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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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연대] 이솔림·박소진·김수연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에서는 숏폼 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유유, 2026)

우리는 왜 그냥 즐기지 못할까(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유유, 2026)

좋아서 시작한 일도 부담이 더해지면 마음이 바뀐다. 일은 쉽게 그렇고, 취미였던 것마저도 그렇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성장하라고 재촉하는 사회에서 방심했다가는 금방 삶의 즐거움을 잃고 만다. 하지만 즐거움이 빠져나간 삶은 무엇을 위해 계속될까? 즐거움 없이 살아가는 건 너무 고된 일이 아닌가?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는 ‘즐기는 일’의 소중함을 설파한다.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적으로 변한 이 사회를 바꿀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지금의 사회는 향유해야 할 것을 끝없이 제시하면서도, 목적 없는 행위는 강하게 배제한다. 우리는 운동과 휴식마저도 어떤 효용으로 이어질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여긴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17세기 이후 철학을 간명하게 훑고 칸트의 ‘쾌’ 개념을 불러온다. 이를 통해 아무 쓸모로 환원될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즐거운 것들의 가치를 되찾으려 한다.

이 책의 1장은 대학 간담회 발표를 바탕으로 하고, 2장은 저자의 논문을 바탕으로 한다. 같은 주제를 다른 형식으로 두 번 읽는 셈이다. 그러나 내용이 중복된다고 느껴질 걱정은 없다. 대학생들을 고려한 간담회식 말하기와 개념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논문의 방식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독자는 각 장에서 저자의 주제를 다른 깊이로 재흡수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이솔림 / 출판마케터·비평연대) 

이솔림

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 (김강우 지음, 책과삶, 2026)

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김강우 지음, 책과삶, 2026)

도망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나의 지옥은 나를 죽이지 못했다'는 도망이야말로 고통을 끊어 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는, 가장 능동적인 생존의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정치범으로 몰려 죽은 아버지, 무너진 생활, 숨 쉬듯 이어지는 굶주림 속에서 저자는 “미래의 찬란한 삶”을 위해 독재 체제로부터의 탈출을 택한다. 그러나 첫 번째 탈북에 성공한 뒤에도 그는 자유 안에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었다. 북에 남겨 둔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을 어긴 것은 반성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구한 내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자는 이 결심 하나로 다시 사지에 들어간다. 22일간의 탈북 기록과 북한 생활의 묘사는 고화질 영상처럼 생생하다. 특히 재입북 당시 들고 간 아이폰으로 촬영해 온 북한 사진들은 그 현실감을 더한다. 그러나 끝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두 번째 도망을 택한 한 인간의 마음이다.

"세상이 잿더미가 되어도, 인간은 사랑하는 것을 위해 사선을 넘는다."

이 한 문장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다.(박소진 / 출판편집자·비평연대)

박소진

■ 생각이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행동이 인생을 바꾼다 (카레나 킬코인, 서스테인, 2026)

생각이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행동이 인생을 바꾼다(카레나 킬코인, 서스테인, 2026)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을 사고의 영역으로 가져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안 좋은 기억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남아 우리를 끝까지 괴롭히며 맴돈다. 지금 당신이 겪는 어려움이 혹시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트라우마로 현재까지도 분노와 억울함을 갖는 이들에게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먼저 본인의 과거를 솔직하게 풀어내며 우리의 경계를 낮춘다. 부모의 학대와 가난, 정체 모를 수치심과 과거에 대한 분노를 고백하며 그녀는 독자 옆에 선다. 처음에는 저자의 이야기가 과하게 상세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고통스러워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덮은 뒤 깨달았다. 이렇게 솔직해서 독자가 믿고 따라갈 수 있었음을.

초반부의 과학적 분석과 달리 해결 방안에는 명상 같은 민간요법적인 면이 있다. 계속해서 ‘괴로울 테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달라’ 독자를 다독였던 것에 비해서는 가볍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저자의 어린 시절을 따라가며 나의 트라우마 또한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는 데에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건너지 못하는 강물이 사실 얕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과거의 상처는 생각만 해도 소모되는 기분이다. 과거를 떠올리면 울분, 억울함과 슬픔 내지는 좌절감 같은 것들이 뇌로 노크를 하며, 끝내 자기혐오의 씨앗이 된다. 이 불쾌한 감각을 아는 사람이라면, 분노에 허덕이며 어쩔 줄을 모르겠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김수연 / 출판마케터·비평연대)

김수연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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