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5)자신을 내어 줄 때 자신이 된다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 리뷰] (5)자신을 내어 줄 때 자신이 된다
  • 천지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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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신 저 '서평가 되는 법'

책 한 권에 담긴 활자들이 천지수의 몸과 기억과 희망을 만나 씨앗으로 응결되면, 화가는 그 작은 것을 캔버스에 심고 붓과 물감으로 키워내 한 폭의 그림으로 완성한다.

독서를 통해 창조적 영감을 얻는 실험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책 읽는 천지수 화가의 ‘페인팅 북리뷰'는 그 대답 중 하나다. 다섯 번째 책은 '서평가 되는 법'(김성신 지음, 유유)이다.

서평가 되는 법(김성신 지음, 유유, 2025)<br>
서평가 되는 법(김성신 지음, 유유, 2025) 

인터뷰365 천지수 칼럼니스트(/화가·서평가) = “좋은 글이란 멋진 표현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생각에서 나오는 거죠.”

이 말은 마법같은 말이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를 처음 만나서 ’페인팅 북리뷰‘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하던 나는 ’멋진 글을 쓸 자신은 없지만, 좋은 생각을 할 자신은 있다‘라는 용기가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화가 겸 서평가로서 서평과 그림을 융합한 ’페인팅 북 리뷰‘를 10년이 다 되도록 지속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멋진 것을 보여주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마법이 아니다. 삶의 새로운 시각과 관점의 변화가 생긴 나 자신을 보면 서평이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의 저서 ’서평가 되는 법‘에 그런 마법같은 문장이 또 등장한다.

’서평가 되는 법? 간단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뒤 자신을 ‘서평가’라고 선언하면 된다. 끝!‘ 아무도 글 쓴 사람의 자격을 묻지 않고,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그 책에 관해 쓸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별한 형식이나 까다로운 구성도 필요 없고, 책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하니, 이처럼 책과 글쓰기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말이 또 있을까? 단, 서평가는 공공성의 상징물과도 같은 ’책‘을 평가함으로써 여러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니, 서평가가 되고 싶다면 ’공공성‘이란 단어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서평의 본질은 책에 대한 ’사랑‘과 ’공공성‘이라고 하니, ’서평‘이라는 행위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극도의 지적 행위이면서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책‘이라는 사랑하는 대상을 하나 더 확장시키는 것이다. 책을 사랑해서 서평가가 될 수도 있지만, 서평을 하면서 책을 사랑하게 된다. 내가 그랬다. 책을 통해서 그림에 영감을 얻어 가면서, 책을 사랑하게 된 나를 더 사랑하게 된 것이다.

생명의 도서관 45.5x37.9㎝ Oil on Canvas 2025 ⓒ천지수

생명들이 자유롭게 성장하는 정글 속 자연과 책은 공통점이 많다. 놀라움을 주는 자연의 세계와 책으로부터 얻는 상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다.

책 속의 문장을 읽을 때마다 이미지가 하나둘씩 그려지고, 이야기에 빠질수록 손에 잡힐 듯 명확해지는 오감들은 책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림 속 도서관에서 책장을 열고 몰입하는 소녀에게 펼쳐지는 세상은 4D 영화관 이상으로 생동감이 있다. 생명이 느껴지는 살아있는 도서관이다.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동물들 사이에 사실적인 모습으로 물 위를 거침없이 뛰어오르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모두들 생명의 도서관에 왜 모였을까?

세상은 자신이 해석하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다. ’관찰자‘를 넘어서 ’경험자‘가 되어야 한다. 서평을 하는 것은 내가 경험자가 되어 ’명사‘적 삶이 아닌 ’동사‘적 삶을 살고 싶었던 소망에 가까이 가는 한 방법이었다.

’서평가 되는 법‘의 부제는 ’읽고 쓰는 사람으로 책 세계를 만끽하기 위하여‘라고 되어있다. 나는 내 마음속에 책의 제목과 부제를 바꾸어본다. ’나를 살리는 법‘과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자신의 생명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법‘으로 말이다. 나는 서평을 쓰면서 나 자신을 살렸다.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친절하게 서평의 세계로 손을 내민다. 생명이 있는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다. 서평을 쓰려고 생명의 도서관을 찾은 존재들처럼.

천지수 칼럼니스트

화가이자 서평가. 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한 후 로마국립미술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2003년 '지오반니 뻬리꼬네' 이탈리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건너가 세랭게티 국립공원 내 암석벽화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주이탈리아 로마 한인성당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저서로는 '책읽는 아틀리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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