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활약 韓애니메이터, '엘리멘탈' 이채연
[인터뷰365]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활약 韓애니메이터, '엘리멘탈' 이채연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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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애니메이터 꿈 안고 유학행
- 소니픽쳐스 거쳐 디즈니 픽사 합류...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 3D파트서 활약
- '엘리멘탈', 캐릭터 생동감 담아 "극 속 불 종족 캐릭터는 한국인...곳곳에 한국적 감성이 녹아있죠"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이채연 애니메이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토이스토리', '업', '인사이드 아웃' 등으로 명성을 떨친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는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에겐 꿈의 직장이다. 그만큼 쟁쟁한 실력자들이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활약 중인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한국에서 게임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애니메이터란 꿈을 안고 과감히 도전, 제2의 인생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이 애니메이터는 디즈니·픽사 영화를 보며 "캐릭터와 이야기로 감동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23살이 되던 해 캐나다로 유학(센테니얼 대학)을 떠나 애니메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버즈 라이트이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파이더맨:뉴 유니버스' 등 다수의 애니메이션 및 실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소니픽쳐스를 거쳐 2021년 9월 픽사에 합류했다.

디즈니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그가 픽사에서 작업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 불 종족 '앰버'가 물 종족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작품은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이 2015년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 이후 선보인 7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생동감을 더하는 3D 파트에서 활약하며 각 캐릭터들의 디테일한 모습을 '한 땀 한 땀'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14일 개봉에 앞서 홍보차 한국을 찾은 이채연 애니메이터를 만났다.

게임 에니메이터→애니메이터 꿈 안고 유학行

- 픽사는 애니메이션 명가이자, 애니메이터에게는 꿈의 기업으로 불린다. 픽사에는 어떻게 합류를 하게 됐는가.

“유학을 간 캐나다에서 10년간 머물며 학업과 애니메이터 경력을 쌓았다. 일하던 중 팬데믹 시기에 픽사에서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운 좋게 '버즈 라이트이어'(2022)에 합류하게 됐고, '엘리멘탈' 제작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픽사에 몸담은 지는 2년 정도 됐다. 이번이 픽사 작품으로는 두 번째다. 현재 내년에 개봉을 앞둔 '엘리오'라는 영화를 작업하고 있다.”

- 그간 작업했던 작품 중 기억나는 대표작이 있다면.  

“픽사에 합류하기 전 소니픽쳐스에서 4여 년간 일했는데, 당시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작업했다. 오스카를 받은 제 첫 작품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 시각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해서 아티스트로서 뿌듯했다.”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엘리멘탈'에서 담당한 일은 무엇인가.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의 동작이나 감정 표현을 담당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원소들, 특히 불과 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 캐릭터 모델팀이 2D로 그려진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면, 우리팀이 3D로 탄생시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 '엘리멘탈'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은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캐릭터들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또 사랑 이야기 아닌가. 무엇보다 피터 손 감독님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고, 한국계 감독님이라는 점도 끌렸다. 그래서 이 작품에 더욱 참여하고 싶었다.”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 불의 종족 캐릭터 앰버가 주인공이다./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극 속 주인공인 앰버가 화끈한 성격의 불의 종족으로 묘사됐다. 초반에는 쉽게 분노를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앰버의 감정의 폭을 넓게 표현하려다 보니 과하게 표현한 점도 있다. 그러나 피터 손 감독님은 앰버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가 반영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좀 더 열정적인 모습들을 담으려고 하셨던 것 같다.” 

(피터 손 감독은 '엘리멘탈'이 한국인 부모에게 영향받은 작품이라며 자전적 이야기라고도 소개한 바 있다. 극 속 주인공인 앰버는 불의 종족이자 이민자 2세로 묘사된다. 극 속 화끈한 성격의 불의 종족은 한국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부모님께서 치렀던 모든 희생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엘리멘탈' 곳곳에 한국적 특성 녹였죠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포스터. 불의 종족 캐릭터 앰버가 주인공이다./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한국적인 특성을 반영시킨 장면을 설명해준다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앰버의 아버지가 웨이드에게 테스트한다며 매운 음식(극 속에는 뜨거운 음식으로 표현된다)을 먹어보게 한다던가, 앰버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불(한국인)과 결혼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피터 손 감독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기도 한데, 한국적이지 않나 싶다.” (피터 손 감독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 여자하고 결혼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한 바 있다.)

- 한국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 때 피터 손 감독이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던데, 실제로도 한국말로 대화를 많이 하나.

