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엑스칼리버' 작곡가 와일드혼 "명곡 '지금 이 순간' 이을 히트곡 기대"
[365인터뷰] '엑스칼리버' 작곡가 와일드혼 "명곡 '지금 이 순간' 이을 히트곡 기대"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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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걸쳐 '엑스칼리버' 음악 완성
-한국 뮤지컬의 특징? "트리플 캐스팅과 젊은 관객"
-아더 역 카이, 김준수, 도겸 모두 뛰어난 배우
-"관객들에게 신뢰 주는 뮤지컬 작곡가 되고 싶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엑스칼리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EMK뮤지컬컴퍼니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유명 뮤지컬 작곡가이자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 한국을 찾았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지금 이 순간'의 작곡가로 유명한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로 손꼽힌다. 

그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에 이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세 번째 창작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음악을 맡아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들을 보살피는 진실된 리더의 이야기로, 평범한 한 사람이 빛나는 제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통해 가슴 뜨거운 감동과 신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20년 전부터 아더왕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을 준비했다"고 밝히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관객과 만나는 곡은 20곡 내외지만 그동안 100여곡을 작곡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많은 곡을 준비한 만큼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곡에 대해서는 "쓰이지 않는 곡을 담아두는 트렁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오는 15일 '엑스칼리버' 개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프랭크 와일드혼은 "작곡가로서 '캐릭터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EMK뮤지컬컴퍼니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사진=EMK뮤지컬컴퍼니

캐릭터가 말하려는 진실과 마음에 집중

-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음악 콘셉트에 대해서 소개한다면. 

대단한 사람들이 일상보다 조금 더 대단한 상황에 처하는 걸 좋아한다. 한 캐릭터의 죽음과 삶을 다루는 이야기나 새로운 왕국의 탄생을 다루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도 마찬가지다.

-서정적인 음악을 담은 장면과 70명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도 있는 대규모 뮤지컬이다. 작곡가로서 두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지점은 없었나. 

운이 좋게 한국에 와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학생의 입장에서 관객을 관찰해보기도 했다. 관객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특히 EMK뮤지컬컴퍼니의 작품을 볼 땐 뭘 기대하는지 관찰해보니, 스펙터클한 작품을 좋아하는 거 같더라. 극장에 가서 훌륭한걸 보고 왔다는 느낌을 가져가고 싶어 하더라. 작곡가로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캐릭터가 말하려는 진실과 마음이다.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캐릭터의 영혼과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공연장의 크기도 도전 과제 중 하나였다. '엑스칼리버'의 공연장이 정말 크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내 음악이 올라간 공연장은 대부분 세종문화회관의 반절 정도 되는 극장이다. 이 큰 장소에서 관객과 계속 감정선을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무대가 커서 한두명이 서 있을 땐 관객들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 무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왼쪽부터)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주인공 '아더' 역에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 카이, 김준수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멤버 도겸/사진=EMK뮤지컬컴퍼니
(왼쪽부터)뮤지컬 '엑스칼리버'의 주인공 '아더' 역에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 카이, 김준수와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멤버 도겸/사진=EMK뮤지컬컴퍼니

'아더' 카이, 김준수, 도겸 모두 뛰어난 배우

-등장하는 인물 중 본인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면?

작업하면서 캐릭터의 마음과 영혼까지 침투한다. 모든 캐릭터에 감정이 섞여 있고 조금씩 비슷한 부분이 있다.

-세 명의 배우가 한 역할을 연기하는데.

한국에서는 트리플 캐스팅을 꼭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캐스팅 방법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주연배우가 다른 배우와 같은 역할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심하고 무섭게 경쟁한다. 배우들이 '임종'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 무대에 오르겠다고 할 정도다. 한국의 트리플 캐스팅 시스템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아더를 연기하는 카이, 김준수, 도겸과 호흡한 소감은?

