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평 - 새로운 서평]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한강을 읽는다 外
[숏평 - 새로운 서평]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한강을 읽는다 外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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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연대] 이수련·맹준혁·김미향의 500자 서평

젊은 문화비평가와 출판전문가들의 커뮤니티인 '비평연대'는 숏폼콘텐츠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500자 내외의 '매우 짧은 연대 서평'의 형식을 고안했습니다. 2030세대 지식인 특유의 빛나는 감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지식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365 편집자주]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지음, 문학동네, 2024)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지음, 문학동네, 2024)

좋은 예술과 문학은 한가지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볍게 주위 사람에게 최근 읽은 소설을 추천할 때도 크게 고려하는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바로 이 이야기가 얼마나 나의 세계를 상처 내고 파괴했는지이다. 악역을 만들어 독자가 자신 또는 주변을 선한 인물과 동일시하도록 놓는, 오늘도 악역으로 넘치는 이 미친 세상에서 잘 살아남았다 위로하게끔 만드는 문학은 그야말로 넷플릭스나 다름없다. 오늘은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힘드니 저녁을 먹고 틀어두는, 적당히 흘러가며 나의 세계와 갈등하지 않는 이야기.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문학이 해야 하는 일과 정반대의 선에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사명을 저버리지 않는다. 독자에 생채기를 내기 두려워하지 않는다. 커튼을 쳐 가리려 한 창고를 정중하게 부수고 허문다.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비정규직 여성과 중앙아시아 이민 4세가 비가시화된 노동인구로서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그린다. 설탕 코팅은 없다. 사이드미러 밖 이들의 삶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지 시혜적으로 늘어놓거나 호소하지도 않는다. 대신 바로 지금, 이 책을 편 독자 자신의 내재한 무관심과 혐오, 배척과 외면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했다면 그건 추천의 조건 중 두 번째 항목, 절망도 희망도 과장하지 않는 일상의 근력을 믿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니까. 그래도 파괴되었다고? 별일 아니다. 우리는 좀 파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선을 돌려보면, 안온함과 먼 거리에서도 호들갑 대신 일상을 단련해 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시 보니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 좋은 이야기만이 줄 수 있는 안전하지 않은, 그렇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인 컴포트 존이다.(이수련 / 비평연대)

이수련

 대화적 상상력(김욱동 지음, 문학과지성사)

대화적 상상력(김욱동 지음, 문학과지성사)

두 사람이 말한다고 다 대화가 아니다. 가라타니 고진 같은 사람은 '탐구' 같은 책에서 비트겐슈타인을 인용하며, 대화란 ‘가르치다-배우다’의 관계라고 하는데, 마치 진정한 대화란 두 입장 간에 그런 인문학적인 도약이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저 책은 무려 ‘미하일 바흐친’에 관한 개론서이기에, 우리가 일상 속에서 행하는 ‘대화’라는 키워드에 또 그런 막중한 과업을 부과하지만, 책에 있는 과업들을 읽는 독자인 우리가 모두 떠안을 필요는 없다. 나는 이 한 문장이 좋아서 이 책을 가지고 왔다.

상대주의는 대화를 불필요하게 만들고, 독단주의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바흐친이 쓴 '도스토예프스키 시학의 문제점' 속에 나오는 문장인데, 정확히 저렇게 서술하진 않았고, 읽기 쉽게 바꿨다. 일상 속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각자의 입장만 이야기하는 독백의 평행선이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상대주의로 끝난다. 저 문장 하나를 기억하며 일상 속에서 가끔은 마음 맞는 상대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 기획자)

맹준혁

 한강을 읽는다(김건형 외 지음, 애플씨드, 2025)

한강을 읽는다(김건형 외 지음, 애플씨드, 2025)

비평을 읽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을 테다. 어떤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시각이 궁금하거나 그 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경우,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책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은 경우.

‘한강을 읽는다’는 어떤 방식으로 읽어도 좋은 비평집이지만 아마도 이 책의 저자들은 대중을 염두에 두고 후자 쪽에 방점을 두어 책을 펴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의 작품 세계로 들어가는 문턱에서 이 책이 손색없는 입문서가 되어주니 말이다.

다섯 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한강의 소설 다섯 권을 내밀하게 읽어냈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저자들의 비평을 통해 한강 문학의 현재성과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다. 그 결과, 그 끝에 가 닿으면 비로소 ‘나’의 빛과 실, 질문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김미향 /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김미향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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