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2의 전성기' 배우 주지훈 "다섯 작품 연이어...행운의 한 해"
[인터뷰] '제2의 전성기' 배우 주지훈 "다섯 작품 연이어...행운의 한 해"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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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시리즈, '공작' 연타 흥행이어 '암수살인'으로 돌아온 배우 주지훈
-'암수살인' 부산 사투리 높은 진입 장벽 실감...성조를 5단계로 나눠 연습
-연쇄살인마 연기...삭발에 노메이크업 도전
영화 '암수살인' 배우 주지훈 /사진=쇼박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2018년 흥행에 성공한 굵직한 한국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배우가 있다. 

올 여름 쌍 천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 '신과 함께' 1, 2편에서 '저승차사 해원맥'으로, 이어 8월 개봉한 영화 '공작'에선 북한 보위부 과장으로,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암수살인'에서는 희대의 살인범 역할로 충무로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배우 주지훈이다.

1년도 채 안된 시간에 그가 출연한 개봉작만 벌써 4편이다. 오는 11월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쉼없는 연기 활동을 이어간다. 이만하면 2018년은 "주지훈의 해"로 기억될 만 하다.

다양한 장르와 선과 악을 오가는 역할들을 폭넓게 소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주지훈을 영화 '암수살인' 개봉에 앞서 만났다. 

배우 주지훈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어 8월 영화 '공작' 개봉, 그리고 10월엔 '암수살인'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감사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제가 마음을 먹는다고 관객들을 많이 만 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 행운이 찾아온 한 해였다. 제코가 석자라 작품을 고르지 않는데, 운 좋게 제게 들어온 작품들이 장르나 캐릭터가 겹치지 않았다. 게다가 개봉도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다행히 영화 '신과 함께'시리즈와 '공작'도 사랑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 '킹덤'까지 하면 5편인데 언제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싶다. 감사하는 마음이다.

-영화 '암수살인'에서 악역을 맡았는데. 살인범이란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암수살인'은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범죄 실화 영화다. 1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 강태오(주지훈)가 사건 발생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암수사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고,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자백을 토대로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암수살인'이란 신고나 시체,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의미한다. 강태오 역할의 적임자를 찾고 있던 김태균 감독은 영화 '아수라'에서 선과 악 사이 외줄타기를 하는 주지훈의 모습을 보고 "드디어 태오를 찾았다"며 캐스팅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이유가 있는' 악인 역할이었다면, 영화 '암수살인' 속 악인은 변명할 여지 없는 '그냥' 악인이다. 영화 '신과함께' 개봉 전 이 영화 출연을 결정했는데, 주변의 반응은 우려와 응원이 반반이었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가 나쁘지 않은 흥행 기록을 받았고, 좋고 밝은 캐릭터 이미지에서 벗어나 왜 꼭 이 역할을 해야하냐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배우의 입장에서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는 응원도 있었고. 연기의 연속성상으로 내겐 도전의 의미가 있었다. 외형적인 변화도 도전이었을 수도 있겠고.

-삭발 감행에 노메이크업으로 출연하는데

다행히 시사회 후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외적인 변화가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도운 것 같아 다행이더라.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영화 공작', 암수살인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사진=쇼박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제 무덤을 제가 파는 스타일이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어릴 적 곽경택 감독님의 영화 '친구', '똥개' 등 사투리가 나오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언젠간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암수살인' 출연 제의가 왔을때는 나도 제대로 된 사투리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큰 실수' 였다는걸 깨달았다. 사투리를 너무 쉽게 본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제가 제 발목을 잡은 거다.(웃음)  

-영화 '공작'에서 북한말도 도전하지 않았나

물론 그 때도 어려웠다. 그러나 평양 사투리는 내가 알던 언어가 아니었기에 거부감 없이 흡수했다. 그런데 경상도 사투리는 내가 들어도 아닌건 아니라고 들리니까. 그 '허들'이 정말 높더라. 경상도 사투리는 진입 장벽이 높다. 온 국민이 심판자가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서 그런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나. 그래서 더 힘들었다. 잣대가 더 엄격하니까. 

-사투리 연습은 어떻게 했나.

많은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대본에 뭘 적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건 해도 해도 안되니까 점자책처럼 성조를 5단계로 나눠서 한글자 한글자 체크를 하면서 연습했다. 곽경택 감독님이 제작자이기도 하지만 김태영 감독님과 각본 공동 집필에도 참여 하셨는데, 곽 감독과 함께 몇 달간을 매일 2~3시간 과외 공부하듯 연습했다. 진이 빠질 정도였다. 그냥 연습이 아니라 촬영하듯 감정을 넣어서 쉼 없이 혼자 연기했다. 마치 연극하는 것 같았다. 고된 연습이였지만, 새로운 작업 방식이었고 보람을 느꼈다.

또 걷는걸 좋아해 청담동 거리를 계속 걸어다니면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사투리 녹음을 들었다. 5~6시간 혼자 속삭이면서 사투리 연습을 하고 다녔다. 스마트폰에 녹음하는 것 보다는 테이프로 녹음해서 들으면 좋다고 하길래 감독님이 직접 사투리를 녹음해서 주셨다. 테이프로 연습하면 원하는 정확한 부분의 반복 청취가 수월해 집중도가 높더라.

-결국 그 '허들'을 넘었는데.

