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디톡스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조절력
- 알림 앞에서 멈추는 10초의 힘 키워라
- 끊는 대신 길들이는 디지털 생활 실천 필요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자연치유사) = 아침마다 눈을 뜨자마자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집어 드는 사람들이 많다. 눈을 뜬 순간부터 손이 먼저 움직인다.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바로 그 찰나에 “딱 10초만 멈춰 보라”고 말한다.
알림이 울리자마자 화면을 확인하지 말고,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쉰 뒤 “지금 이걸 꼭 봐야 하나”를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이 정말 ‘심심해서’인지, 아니면 불안, 외로움, 답답함 같은 감정이 먼저 올라와서인지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휴대폰은 심심함보다 감정에서 더 자주 시작된다.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휴대폰 없이도 불안하지 않은 힘이 조금씩 길러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넘기는 순간 뇌는 새로운 안정감을 배우기 시작한다. 중요한 연락과 불필요한 알림을 구분해 알림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뇌는 훨씬 덜 흔들린다.
결국 김 교수의 결론은 휴대폰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휴대폰을 쥔 손보다 내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삶으로 돌아오라는 이야기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김 교수의 ‘휴대폰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 강의를 소개한다.
휴대폰 놓고 출근하면 안절부절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중년 남성이 갑자기 주머니를 더듬으며 얼굴이 굳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이다. 그의 표정은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 불안해 보인다. ‘오늘 하루 연락은 어떻게 하지’, ‘업무는 어떻게 처리하지’, ‘세상과 완전히 끊어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순식간에 몰려온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 없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휴대폰 하나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김주환 교수는 이런 모습을 두고 “기계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 쓰이는 시대”라고 표현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휴대폰 중독의 본질은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지력이 약해서도, 생활 관리를 못해서 생긴 문제도 아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불안과 연결된 심리 구조의 문제다. 우리는 휴대폰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람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이 먼저 생겼고, 휴대폰은 그 불안을 잠시 덮어 주는 진정제가 되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 진정제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휴대폰을 쥔 손이 아니라, 휴대폰에 붙들린 마음이 만들어진다.
휴대폰 없는 세상으로 못 돌아간다
김 교수는 많은 현대인의 뇌가 이제 ‘선택하는 뇌’가 아니라 ‘반응하는 뇌’가 되었다고 말한다. 알림이 울리면 생각할 틈도 없이 손이 먼저 움직이고, 스크롤은 내가 결심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끌고 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자동 반응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점점 스스로 결정하고 숙고하는 힘을 잃어간다. 마치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나뭇가지처럼, 목적지도 모른 채 자극의 물살에 몸을 맡기고 떠다니는 존재가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 상태를 “주의력의 주권을 빼앗긴 상태”라고 부른다. 휴대폰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휴대폰 앞에서 더 이상 내가 주인이 아닌 상태가 문제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 중독에서 벗어나려 하면 먼저 ‘디지털 디톡스’나 ‘사용 시간 제한’을 떠올린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방법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사회에서 휴대폰은 오락 도구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이다. 금융, 행정, 업무, 인간관계, 정보 습득까지 거의 모든 것이 휴대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물을 끊어 갈증을 해결할 수 없듯, 휴대폰을 무작정 끊어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김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끊는 것’이 아니라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휴대폰을 버리지 말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내가 다시 주인이 되라는 것이다.
휴대폰은 세상과 통하는 중요한 통로
그가 특히 중요하게 짚는 핵심 원인은 ‘외부 인정 중독’이다. 우리는 메시지 알림, 좋아요 숫자, 댓글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한다. 어릴 때부터 비교와 평가, 성취 중심의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이 경향은 더 강해진다.
스스로를 안정시키는 힘이 약할수록 타인의 반응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할 생명 신호가 된다. 그래서 휴대폰은 단순한 기계를 넘어 불안을 달래주는 ‘심리적 보호장치’가 된다. 그러나 이 장치는 진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더 잦은 확인과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휴대폰 중독이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의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김주환 교수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알아차림’이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기 직전의 마음을 관찰하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심심해서 휴대폰을 드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자주, 불안, 공허함, 두려움, 답답함, 외로움 같은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그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는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든다. 화면은 감정을 마주하지 않게 해 주는 가장 빠른 도피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때 단 한 번만이라도 이렇게 물어보라고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피하려고 이 화면을 보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자동 반응의 고리를 끊는 작은 칼날이 된다.
"메시지, 알림 앞에서 한 호흡 멈춰보라"
또 하나 중요한 훈련은 메시지와 알림 앞에서 ‘한 호흡 멈추기’다. 알림이 울리면 즉시 확인하지 말고, 딱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뒤에 화면을 보라는 것이다. 이 짧은 순간이 생각과 행동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 준다. 이 틈이 생길 때 사람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무의식에 끌려가는 기계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김 교수는 이 과정을 “기계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 다시 만나는 연습”이라고 표현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혼자 있어도 편안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방 안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만이 휴대폰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혼자 있으면 견딜 수 없고, 반드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만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은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이 편안해지는 순간, 휴대폰은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도구가 된다.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통해 조금씩 길러진다.
김 교수는 휴대폰 중독을 “당장 끊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휴대폰을 더 깊이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왜 나는 이 화면을 이렇게 자주 확인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이 두려운가,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 이곳으로 도망쳤는가. 이 질문들은 휴대폰을 향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기 시작하는 순간, 휴대폰은 더 이상 나를 끌고 다니는 족쇄가 아니라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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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식 칼럼니스트
신문기자 출신 글쓰기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치유사다.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여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경향미디어그룹 굿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 교육, 글쓰기, 자연치유를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이 서울대 1학년 기초필수 교재에 모범예문으로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학과 전국 주요 고교에서 학술적 글쓰기 초빙강사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MIT, 베를린공대, 함부르크대 등 해외 대학의 글쓰기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기 이전부터 그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 선구적으로 취재했다. 대치동에서 신문기자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한 논술학원을 17년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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