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4)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을 남사모 회원들과 돌아보다
[홍찬선 시인의 시로 보는 세상 풍경] (4)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을 남사모 회원들과 돌아보다
  • 홍찬선 칼럼니스트
  • 승인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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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29주년_단체
지난 28일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 대회의실서 열린 ‘남사모 29주년과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11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남사모’는 1996년 6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30여 년이 흐른 현재 500여 명이 활동 중이다./사진=홍찬선

인터뷰365 홍찬선 칼럼니스트 = 모이면 힘이 된다. 한 명 한 명은 약할 수 있지만 나와 너와 모여 우리가 되면 강해진다. 한 명 한 명의 하루, 하루는 그냥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 한 달 한 해를, 함께 하면 아름다운 역사가 된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남사모가 그렇다.

1996년 4월 28일에 6명이 처음 모여 ‘남사모(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남한산성이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는 것은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6월 22일에 꿈이 현실이 되었다.

남사모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5시간 동안 남한산성 곳곳을 탐방하며 문화재를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운동을 한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회원은 6명에서 500여 명으로 늘었다.

‘남사모 29주년과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11주년 기념식’에서.

2025년 6월 28일 오전 9시,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 대회의실(지하1층)에서 ‘남사모 29주년과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1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고, 습도가 높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남사모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마련한 좌석 100여 개를 거의 채운 성원 속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느끼셔요, 두 눈 살포시 감고 큰 가슴 활짝 열어 저를 담으세요

저는 마르지 않는 샘입니다, 언제든지 오셔요, 목마르면
저는 넓고 깊은 상상력입니다, 누구든지 발굴하셔요, 절실한 만큼
저는 끝없는 사랑입니다, 어디서든 불러주셔요, 필요할 때마다

퐁퐁 솟는 샘물이 풍년을 키웁니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내일을 활짝 엽니다
넓고 깊은 사랑으로 깜짝 놀랄 기적을 만듭니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문화유산이 만들어집니다
남사모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세계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고 키웁니다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현재를 올바로 인식하고
미래를 환하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늘의 때와 땅의 잇점과 사람의 화합이 하나로 되어
남한산성이 한국을 넘어, 온 세계로 활짝 뻗어나갑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류의 자랑이 됩니다

- 홍찬선 시, 낭송 홍성례, '남한산성이 새롭게 도약합니다-남사모 29주년을 축하하며' 전문.

남한산성 100처100시
남한산성을 소재로 펴낸 홍찬선 제7시집 '꿈-남한산성 100처(處) 100시(詩)'(문화발전소, 2020).

남한산성은 호국정신과 선비정신 및 실학정신이 깃들어 민족자존을 기억하는 땅이다. 그런데 일제의 식민지책략으로 100년 동안 부끄러운 치욕의 장소로 추락했다. 한동안 닭도리탕 먹으러 가는 유원지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가 1999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남한산성에서 하고, 15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남한산성복원정비기획단’(단장 전보삼 만해기념관장)이 만들어지고 ‘남한산성종합발전방안’ 보고서에 따라 남한산성 복원이 이뤄졌다. 그런 노력 덕분에 남한산성이 2014년 6월22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남한산성 숭렬전
남한산성 내 숭렬전./사진=홍찬선

남한산성은 하늘이 내려 준 천작지성(天作之城)이다. 성 밖은 가파른 경사로 외부에서 공격하기 매우 어렵다. 성 안은 해발 400m 안팎으로 만들어진 고원분지인데다 샘이 80곳이나 있어 자급자족 생활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천혜의 요새(要塞)다.

고려 때 몽고가 쳐들어왔지만, 이세화 광주성주가 몽고의 맹장(猛將) 살리타이를 격퇴했다. 광주성(남한산성을 고려 때는 광주성이라 불렀다) 공략에 실패한 살리타이는 부근에 있는 용인의 처인성을 공격해 군량을 확보하려다, 승병장 김윤후가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병자호란 때도 청 태종이 직접 지휘하는 20만 대군을 상대로 47일이나 수비했다. 식량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항복했지만, 함락된 것은 아니었다. 1895년 을미의병 때도 김하락 의병장이 일제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남한산성 옥천정 암각 시
남한산성 내 옥천정 암각 시./사진=홍찬선

남한산성은 시와 시조, 한시와 소설 등 수많은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항일투사 이육사(李陸史, 1904~1944) 시인은 남한산성을 찾아 시 '남한산성'을 남겼다. 한강에서 하늘에 오르는 꿈을 배웠는데, 마음에 이끼가 끼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처럼, 비록 날로 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으로 목이 째지라 울지만, 반드시 이 압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짐하는 각오를 느낄 수 있다.

넌 제왕의 길들린 교룡(蛟龍)
화석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어

승천하는 꿈을 길러준 열수(洌水)
목이 째지라 울어 예가도

저녁놀 빛을 걷어올리고
어디 비바람 있음직도 않아라

- 이육사, <남한산성> 전문.

