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쓰임새가 분명한 배우 차승원이 내 뿜는 색(色)
[인터뷰365] 쓰임새가 분명한 배우 차승원이 내 뿜는 색(色)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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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복귀작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의 온화한 성품에 반해
-물만 먹어도 살찌는 나이...50대 차승원
-'좋은 사람'이란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사람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주연 자리만 욕심내지 않아요. 정말 싫은 건 3등 같은 조연이에요. 완벽하게 단역이어도 좋으니까 쓰임새가 분명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어요. 도전하는 배우, 다양한 색깔을 내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건강한 에너지를 전하는 배우 차승원(1970~ )이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로 돌아왔다. 요즘엔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시리즈와 '스페인 하숙'으로 대중에게 익숙하지만, 그 이전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최고의 사랑'(2011)의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던 차승원이 있었다.

이보다 더 거슬러 2000년대로 올라가면 충무로 코미디 장르를 이끌던 영화배우 차승원이 있다. '신라의 달밤'(2001) '광복절 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 '이장과 군수'(2007)로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차승원이 코미디 복귀작으로 선택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칼국수 가게에서 칼국수를 팔면서 손님들에게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고 말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철수'와 그의 숨겨진 딸 '샛별'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차승원은 후천적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철수' 역을 연기했다. 

올해로 50세가 되며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많은 변화를 맞이한 그는 "너무 잘되지도, 안되지도 않고 앞으로도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작품이 조금 잘 돼서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차승원은 진솔한 입담으로 인터뷰 현장을 편안하게 이끌었다.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코미디 복귀작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의 온화한 성품에 반해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지적장애를 가진 캐릭터라 연기할 때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언론 시사회 전에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는데 5~6명 정도는 내 연기에 대한 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럴 수도 있지' 싶다가도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아쉬움도 있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그때 조금 더 고민하고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쉬움은 영화마다 남는 것 같다. 힘든 부분은 코미디의 균형이었다. 어떤 관객들은 '코미디인 줄 알고 왔더니 이게 뭐야?' 할 수 있지 않나.

-'철수'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있었다. 그런데 자료를 계속 보다 보면 특정 인물을 따라 하게 되는 게 싫었다. 몇 번 보고 종합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감정을 잡아서 인물을 만들어갔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감독의 영향이 컸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거나 훼손시키면 안 되는데 이계벽이라는 사람을 내가 일 년 넘게 봐온 결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고 온화하다. 영화의 결과나 감독으로서 이계벽은 잘 모르겠지만 '인간 이계벽'은 참 오래 두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평소에 서로의 일상을 물어보고 전화하고 이런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계벽 감독과는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평상시엔 더 좋은 사람이다.

-촬영하면서는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나.

관객마다 다르게 볼 수 있지만 될 수 있으면 신파로 가지 말자고 했다. 딸 샛별이와 철수가 스킨쉽이 좀 있었는데 그런 걸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했다. 영화를 보면 샛별이를 한 번도 앞에서 안아주지 않는다.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함께 호흡한 '샛별' 역의 엄채영과는 현장에서 어땠나. 평소에도 아이들을 좋아하나?

솔직하게 얘기해서 난 우리 애들만 좋아한다. 누구나 그럴 거다. 남의 자식이 예쁜가? 자기 자식이 예쁘지.(웃음) '샛별'이는 엄마가 참 좋은 분이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을 이번에 실감했다. 촬영 현장에 오면 그냥 일상적인 엄마와 딸의 모습이다. 어떤 엄마들은 아역 배우들이 연기 할 때 카메라 뒤에 서서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며 부담을 주기도 한다. '샛별'이 엄마는 그냥 지켜보다가 더우면 수건으로 땀 닦아주는 정도였다. 덕분에 '샛별'이도 스스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아빠 '철수'의 모습에 실제 차승원의 모습도 많이 담겨있나.

예전같으면 내 모습을 가져왔겠지만, 이젠 아니다. 그리고 내가 굳이 평소 모습을 가져오지 않아도 관객들은 날 오래 봤으니까 '아빠 차승원'의 모습을 자연스레 발견 할 거다. 

-아이들이 아빠가 출연한 작품 모니터링은 해주나.

특별히 작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몰래 보고 오더라.(웃음)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사진=NEW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컷/사진=NEW

물만 먹어도 살찌는 나이...50대 차승원

-예능에서의 활약이 연기할 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나.

예능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다. 예능을 매일 하는 사람도 아니고 부담스럽지는 않다. 같이 했던 사람들과 좋은 추억이 있어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다. 예전엔 '이런 이미지는 안돼' 같은 게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다. 난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지 않나.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니 감사하지.

-이전과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데.

내 나이 앞자리가 4에서 5로 바뀌었다. 늦게 자는 것부터 시작해서 안 좋은 버릇들을 다 버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면도도 포기하고 30분간 운동하고 왔다. 예정된 인터뷰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서다.(웃음) 인터뷰 때 성의 없이 짧은 답변만 늘어놓는 게 싫다.