내가 허들을 넘었는지 안넘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관객들의 판단하실 문제니까. 나도 이번에 경험을 해봤으니 앞으로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손쉽게 하겠거니 했는데, 대본에 있는 대사만 훈련이 된 거였더라. 내 생각이 얄팍했던 거지. 오히려 앞으로 더 힘들 것 같다. 겁이 날 것 같다. 외국어의 경우도 이번 영화를 하면서 영어대사는 힘들겠다 싶더라. 좋은 발음인지 아닌지가 명확히 들리니까. 제가 여러 나라의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스페인어나 불어는 영어보다 익숙치 않은 언어라서 발음에 대해선 좀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더라. 제3세계 언어는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연쇄 살인마란 캐릭터 연기를 위한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뉴스를 보면 실제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영화 속에서도 거의 다 '묻지마 살인'으로 이유가 없다. 분석하고 이해하기보다는 인간이 악해지는데는 큰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암수살인'의 매력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잘 넘어가는 대본이 있다. 정말 술술 넘어가더라. 형사장르물을 탈피한 듯한 느낌이랄까. 그동안 새로운 시도들이 있어도 뭔가 어색하거나 허전하거나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새롭고 끌렸다. 특히 캐릭터가 내면이나 표현방식에서 울퉁불퉁한 느낌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그렇게 표현을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까. 그런데 김윤석 선배님 캐스팅 소식을 듣고 큰 힘이 됐다. 의지할 수 있겠다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배우 김윤석과 첫 호흡인데. 호흡을 맞춰보니.

좋았다. (하)정우형과 친한데, 정우형이 "가필드 형(김윤석) 너무 귀여우신 분이다. 너와 잘 맞을 것"이라고 얘기해 주더라. 어려운 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신나는 마음으로 뵈었고, 실제로도 좋으셨다. 내가 어렵고 낯설다고 생각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다가오는게 아닐까 싶다. 촬영하면서도 윤석 선배님을 많이 의지했다. 내가 부족해도 그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집중도 더 잘 되고 뭔가를 용기 내서 펼칠 수가 있는 것 같더라. 나 역시 열심히 준비했다. 극 속 태오가 형민의 감정을 쥐락펴락 해야하는데, 그걸 못하면 의지는 커녕 제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암수살인2'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사진=쇼박스

-형민과 태오의 만남이 주로 이뤄지는 접견실이 영화의 주요 공간이다. 두 배우의 두뇌싸움과 심리전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인데. 

(영화 '암수살인'은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범죄 실화다. 2012년 김태균 감독은 방송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에피소드를 본 후 5년간의 끈질긴 취재 끝에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기록과 과정을 토대로 영화를 재구성했다. 감옥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으며 퍼즐처럼 추가 살인의 단서를 흘리는 강태오와 그 단서를 믿고 사건을 뒤쫓는 형사의 긴장감 넘치는 밀도 높은 심리전이 영화의 큰 틀이다.)

디테일이 중요했다. 같은 접견실의 같은 공간과 감정 부분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나, 고개를 드는 각도 등 동작 하나하나를 다 계산하고 연습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이렇게 디테일을 따졌던 이유가 영화에서는 뛰어다니거나 액션신이 없다보니, 접견실 안에서의 심리전으로 보여줘야 했다. 태오와 형민과의 '밀당'이 관객에까지 넘어가야 했기에, 그 장치로서 디테일을 찾는 싸움을 치열하게 했다. 준비도 많이 되어 있어서 현장에서 막히거나 힘들지 않았다. 현장에서 톱니바퀴가 유려하게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였다. 

-전작 '공작' 속 심리전과 비교한다면.

결이 달랐다고 해야하나. '공작'의 경우 현장이 편했다. 신나게 갔다가 끝나면 힘든 반면, '암수살인'은 아침에 현장에 가기는 싫은데 막상 가면 좋았다. 마치 한 여름에 찬물로 샤워를 하면 좋은데 물을 몸에 뿌리기까지 엄청난 고뇌가 있지 않나.(웃음) 그런 느낌이었다. 언어도 스트레스였고. 이야기의 결이 달라서 그런가? '공작'의 경우엔 거대한 이념이나 사명감이 투철한 군인의 모습이라면, 이 영화는 한 개인이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스토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느낌은 확실히 다르더라.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영화 공작', 암수살인
영화 '신과함께', 영화 공작', 영화 '암수살인' 스틸 컷

-'아수라', '신과함께', '공작', 그리고 '암수살인'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데. 

책이던 영화던 한 장르에 빠져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코미디 장르도 즐겨보고, 제3세계 영화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장르의 대본을 봤을때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실패한 적도 있다. 나와 잘 안 맞는 옷 같다는 관객들의 반응이 나올 때도 있다. 약인지 독인지는 모르겠다. 배우는 긴 여정을 위한 싸움을 해야하니까 나중에 돌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드라마도 복귀하는데

4년 만의 출연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공백기 동안 작업 방식이나 촬영 시스템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니 불안함도 있고. 

-다작 배우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다작을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우선 작품이 들어와야 하는거니까. 좋은 작품, 재미 있는 작품이 들어온다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안 받은 작품들이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  

다작 배우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긴 배경엔 황정민·하정우 형이 다작을 한 영향이 큰 것 같다. 많은 작품에 출연해도 관객분들이 변치 않고 봐주고 응원을 해주시는 분위기가 됐으니까. 후배로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선배들이 그 과정을 몸소 검증해서 보여주신거라 생각한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일궈낸 훌륭한 성공 보고서를 본거나 마찬가지니까.

-2006년 드라마 ‘궁’으로 데뷔했으니, 12년차 배우인데.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가

내가 선배들을 믿고 의지했고 실제 도움을 받은 것처럼 나도 후배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