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넷플릭스와 손 잡은 이유
[인터뷰]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넷플릭스와 손 잡은 이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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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로 오스카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명감독
-영화 '로마',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작품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중 세계 3대 영화제서 첫 작품상 쾌거
-쿠아론 감독 "넷플릭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출처=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영화 '그래비티'와 '칠드런 오브 맨'으로 국내에서도 다수 영화 팬을 보유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신작 '로마'로 돌아왔다. 

1991년 '러브 앤드 히스토리'로 데뷔한 후 '위대한 유산'(1998), '이 투 마마'(2001),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사랑해, 파리'(2006), '칠드런 오브 맨'(2006)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쿠아론 감독은 전작 SF영화 '그래비티'(2013)로 오스카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이번에 선보인 영화 '로마'는 영화 '이 투 마마'(2001)에 이어 모국 멕시코에서 찍은 흑백 영화다. 쿠아론 감독이 유년을 보낸 1970년대초 멕시코시티 로마를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작품이란 점에서 그에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어린시절 자랐던 집과 동네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소망은 15년이 지난 후에야 완성 될 수 있었다. '로마'는 쿠아론 감독의 어린 시절 가정부였던 '클레오'란 여성의 삶을 통해 격동의 시절과 사회 계층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쿠아론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에도 나섰다. 그의 필모그라피 중 108일이란 최장 촬영 기간 동안 장편에서는 극히 보기 드문 시간 순서에 따른 촬영을 시도, 당시의 디테일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제작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 '로마'는 제7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중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첫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21일 오후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진행된 화상기자간담회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공개한 영화 '로마' 탄생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

-넷플릭스와 손잡고 이번 영화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출시를 전제로 영화 '로마'가 제작되었는데, 극장이란 전통적인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나 역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 출시하게 되어 흥미롭다. 우선 영화의 스토리나 촬영 방식, 그리고 출시에 관심을 가졌던 플랫폼이 넷플릭스였다. 그리고 '로마'는 멕시코 언어로 흑백으로 찍은 작품인데,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관객이 극장에서 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지만, 이 플랫폼을 통해 현실적으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수 있으니까. 20년~30년 후 시간이 흘러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묘미인 것 같다. 

-그러나 영화제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제작 영화들에 대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지 않나. 앞서 칸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 초청을 거부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들에 대해 영화제들이 배척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새로운 플랫폼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플랫폼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고 본다. 또 플랫폼들도 극장에서의 영화 출시가 감독들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플랫폼들은 영화의 선택의 다양성과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내 사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시장을 봤을때 요즘 극장은 할리우드나 슈퍼히어로 같은 영화가 중심이 되면서, 극장에서의 영화 선택은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폭에서 플랫폼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엔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에 존재했다. 제가 어릴 적 극장을 찾으면 할리우드 영화 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 유럽 영화, 아트하우스 영화 등 여러 영화들을 선택해서 봤는데 지금은 이러한 플랫폼에서 가능해졌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스틸 컷/사진=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스틸 컷/사진=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았다. 본인이 아닌 어린 시절 가정부 였던 클레오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는.

작품을 하면서 제 캐릭터를 중심으로 연출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클레오는 제가 가장 사랑했고 애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상처를 함께 공유했던 캐릭터다. 어찌보면 한 가정이 안고 있던 상처이자, 좀 더 크게 본다면 멕시코 사회가 안고 있던 상처, 더 나아가 전 인류가 안고 있던 상처를 표현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유년기 스토리 뿐 아니라 1970년부터 1971년까지 멕시코에서 펼쳐진 민주화운동을 담고 있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제 개인적인 삶의 기억들과 스토리가 1970년대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정이 깨지면서 아버지가 떠나는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런 상처는 제 가정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멕시코의 상처나 흉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멕시코 내 갈등 현상들도 함께 표현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학생시위와 시위대와 군대의 갈등, 유혈사태 등의 장면은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이 당시 멕시코에서 빗발쳤던 민주화 요구 시위는 현재 멕시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

