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13) 식물의 욕망에 비춰진 인간의 모습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13) 식물의 욕망에 비춰진 인간의 모습
  • 천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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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폴란지음 저, '욕망하는 식물'

책 한 권에 담긴 활자들이 천지수의 몸과 기억과 희망을 만나 씨앗으로 응결되면, 화가는 그 작은 것을 캔버스에 심고 붓과 물감으로 키워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독서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는 실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책 읽는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리뷰'는 그 대답 중 하나다. 열 세 번째 책은 '욕망하는 식물'(마이크 폴란지음/이경식 옮김/황소자리)이다.

'욕망하는 식물'(마이크 폴란 지음/이경식 옮김/황소자리)

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화가·서평가) = “인간이란 생명체는 자연에서 자기가 차지하는 역할을 턱없이 과대평가하는 존재다. 인간들이 오로지 자기 종만을 위한 행위라고 착각하는 활동 중 많은 것들은 자연이 보기에는 그저 사소하고 우연한 일이다.”

'욕망하는 식물'의 저자 마이클 폴란은 어느 날 자신의 정원에서 감자 씨를 뿌리다가 사과나무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꿀벌들을 보고 인간도 꿀벌과 같이 특정한 식물 유전자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인간과 꿀벌이 식물의 욕망에 의해서 조종당한다는 것이다. 모든 식물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관심사는 자기 종을 좀 더 많이 세상에 퍼뜨리는 것이다. 벌과 사과나무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공진화供進化‘를 이룬다. 대상 동물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자기 종을 널리 퍼뜨리는 식물의 지혜로움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전복시킨다.

저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식물의 관점으로 세상을 달리 바라본다. 그리고 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 이 네 가지 식물의 생태와 인간들이 오랜 세월 어울려 살 수밖에 없도록 이끈 서로의 욕망에 초점을 맞춘 질문과 해답을 찾아간다. 긴 세월 동안 인간의 문명과 역사를 움직인 달콤함, 아름다움 , 황홀함, 지배력이라는 이 유혹적이고도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욕망은 평범한 식물들의 욕망과 얽히고설켜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3장에서 다루는 황홀함과 도취의 욕망 ’대마초‘는 매우 영악하다. 인간의 의식에 작용해 신비한 효능을 발휘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여 욕망을 충족시키고 인간의 숭배를 받으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대마초를 피운 뒤의 의식 상태 변화를 사람들이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는 ’망각‘의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대마초를 피우면 감각은 더 선명하고 예리해지며, 통찰력은 한층 깊어진다는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때 느끼는 경이로움이야말로 자기의식 상태와 내용을 바꾸려는 인간 욕망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에는 만병통치약으로 구분되어 널리 사용되었던 대마초가 왜 금단의 식물이 되었을까? 인정하지만 금지할 수 밖에 없는 이 유혹적인 식물을 역사적, 종교적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자연은 튤립을 보고 아름다움으로 느끼고 대마초를 피우며 황홀경에 도취하는 인간의 뇌에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인 내가 식물이라는 우주와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저자는 이 책 역시 식물이 쓰도록 부추겼다고 한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화폭에 그려 넣는 나 또한 식물을 찬양하게 하는 마법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마치 자연의 연금술사인 식물처럼 마술 봉 같은 붓을 잡고 세상을 망각한 채로 화폭 속에서 달콤하고 아름다운 욕망을 충족하며 황홀경에 빠져있는 것이다. 니체가 묘사하는 일종의 초월적 상태. 자아를 완전히 몰입한 상태다. 이런 상태는 미술가, 운동선수, 도박사, 음악가, 무용가, 전쟁터의 병사, 신비주의자, 명상가, 기도에 몰입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그림을 왜 그리냐고 물어봤을 때, 대마초에 대한 경험이 전무후무하기 때문에’대마초가 없어서요‘라는 대답은 적당하지 않지만, 마치 대마초의 효과처럼 몰입하면서 초월적 세상을 만드는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책장 사이의 세계-지식의 식물', 35x27㎝, Oil on Canvas, 2026 ⓒ천지수

식물에게 저장된 유전자에는 인간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타인의 표정에 의해서 자신의 모습을 알 수 있듯이, 내 몸까지 들어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식물에 대한 연구는 인간에 대한 탐구와도 같다. 마이클 폴란은 자연이 우리를 지배하는 세상에 동참하는 일 역시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제멋대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나 역시 꿀벌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은, 영리하지만 때로는 부주의하고, 놀라울 정도로 이타적인 꿀벌 말이다.

천지수 칼럼니스트

화가이자 서평가. 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한 후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 '지오반니 뻬리꼬네'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건너가 세랭게티 국립공원 내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이탈리아 로마 한인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저서로는 '책읽는 아틀리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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