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화가·서평가) = “그래서 난 오늘을 어떻게 호흡해야 하는 것일까. 가만히 있어도 숨은 쉬어지지만 어떻게 의미 있는 편안한 호흡을 이어갈 수 있을까. 어디에 내 숨구멍을 뚫어야 하나”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는 글을 쓰며 육아를 하는 여섯 명의 엄마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에세이다. 아이를 키우며 그림을 그리는 나의 번민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듯한 작가들의 고백이 나의 등을 토닥인다. 쓰지도, 그리지도, 펼치지도 못했던 몸으로 아이들 틈에 잠이 든 모든 엄마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귀들은 ‘숨구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이야기를 보는 듯 빠져드는 문장들 속에서 이근화 작가의 에세이 ‘숨구멍’에 있는 ‘의미 있는 편안한 호흡’이라는 표현을 보고 읊조린다. 내가 지난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육아를 겸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지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끝내야 할 마감에 쫓기다가 잠들어버린 나의 모습에 넋이 나가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의미 있는 호흡’을 하고 싶어서였다.
육아를 하며 가슴속에서 맴돌기만 했던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은 그림과 글이 되어 나를 품어주고 숨 쉬게 해주었다. ‘예술’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그거 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라는 잣대의 말로는 측정할 수 없는 세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예술가들도 ‘현실의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 ‘벌이’라는 생계의 영역을 수행해야 한다.
게다가 엄마 작가들은 육아의 수고로움을 한층 더 머리에 이고서 공중 외줄 타기를 한다. 느릿느릿 기우뚱거리면서 걸어가지만, 그 줄의 방향은 ‘나 자신’이라는 곳에 향해 있다. ‘나 자신’이 없으면, 나의 우주도 없으니, 누구도 나의 우주에서 함께 호흡할 수 없다. ‘나의 아이’라도 말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보채는 아이를 뒤로하고 붓을 다시 들었었다.
“나는 나로 존재하길 원한다.”
조혜은 작가는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에서 아이들이 잠들고 혼자 집안일을 마치면, 스스로를 고립시킬 작은방이 필요하다며, 단 한 시간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싶은 것에 몰입하고 싶은 열망을 토로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살았던 시절이 지워지고,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숨어서 글을 쓰는 자신은 ‘가족노동인’으로 그 가정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옆에서 잠들었다가 잠깐 눈을 떠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에는 행복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행복감과 쓰지 못한 채 아이들의 온전한 삶과 함께 흘러가 버리게 될 삶에 대한 불안감이다.
자신으로 존재하길 원하는 뜨거운 열정은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하고 결국은 쓰게 한다. 모두가 잠든 밤에 등대처럼 켜진 엄마 작가들의 모니터에 새겨진 문장들은 책이 되고, 그 책을 읽은 나는 그녀들을 위한 작은방을 그린다.
도서관과 자연을 융합시켜 그리는 ‘도서관 판타지’시리즈는 내가 독후화를 해오면서 책으로부터 얻은 영감 중 하나에서 비롯된 시리즈다.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하나의 모티브를 얻기까지 그리지 못하고 잠든 밤이 농축되었다.
정글 도서관에 자리한 붉은 표범이 바다를 닮은 어린 표범과 함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리는 세계를 꿈꾸고 선명하게 펼친다. 고립된 작은방이 아니다. 공글린 생각이 문장으로 태어나고, 영감으로 그리는 생명들이 살아있는 이곳은 마음껏 쓰고, 그리고, 상상을 낳는다.
육체적인 자유가 억압되어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상상은 더 활활 타오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미치도록 갖고 싶은 뜨거운 열망은 그렇게 자신에게 불을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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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수 칼럼니스트
화가이자 서평가. 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한 후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 '지오반니 뻬리꼬네'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건너가 세랭게티 국립공원 내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이탈리아 로마 한인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저서로는 '책읽는 아틀리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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