민주화를 위한 노력 덕분에 멕시코의 시대 정신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화에 실패하고 정부의 억압으로 지하화 됐다. 어찌보면 아직도 멕시코는 민주화 과정 중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때 멕시코와 한국 사이에 감성적인 유사성이 있는 것 같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두 국가가 다르지만, 민주화 과정 속에서 독재체제에서의 갈등과 민주화를 가장한 독재정권과의 싸움 등을 거친 멕시코와 한국, 두 나라간 감성적인 공감대가 있을 것 같다. 정부와 고위층간 비리에 의한 상처와 흉터도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영화를 보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테마 역시 사회고위층 안에서의 수많은 비리와 부패로 인한 갈등이고,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에 대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더라. 이 영화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출처=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전작 '그래비티'와 '칠드런 오브 맨' 등 줄곧 작품을 함께 해온 멕시코 출신의 촬영 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일정상 참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직접 촬영감독까지 도맡았는데.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여러 사정으로 이 작품에 참여못한다고 했을때 제게 "직접 촬영을 하는게 낫다"며 오히려 설득했다. 사실 제 경력은 카메라 촬영감독서부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카메라 촬영 공부를 했었고, 초년에 다양한 TV프로그램에서도 촬영감독을 맡았다. 사실 어렵지는 않았다. 다른 영화 작업 역시 초반 며칠이나 몇주는 실제 촬영을 하곤 했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직접 촬영을 하면서 영화의 질감이 달라진 부분도 있는가.

65㎜디지털로 촬영했는데, 1950년대 흑백을 재현하는게 아닌, 매우 현대적이고 디지털스럽게 흑백영화를 찍고 싶었다.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초반엔 긴장은 했다. 각본에 내 모든 생각을 쏟아서 썼는데, 주변사람들과 스토리에 대한 공유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해석과 필터를 거치지 않고 내가 생각한대로 각본에 있는 모든 것을 촬영할 수 있었다.  

-극 중 군사 훈련 장면에서 한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이 언급된다. 극 속 태권도가 등장한 이유가 궁금하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적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언급이 됐다. 당시 멕시코 군대 훈련시 무술로 태권도를 배웠다. 안타깝게도 당시 태권도는 반정부 시위나 주로 학생 시위를 제압하기 위한 사회적 억압 도구로 활용됐다. 

영화 '로마' 알폰소 쿠아론 감독/출처=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전작 '그래피티' 찍은 이후 모국어로 영화를 찍은 이유가 궁금하다. 

이 작품은 제 고향이자, 제가 자란 동네에서 촬영을 했다.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고 해야했던 작품이었다. 모국어로 모든 창작 과정과 사고, 그리고 연출 까지 하다보니 모든 표현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직관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공감하는 요소들이었다. 

언어의 전환이나 통역이란 어떠한 필터 없이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보다 자유롭고 감성적인 디테일과 뉘앙스까지 다 표현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수년간 지내고 외국 생활을 하면서 다른 언어로 많은 작품에도 연출하고 참여했지만, 저의 감성적 뿌리는 멕시코에 있다고 생각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 스틸 컷/사진=게티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그래비티'(2013)이나 '칠드런 오브 맨'(2006), 영화 '위대한 유산'(1998)을 보면 엔딩에 물이나 바다와 관련된 장면이 나온다. 영화 '로마' 역시 마지막 장면 배경에 바다가 등장한다. 영화 엔딩에 물이나 바다를 배경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엔딩을 연출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영화 '그래비티'이나 '칠드런 오브 맨'의 엔딩엔 의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그래비티'에서는 물에서 기어나와 걷게 되는 진화의 과정을 하나의 비유와 은유로 표현하고 싶었다. '로마'는 엔딩에서 새로운 체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의도적으로 바다 장면을 넣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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