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배우 전도연의 용기와 욕망 "관객의 기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받고 싶다"
[365인터뷰] 배우 전도연의 용기와 욕망 "관객의 기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받고 싶다"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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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 세월호 소재 부담감에 출연 거절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영화를 찍고 달라진 부분은..."
-전도연을 향한 관객의 기대와 부담스러움
-새로운 장르와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 하고파
배우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 숲
배우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 숲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이름만으로도 기대감과 무게감을 동시에 전하는 배우 전도연이 열여덟번째 영화 '생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여배우들이 결혼·출산·육아로 자의 반 타의 반 갖는 휴식기도 비켜 간 '칸의 여왕' 전도연이 데뷔한 이후 가진 최대 공백기였다. 공백기를 깨고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생일'. 그러나 한번 출연을 거절 했을 만큼 부담감도 컸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속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전도연은 "세월호 소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 사람들이 내가 '생일'의 순남을 연기하면 '밀양'(2007)의 신애를 많이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며 순남을 연기하기까지 가졌던 고민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고민하던 전도연을 현장으로 이끈 것은 '생일'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었다.

그는 '생일'에 대해 "이 이야기가 또다시 아픔을 들춰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거나 정치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고 했다면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았어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관객분들이 선택하고 참여하게끔 만드는 영화"라고 말했다.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 '영화나라 흥행 공주'를 꿈꾸는 배우 전도연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365가 만났다.

◆ 전도연을 향한 관객의 기대와 부담스러움

-3년만에 영화를 선보인 소감은 어떤가. 

시사회를 하고 나니까 조금 홀가분하다. 이번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선택도, 촬영 때도 그리고 개봉까지도 쉽지 않았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래서 지칠까 봐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은 것만 골라 듣고 있다. 좋은 이야기 들으면 힘이 나지 않나. 

-기억에 남는 좋은 이야기가 있나.

영화를 보기 전에 세월호라는 소재이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렵고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지레짐작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까 '다 같이 봐야 할 영화고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라는 말이 좋았다. 이런 이야기들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편하게, 물론 이 영화가 아주 편할 수는 없지만 '아, 그래?'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배우로 불린다.

정말 감사하다. 어떠한 부담이라고 하더라고 '기대'라는 건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받고 싶은 게 '기대'인 것 같다. 그런데 기대가 아닌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대해 갖는 부담스러움도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진지해서일 수도 있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계속해서 일 수도 있고. 그래서 사실은 내가 이 작품을 했을 때 세월호라는 무게감에 전도연이라는 무게감을 더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했다.

-이번 '생일' 작품도 그렇고 계속해서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하는 이유가 있나.

일단 잘 하는 것 같다. (웃음) 그런데 사람이 항상 잘 하는 것만 하고 싶지는 않다. 안 해본 것도 하고 싶지. 생각해보면 못한다고 생각하고 안 해본 게 더 많다. 그런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반복적으로 익숙해지는 게 싫어서 계속 거부하고 쳐내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오랜 공백이 생기고…'생일'도 '남과 여'(2016) 이후로 3년 만인데 이것도 한번 거절을 하지 않았나. 힘든 작품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연기가 즐겁고 현장이 좋은데 감정적인 고통까지 즐기지는 않는다. '이거 아니면 못하겠어요'도 아니고 피해갈 수 있는 것들은 피해가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도 하고 싶다. 그런 욕망이 엄청나게 크다. 진짜로. 

◆ '세월호' 소재 부담감에 출연 거절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생일' 시나리오를 잘 봤는데 거절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세월호 소재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 사람들이 내가 '생일'의 순남을 연기하면 '밀양'(2007)의 신애를 많이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이종언 감독이 '밀양'의 이창동 감독님 연출부였다. 현장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었다. 이종언 감독이 내가 읽은 '생일'과 순남에 대해 궁금해했고 내가 출연하지 않더라도 이 작품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었다. 표면적으론 거절했었지만 '내가 이 작품을 놨었나?'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출연 결정을 했을 때는 이제부터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였다. 여러 가지 부담들을 넘어설 정도로 그 이야기의 힘이 컸다.

영화 '생일' 스틸컷/사진=NEW
영화 '생일' 스틸컷/사진=NEW

-이종언 감독과는 '밀양'을 찍을 당시 어떤 기억이 있나.

그때는 내 눈도 못 쳐다봤지. (웃음) 당시엔 내가 날이 곤두서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원만한 소통이 안 됐었다. 누가 뭐라고 말하면 "왜! 뭐!" 이랬었으니까.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아이를 잃은 엄마 신애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진짜 발악을 하고 있었구나 싶다. 내가 알지 못하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서 연기하기 때문에 내가 느끼고 있어도 가짜 같고 거짓말 같았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생일'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일단은 너무 기특했다. 서로 '종언아' '언니' 이렇게 불렀는데 내가 시나리오 읽고 나서는 바로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존중이 생길 만큼 좋은 글이었고 하고 싶은 글이었다. 이종언 감독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출연을 거절했을 때도 내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일'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좋았다. '하하' '호호'할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서로를 긴장시키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 하면서 촬영했다. 