“감독님은 존댓말과 반말을 틀리게 말하면 예의가 없어 보일 수 있다면서 한국말로 대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신다. 감독님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편하게 한국말로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한국말 못해요"라고 말씀하시더라. "아, 역시 하실 줄 아는구나"생각했다. 하하. 지금도 대화할 때 저는 한국말로 하는 편이고, 감독님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씀하신다. 한국말을 잘하신다. 이번 기자간담회 때도 한국말로 말씀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다 뿌듯했다.”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장면/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엘리멘탈' 포스터. 물의 종족 캐릭터 웨이드./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전작인 '버즈라이트이어'의 앵거스 매클레인 감독과 피터 손 감독과의 작업 방식은 어땠나.

“앵거스 매클레인 감독님은 정말 '버즈'그 자체였다. 마치 군인 같은 느낌이셨는데, 항상 각이 잡혀 있었고 직설적이었다. 작품 리뷰 때 늘 긴장했지만, 명확하게 디렉터를 해주셨다. 반면 피터 손 감독님은 마치 친구 같다. 작품 리뷰를 시작할 때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주신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계시다.”

-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국인 애니메이터로서의 이점이 있었나.

“이 작품은 이민자의 이야기고 한국인의 정서가 들어가 있지만, 온전하게 한국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감독님은 늘 모든 이민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셨기에, 굳이 한국인 애니메이터라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 이번 작품에서 애니메이터들의 의견이 관철된 부분도 있나.

“극 속에 큰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님은 큰절을 넣고 싶어 하셨는데, 한편으로는 한국적으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한국에서는 아랫사람에게 절을 하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다르게 반영됐다. 또 특정 문화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큰절할 때 손 모양이나, 포즈 등에서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애니메이터들, 다른 파트 분들과 회의를 많이 했다.”

- 영화 완성본을 본 후의 기분은 어땠나.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선정됐고, 호평을 얻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벅찼다. 폐막작 선정 소식에 너무 기뻤다. 작업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완성본을 다 같이 보는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가 한 작업 본에 음악과 편집이 들어가니 너무 잘 나왔더라. 그러나 아티스트로서 드는 후회는 늘 있다. '조금 더 잘할걸'이란 마음. 1초 장면이든, 3초 장면이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만, 항상 후회가 남는다.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감정이 들지 않도록 하자'는 다짐을 하곤 한다.”

- 가장 뿌듯했던 작업을 꼽자면?

“극 속 앰버가 기쁜 소식을 듣고 폴짝폴짝 뛰는 장면이 있는데, 제 경험을 토대로 작업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기도 하다. 제가 픽사 합격 소식을 듣고 좋아서 방방 뛰어다녔던 기억을 떠올리며 작업 했다.”

-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프리 프로덕션까지 합치면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다. 모든 애니메이터가 작업하는 기간은 6개월에서 8개월 정도였다. 70~80명의 애니메이터가 참여했다.”

수평적인 회사 문화 '픽사'..."필요할 땐 야근도 합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이채연 애니메이터

- 픽사의 근무 환경이 궁금하다.  

“수평적인 문화다. 직급에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또 전설적인 아티스트분들과 일하다 보니까, 그분들의 작업을 옆에서 보는 그것만으로도 실력이 많이 향상된다. 그 분들은 멘토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보라고 한다. 회사 문화가 "다 같이 함께 성장하자"는 분위기다.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도 끌어준다. 저같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아티스트한테는 너무나 감사한 환경이다.”

- 이번 작품에 총 4명의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참여했다고 들었다. 픽사에서 일하는 한국계 애니메이터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제가 다른 파트와 교류가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20명 안팎 정도 된다고 들었다.”

- 한국서 게임 애니메이터로도 일했다고 했는데, 한국과 비교해 작업 환경은 어떻나.

“야근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많이 한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좀 달라졌다. 한국에선 상사가 퇴근하지 않고 있다면 나도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면, 지금은 내가 필요하기에 야근을 하게 된다. 내가 맡은 장면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열심히 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고, 또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 혼자 있을 때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예전엔 게임이 취미였는데, 이젠 취미라고는 말 못 하겠다. 픽사에 입사한 이후 게임을 한 번도 못 했다. 그 에너지를 회사에 모두 쏟아야 했다. 하하. 그 대신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 감독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나.

“있다. 언젠가는 하고 싶다. 해외에 머물면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바쁘게 보내던 한국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니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활발한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고, 어떤 성격인지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제가 느꼈던 이런 감정들을 영화에 담아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향후 계획은?

“'엘리오'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내년에는 '인사이드 아웃2' 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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