-신체적인 변화도 느끼나? 영화 속에선 여전히 근육질 몸을 자랑한다.

운동을 얼마나 토하면서 했겠나. 예전엔 지금같이 운동하면 근육도 훨씬 잘 붙고 그랬다. 한 끼만 굶어도 살이 빠졌는데 지금은 그냥 똑같더라. 기초대사량이 0이다. 난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까 괜찮지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나이다.

-극 중 '철수'가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고 계속 이야기한다. 식단 조절도 철저히 하는 편인가.

밀가루 먹어야지~.(웃음) 내가 일반식을 좋아하고 특히 아침에 꼭 국하고 밥을 먹어야 된다. 얼마 전에 촬영하다 때를 놓치기도 했고 붙는 옷을 입어야 해서 굶고 촬영을 했더니 점심때 누가 내 옆에서 헛소리하는 목소리까지 들리더라. 이젠 한 끼만 굶어도 이렇게 된다.

-이런 노력 덕에 꾸준히 주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욕심은 없다. 흘러가는 수순이 있지 않나. 꼭 주연만 하겠다거나 조연은 하지 않는다거나 이건 아니다. 내가 싫은 건 진짜 3등 같은 조연이다. 완벽하게 단역이어도 좋으니까 쓰임새가 분명한 역할이었으면 좋겠다. 누가 봐도 3등인 건 싫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형제로 등장하는 배우 박해준, 차승원 스틸컷/사진=NEW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형제로 등장하는 배우 박해준, 차승원 스틸컷/사진=NEW

'좋은 사람'이란 남한테 피해 주지 않는 사람

-추석 흥행 대전에 나선다. 주연 배우로서 부담은 없나.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되지 뭐. 그럼 라디오 한 번 더 출연할 거고.(웃음) 지금은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다. '이 영화는 아니야'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부담감이나 압박은 늘 가지고 있는데 안될 때를 대비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예전엔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생각해서 영화가 실패하면 그 충격이 심했다. 물론 흥행이 되면 좋지만 그것보단 도전하는 배우, 다양한 색깔을 내는 배우라는 자부심이 있다. 내 팬들은 이제 '하이힐' 같은 작품은 그만하라고도 하지만 말이다.

-30년 연예계 생활을 돌아 봤을 때 과거의 차승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왜 그랬니? 좀 더 잘하지 왜 그랬어? 왜 그렇게 시행착오가 많았냐. 너 이렇게 된 거 진짜 운 좋은 줄 알아라.(웃음) 인생을 살다 보면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게 사실이다. 작품이 됐건 사람이 됐건 아니면 나의 관계성이 됐건 아쉬움이 늘 있다. 그 아쉬움을 메워나가고 펼쳐왔다면 이젠 정리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피해 주지 말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요새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인지 대충은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작품에 녹여내기보단 내 모습을 걷어내려고 노력한다.

-차승원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남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그냥 호의로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이젠 나한테 너무 잘해줘도 의심스럽다. 그냥 피해만 안 주면 된다. 그런데 사실 다들 피해를 주면서 살긴 한다. 예를 들면 '밥이나 한번 먹자' 이런 말도 사실 피해 주는 거다. 그 사람은 기다릴 수도 있다. 예전엔 이런 말들을 스스럼 없이 했는데 이젠 하지 않는다. 밥을 언제 먹을 줄 알고.(웃음) '곧 보자' 정도는 문자로 하는 편이다.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배우 차승원/사진=YG엔터테인먼트

-'다시 연기한다면 더 잘할 자신이 있다'는 작품을 꼽아본다면.

영화 '선생 김봉두' 빼고는 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봉두는 딱 30대 중반의 내 나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까칠함이 완성한 인물이라 다시 해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것들은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추석을 보내게 됐는데.

미리 성묘하고 벌초하고 왔다. 가서 뭐 영화 잘 되게 해달라고...맨날 부탁이지. 부모와 자식은 빚의 인연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 느낌이 든다. 평소에 안 찾아가는 건 아닌데 꼭 이럴 때 가서 잘되게 해달라고하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나의 목적이 스스로 보인다. 너무 보여(웃음)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꿈은 없는데 바람이 있다면 너무 잘되지도, 못되지도 않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작품이 조금 잘돼서 손익분기점 넘기면 즐거워하고, 집 앞에서 커피 한 잔 웃으면서 마실 수 있는 생활. 아,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몸이 아프면 짜증도 나고 챙겨야 할 식구들 못 챙길 테고 그런 부담감이 있으니 내가 건강하고 식구들도 건강히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사는 거 진짜 별거 없다. 현실에 만족하고 조금 기쁜 일 있으면 '거봐 기쁘잖아' 이러면서 살아가는 거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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