-촬영하면서 순남의 감정보다 본인의 감정이 특별히 앞서 나간 장면이 있었나.

사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이미 내 감정이 앞서 나가서 너무 슬퍼하고 오열을 할 정도였다.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 읽고 느낀 감정이었다. 주변에 모니터해달라고 했을 때도 하나같이 다 오열을 하면서 전화가 왔다. 나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슬픔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의 마음으로서 더 많이 아파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너무 아플 것 같으니까 하지 말라고 말렸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슬픔으로 너무 순남을 앞서 나갈까 봐 그런 부분들이 좀 우려가 됐다.

◆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영화를 찍고 달라진 부분은..."

-2014년 4월 16일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그때의 기억은…일말의 의심도 없이 당연히 구조가 되겠지 생각했었다. 아이들과 함께 배가 가라앉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때문에 모두의 트라우마가 됐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을 외면하고 피했던 것 같다. '내가 작게나마 무언가를...' 이게 아니라 나는 그냥 모른 척하고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 때문에 시나리오를 보고 미안함이 컸었다.

내가 당시 그렇게 모른척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모르는 일이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마음속에 미안함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생일'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기이고 이야기할 기회가 왔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또다시 아픔을 들춰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거나 정치적으로 문제 제기를 다시 한다고 했다면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았어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이 이야기이기 때문에 용기가 났다.

-영화를 찍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사실 없다. 연기하긴 했지만,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싶다. 아직 이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고 진행형이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건 피로도도 있고 의견들이 분분하지 않나. 나도 관객들과 똑같이 그냥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있고, 집에 가면 가족이 있고... 이런 작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들이 '의무감이 생기지 않았나?'고 생각했을 텐데 생길 수가 없었다. 유가족들 시사회 때 무대인사를 갔었는데 그 안에를 못 들어가겠더라. 한발을 딛기까지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리고 그분들을 똑바로 못 쳐다봤다.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그 안에서 '저는 순남을 연기했고, 잘했어요? 영화 어때요? 조금 위로가 되세요? 어땠어요?'라고 감히 말할 수가 없는 거였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그냥 너무 죄송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 새로운 장르와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 하고파

-공백기 동안 많이 우울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다. 사실 나이도… 내가 나이가 너무 애매한가? 이런 생각도 했다. 나이 50이 되면 차라리 조금 나아지려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50이 되기 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또 있지 않나.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지금도 하고 있고 그리고 뭔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고.

-판타지 장르는 어떤가?

좋은 게 있으면 하겠지만 뭔가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 지구 종말' 그런 판타지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보긴 하지만 내가 선호하는 장르는 사실 아니다. 그런데 '만약에 들어오면 안 할 거냐?'면 그건 아니다. 해야지. (웃음)

-히어로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우뢰매' 뭐 이런 거?(웃음)

-그럼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최근에 보면서 탐났던 작품이 있었다면.

욕심나는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닌데 '내가 저걸 했었으면 더 잘했을 텐데'는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본다. 사실 차기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나름 블랙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코미디는 많지만 블랙 코미디는 많이 없지 않나. JTBC '전체관람가'에서 단편 영화 '보금자리'를 했을 때도 연출을 맡은 임필성 감독이 "도연아 조금만 기다려봐, 사람들이 시나리오 다 너한테 준다더라"고 해서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웃음) 빠른시간안에 뭔가 바뀌진 않겠지만 다양한 작품을 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게 내일이 될 수도 있는 거지 않나. (웃음)

-과거 천만 관객 영화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했었는데 여전한가.

천만 영화보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에 대한 갈증인 것 같다. 그건 작품마다 있을 것 같다. 지금 천만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전도연이 달라지고 대단한 뭔가가 생길까'라고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용기가 되고 힘이 나겠지. 

-딸은 엄마가 유명 배우인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웃음) 내색은 하지 않는데 그래도 우리 엄마가 대한민국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은 있는 것 같다. 어디 가서 자랑하진 않아도 자부심은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지라고 했다. 엄마가 영화를 많이 찍지는 않지만.(웃음)

-'칸의 여왕' 말고 새롭게 원하는 수식어가 있다면.

내가 제일 처음에 얻은 수식어가 '영화나라 흥행 공주'였다. 지금이라고 다시 한번 못 붙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웃음)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는 것 같다. 강요하지 않고 관객분들이 선택하고 참여하게끔 만드는 영화라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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