카이는 성악을 전공해서 전형적인 아름다운 뮤지컬 스타일로 소화한다. 그래서 좀 더 목을 써서 성악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카이에겐 아마 큰 과제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본인이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도겸은 뮤지컬 무대가 처음인데 굉장히 순수한 친구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무대에 뛰어들어서 '더 배우고 싶어요, 알려줘요'하는 게 보기 좋다. 물론 목소리도 아름답다.

(김)준수는 나를 '미국 형'이라고 부른다.(웃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배우이자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배우다. '드라큘라'라는 뮤지컬 알고 있나? 브로드웨이에서는 '드라큘라'역을 항상 40대 후반에서 50대 남자배우가 소화했다. 캐릭터 자체가 40년을 살아온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드라큘라'에서는 준수가 주연을 맡았는데, 20대 초반에 뱀파이어가 된 드라큘라를 표현하고 싶다더라. 캐릭터의 설정이 바뀌면서 스토리도 바뀌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준수가 아이디어를 낸 연기한 '드라큘라'로 제작되고 있다. 재능도 만혹 큰 무대를 혼자서 채울 수 있는 배우다. 세 아더가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관객이 와서 보고 또 봐도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니 한국 프로듀서들이 미국 프로듀서들보다 훨씬 더 현명하다.(웃음) 

-두 여성 캐릭터 기네비어와 모르가나는 음악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여성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디즈니도 왕자님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역할로 만들지 않는다. '엑스칼리버'에서는 기네비어가 활을 쏘는 캐릭터인데 다른 여자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화끈하고 어떤 남자와도 싸울 수 있는 화끈한 캐릭터다. 모르가나 역시 쿨한 캐릭터로 탄생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연습 현장/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엑스칼리버' 연습 현장/사진=EMK뮤지컬컴퍼니

90년대 중후반부터 준비...작곡만 100곡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곡을 준비했나?

90년대 중후반부터 혼자서 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음악을 꾸준히 준비했다. 곡 수로 따지면 100곡이 넘을 거다. 새로운 뮤지컬 음악을 작업하면서 내가 배우는 것은 내 곡에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선 곡이 바뀔 수도 있고,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 무대에 올리려면 뮤지컬이 6시간으로 늘어난다.(웃음) 

-'엑스칼리버'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같은 히트곡으로 예상하는 곡이 있다면.

랜슬럿이 2막에서 부르는 '없는 사랑'이라는 곡이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많이 알려졌고 콘서트나 국가적인 큰 행사에서도 사용될 만큼 사랑받는 곡인데, 한국에서도 '지금 이 순간'처럼 많은 분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또 아더가 부르는 '왕이 된다는 것'이라는 노래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초연이기 때문에 어떤 곡이 사랑받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너무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과거 팝 음악을 했을 때도 내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곡이 히트하는 경우도 있었고, 잘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곡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작곡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창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곡은 어떤 곡인가.

'난 나의 것'이라는 곡이 가장 힘들었다. 모르가나가 아더에게 '넌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지금 네 부모님은 실제 부모님이 아니야, 넌 왕의 아들이야'라고 말하면서 아더의 분노를 끌어내야 하는 곡이다. 25번의 작업을 거쳐 완성된 곡이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포스터/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엑스칼리버' 포스터/사진=EMK뮤지컬컴퍼니

관객들에게 신뢰 주는 뮤지컬 작곡가 되고 싶다

-한국 뮤지컬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한국 뮤지컬은 관객도 배우도 매우 젊다. 가요 쪽에 있다가 뮤지컬로 온 배우도 많고, 뮤지컬 스타들의 경력도 20년 정도다. 미국, 유럽, 일본 뮤지컬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브로드웨이도 관객이 젊지만 70%가 관광객이고 일본은 90%가 중년 여성 관객이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긴 역사는 없지만, 산업이 젊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작업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작곡가로서 멜로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옛날 스타일이긴 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푸치니 같은 선율이 살아있는 클래식 작곡가부터 스티비 원더나 비틀즈까지 모든 예술가로부터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뇌가 아닌 가슴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을 통해 관객분들에게 '프랭크 와일드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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