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11) 괜찮은 어른으로 되고 싶은 꿈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11) 괜찮은 어른으로 되고 싶은 꿈
  • 천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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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집 저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책 한 권에 담긴 활자들이 천지수의 몸과 기억과 희망을 만나 씨앗으로 응결되면, 화가는 그 작은 것을 캔버스에 심고 붓과 물감으로 키워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독서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는 실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책 읽는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리뷰'는 그 대답 중 하나다. 열 한 번째 책은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김경집 지음, 오아시스)이다.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김경집 지음, 오아시스)

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화가·서평가) = ’괜찮은 어른은 내면이 단단하되 그 인식과 판단의 뿌리에서부터 역동성을 발휘하는 어른이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빠른 기간 동안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노화와 노후대책을 다룬 정보와 책은 넘쳐난다. 그러나, ’괜찮은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라고 사유하고 통찰의 길을 열어주는 ’진짜 어른‘같은 안내서는 드물다.

김경집 인문학자의 '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는 ’나이 듦‘에 대한 내면적인 성숙함을 다루었다. 괜찮은 어른의 정의는 인문적 사유와 통찰 그리고 격려와 연대의 실천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한다. 품위와 역동성이 동시에 느껴지는 멋진 정의다.

’어른의 역동성‘은 정신적 역동성에 주목하면 삶이 변화하고, 다음 세대에게도 나이 들어가는 게 멋진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가 될 것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은 뒤로하고, 오히려 괜찮은 어른으로 될 수 있는 기회처럼 생각하게 된다.

’어른의 역동성‘이란 말이 참 매력적이다. 역동적인 정신활동이면서도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방법이 있으니,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이미 괜찮은 어른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방법 중에는 ’독서‘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영상으로 전달하고 소비하는 이 시대의 편리함은 누구나 다 안다. 저자는 영상이 디지털 시대가 주는 선물임은 인정하지만, 거기에만 함몰되어 글을 외면하고 책을 회피하는 것은 더 위험하고 어리석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상상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접했던 의학정보가 생각난다. 우리 뇌에서 읽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담당하는 곳은 전두엽이란다. 책을 읽을 때와 영상을 볼 때 전두엽의 활성화 차이가 극명하게 난다는 뇌의 변화 사진을 보고 놀랐다. 특히 짧은 영상인 쇼츠를 볼 때는 뇌의 기능이 완전히 멈춰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뇌를 역동성 있게 젊게 유지하려면 독서는 필수인 셈이다.

‘문자는 상像에 갇히지 않고 나의 모든 경험과 상상이 동원되어 ‘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수년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그림 서평을 해왔던 나에게 이 문장은 매우 깊게 다가온다. 상상력은 창작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내가 그림 서평을 하기 전과 이후의 상상력의 차이는 현저하게 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주체적인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모든 사유와 상상의 주인이 되라고 한다. 독서가 습관이 되어있지 않고, 목적성이 없으며,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면 도서관에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어른들을 보면, 그 어떤 젊은이보다 더 생기 있고, 힙해 보인다. 역동성 그 자체다.

이야기들의 숲-도서관 환타지, 162x131cm, Oil on Canvas 2025 ⓒ천지수

나는 그림 서평을 한 이후로 책을 하나의 생명체로 느낀다. 생물들이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정글과 도서관을 오버랩하여 상상의 세계를 그리게 된 것은 나의 즐거운 실험이 되었다. 다양한 동물들의 실루엣은 무엇을 상징할까?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거나, 책에서 걸어 나온 이야기이거나, 지식의 영혼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름의 상상을 하듯이, 그림도 그렇다. 답은 정해져있지 않다.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사유를 확장하면서 즐거움과 안목이 높아진다. 어른의 독서는 인상 깊은 문장에서 잠시 멈춰 인생의 다양한 면모들을 짚어 보고 상상하며 유추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문장 만지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내가 표현한 그림에서 어른 독서의 특권이자 행운인 ’문장 만지기‘를 하고 있는 동물은 어디에 있을까?

왜 어른이 없냐고 한탄하기 전에 내가 나잇값 하는 어른인가를 먼저 물어보라는 문장에 내심 뜨끔하다. 나의 삶뿐 아니라, 주변의 삶도 만질 줄 아는 마음을 기르고 싶다. 그 시작은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열고 들어 줌으로써 마음을 얻는 것으로 변화의 시작을 삼으라고 한다. 그렇게 품격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꿈이 되었다.  

천지수 칼럼니스트

화가이자 서평가. 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한 후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 '지오반니 뻬리꼬네'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건너가 세랭게티 국립공원 내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이탈리아 로마 한인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저서로는 '책읽는 아틀리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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