남한산성 현절사
남한산성 내 현절사/사진=홍찬선

노산(蘆山) 이은상(李殷相, 1903~1982) 시조시인은 남한산성의 현절사(顯節祠) 부근에 민족도장을 세우고 산악인훈련에 힘썼다. 그때 남한산성과 관련된 시도 지었다. 현절사는 병자호란 때 죽음으로써 청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다 청의 심양으로 인질로 끌려가 결국 순절(殉節)한 3학사를 기리는 사당이다.

3학사는 홍익한(洪翼漢, 1586~1637) 윤집(尹集, 1606~1637) 오달제(吳達濟, 1609~1637)를 가리킨다. 또 김상헌(金尙憲, 1570~1652)과 정온(鄭蘊, 1569~1641)도 함께 현절사에 배향한다.

남한산 돌아올라 현절사 뜰에
삼학사 충혼 그려 이마 숙일 제
서장대 바람결에 피 묻은 소리
굳세게 뭉치어라 힘을 기르라

월탄(月灘) 박종화(朴鍾和, 1901~1981) 소설가는 병자호란을 다룬 장편소설 '대춘부(待春賦)'를 썼다. 이 소설은 1937년 12월1일부터 1938년 12월25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됐던 것을 1955년 을유문화사에서 전, 후 2권으로 펴낸 것이다. 전권은 병자호란 전후의 항쟁과정과 삼전도 굴욕 등을 다뤘고, 후권은 1638년(무인년) 이후 벌어진 임경업과 최명길의 국치 극복노력과 효종의 북벌 준비 등을 다뤘다.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격인 ‘매일신보’에 연재했다는 점이 아쉽다.

하근찬(河瑾燦, 1931~2007) 소설가도 1979년에 '남한산성'이란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김훈(金壎, 1948~) 작가도 2007년에 장편소설 '남한산성'을 발표했고, 이 소설은 황동혁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남한산성 이위정
남한산성 이위정(以威亭)/사진=홍찬선

조선 말의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 1786~1856)도 남한산성을 찾아 '억오수재(憶吳秀才)'란 한시를 남겼다. 오수재는 병자호란이 끝난 뒤 포로로 청의 심양에 끌려가 순절한 오달제(吳達濟, 1609~1637)를 가리킨다. 국화가 아름답게 핀 가을에 병자호란의 아픔을 되새긴 한시다. 그는 남한행궁 후원에 있는 정자에 ‘이위정(以威亭)기’라는 글씨도 남겼다.

우리는 안다
모이면 힘이 된다는 것을
한 명 한 명은 약할 수 있지만 
나와 너와 모여 우리가 되면 강해진다는 진리를

우리는 본다
모이면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한 명 한 명의 하루 하루는 그냥 흘러갈 수 있지만
우리가 하루 한 달 한 해를 함께 하면 
아름다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함께 봐서 안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남사모가 처음 모였을 때
남한산성이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는 
하나의 꿈이 이루어진 현실을

우리는 다시 또 걷는다
병자호란 프레임에 갇힌 역사우울증을 벗어버리고
80여개의 샘물이 513종의 나무를 키우는 남한산성을
목숨 바쳐 나라 지킨 얼들이 하나하나 서린 성벽을
K문화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무한한 창조의 골짜기를
 

- 홍찬선, '남사모의 힘' 전문.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남한산성과 관련해 지은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은 병자호란과 관련된 것이 많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2000년 이상의 오랜 역사 동안 나당전쟁을 승리로 이끈 최전방사령부로, 항몽(抗蒙)전쟁 때 몽고의 명장 살리타이를 격퇴한 이세화(李世華, ?~1238) 광주성주, 구한말 을미의병장으로 남한산성을 거점으로 경기의병을 이끌며 ‘진중일기(陣中日記)’를 남긴 김하락(金河洛, 1846~1896) 의병장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승리의 역사가 적지 않다.

그런 승리의 역사와 승리의 주역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나 서사시 등을 많이 발굴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그것이 ‘병자호란 프레임’으로 오염된 역사우울증에서 벗어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위상에 맞는 남한산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길이다. 창립 29주년을 맞은 남사모가 30주년을 지나 앞으로 30년 동안 그런 일을 충분히 이뤄 나갈 것이다.

홍찬선 칼럼니스트

시인 겸 소설가. 충남 아산 출신으로 천안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기자를 하면서 서강대 경영학과 박사과정(재무관리전공)과 일본 주오(中央)대학교 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중국 칭화(淸華)대학교 경제관리학원 고급금융연수과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등을 수료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국장, 머니투데이 북경특파원과 편집국장 역임한 뒤, 100세 시대에 제2인생을 살기 위해 2017년 7월부터 시인과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2016년 가을호)한 뒤 시집 ‘틈’ ‘독도연가’ ‘서울특별詩 1, 2, 3, 4, 5’ ‘생명과 사랑’ 등 19권과 부부시화집 ‘그 섬에서 1박2일’ 등 2권을 출간했다. ‘연인’에서 소설 등단(2019)해 소설집 ‘그해 여름의 하얀 운동화’와 장편소설 ‘백석의 불시착’도 출간했다. ‘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전략’ ‘패치워크인문학’ ‘20대 대통령을 위한 경제학’ 등 경제분야 저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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