·문화평론가·비평연대)

윤인혁<br>
윤인혁 

■ 해적 계몽주의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고병권, 한디디 옮김, 천년의 상상, 2025)

해적 계몽주의(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고병권, 한디디 옮김, 천년의 상상, 2025)

로마의 오래된 성당 한 켠, ‘진실의 입’으로 알려진 거대한 돌 얼굴에는 거짓을 말한 자의 손목을 자른다는 잔인한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21세기 현재, 그 잔인한 돌 얼굴은 여전히 사회의 심문관으로 남아 있다. 서구의 실증주의적 역사관은 철저한 사실―그러나 정치적 이해득실에 달라질 수 있는―증명의 미명 하에 자유와 상상력을 절단한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진실과 거짓의 잣대로 가치를 판단하는 현대 사회의 역사관은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해적 계몽주의'는 마다가스카르 일대에서 해적과 원주민들 사이에서 행해진 ‘원초적 계몽주의’에 대해 서술하며 그가 가진 특별한 역사관을 보여준다.

마다가스카르의 해적 공동체, 리베르탈리아의 신화, 평등한 회의체의 전설. 기록은 드물고, 증거는 모호하다. 그러나 그 모든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상상할 수 있다고 그레이버는 말한다. 그에게 역사는 도덕주의적 심판의 무대도, 완벽한 증명의 법정도 아니다. 그는 역사를 꿈을 비추는 거울이자 자유와 가능성을 쟁취하는 바다로 보았다. 그는 역사를 말함에 있어 손목이 잘리는 것을 기다리는 대신, 배를 띄우기로 결정한 듯 보였다. 마치 그가 열렬히 찾아 헤맸던 역사 속 마다가스카르의 해적들처럼.(설명문 / 건축 및 공간디자이너·문화평론가·비평연대)

설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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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김미옥, 하서찬, 김정배, 김승일, 박지음, 강윤미 지음, 파람북, 2025)

나의 왼발(김미옥, 하서찬, 김정배, 김승일, 박지음, 강윤미 지음, 파람북, 2025)

"칭찬 없는 삶은 결국 낙마하게 된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나의 왼발'은 여섯 명의 작가가 ‘때로는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아낸, 솔직하고도 따뜻한 인생 분투기다. 실패, 불완전함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말하기 어려운 단어다. 누구도 실패자로 불리고 싶어 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 빠르게,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애쓰며, 실수와 좌절을 숨기는 법만 배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의 길을 걷는다. 작가들은 실패와 상처, 멈춤의 순간을 담담히 드러낸다. 그 고백은 때로 거칠지만 모두 진심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도 연약한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용기를 일으켜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이 ‘칭찬’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칭찬은 단지 성취를 격려하는 말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따뜻한 손짓이다. 책을 읽는 와중에도 나의 잣대로 등장인물을 판단하는 나의 모습을 어느 순간 마주하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타인을 평가하고, 또 무너짐을 부끄러워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성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속에서, 칭찬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들려주는 연대의 말들, “그럼에도 괜찮아”라는 위로는 깊이 다가온다.

‘나의 왼발’. 어쩌면 우리 모두의 왼발은 불완전하다.

중심을 잡기엔 흔들리고, 때로는 제자리에 멈춰 있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두 발로 걷는다. 단단한 오른발, 성공만으로는 결코 균형을 이룰 수 없다. 실패라는 왼발이 있었기에, 우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내 ‘왼발’을 응원한 적이 있었을까? 내가 겪은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인 적이 있었는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자신의 걸음을 돌아보게 만든다.(강민지 / 문화평론가·프롬레코드대표·비평연대)

강민지<br>
강민지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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