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무빙’ 주역 고윤정 “연기 잘한다는 말이 가장 좋아요”
[인터뷰365] ‘무빙’ 주역 고윤정 “연기 잘한다는 말이 가장 좋아요”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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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차 '대세 배우 '고윤정...초능력자 '희수'역으로 '무빙' 인기 견인
- "처음 희수 모습 보고 싱크로율 99%라고 생각했죠"
배우 고윤정/사진=MAA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올해 ‘대세’ 여배우를 꼽으라면 고윤정(1996~)을 빼놓을 수 없다. 4년 차 신예지만, 돋보이는 외모에 연기력까지 합격점을 받으며 주연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그다.  

고윤정은 2019년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데뷔, ‘스위트홈’(2020), ‘로스쿨’(2021), ‘환혼: 빛과 그림자’(2022) 등 히트작을 쏟아내며 차곡차곡 연기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 시킨 작품이 바로 20부작 시리즈 ‘무빙’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공개 직후 ‘원작보다 재미있다’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흥행 신호탄을 쐈다. 한국 뿐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을 달성하는 등 국내외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Hulu에서 공개 첫 주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극 속 고윤정은 초능력자 ‘장주원’(류승룡)의 딸이자, 무한 재생(회복) 초능력을 가진 고교생 ‘희수’ 역을 맡아 극의 초반부를 이끈다. 사실상 그의 열연이 ‘무빙’의 인기 견인에 큰 힘을 보탠 셈이다.

고윤정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신나고 설렌다. 감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고윤정은 1초도 망설임 없이 당찬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원작 안 본 상태로 오디션 참가...신기하게도 대사 술술 읽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희수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이 작품이 시청자들을 만나기까진 1년의 세월이 걸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작품이라 남다를 것 같다.

“2년 전 촬영에 돌입, 1년 동안 찍은 작품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기에 궁금증이 더 컸다. 홍보 일정이 잡히고 먼저 1화부터 7화까지를 내부 시사로 봤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기대감도 높았다. 혹시 나 혼자 재미있는 게 아닐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공개 후 반응을 보니 호평을 많이 하시더라. 이 작품을 만든 구성원 중 일원이라는 점에서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 오디션을 거쳐 발탁됐다고 들었다.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오디션을 볼 때는 원작을 안 본 상태였다. 당시 드라마 '로스쿨' 촬영 중이었는데, 원작을 읽어보지 못한 채 오디션 현장에서 발췌 대본을 읽었다. 현장에서 즉석 리딩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앞뒤 전사도 모르고, 캐릭터 말투도 파악이 안 된 상황인데다 앞에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계시는 어려운 자리 아닌가. 그런데 그날 정말 신기하게 대사가 술술 읽혔다. 제 말투나 성격이 비슷했다. 꼭 그 역할을 맡고 싶었다. 발탁된다면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희수’란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해나갔나. 원작을 참고했나.

“오디션에 붙은 후 강풀(원작 웹툰 '무빙'의 작가이자, 이 작품의 각본가로 참여했다)작가님이 선물 겸 원작 만화책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이 제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톤에서 희수를 봤다고 하시더라. 그러니 원작 캐릭터를 따라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며 편한 말투로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원작을 볼 때도 장희수가 어떤 사람일까 파악하고 분석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작품의 구성이나 등장인물 등을 참고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었다.”

- 촬영할 때는 어땠나.

“촬영하면서 ‘역대급’으로 감독님의 디렉팅을 안 받은 작품이었다. 제가 잘해서 그런 것보다는 “너보다 희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믿고 맡겨주셨다. 또 제가 연구해 온 희수란 캐릭터를 감독님이 인정해주셨다. 그래서 너무 편안하고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1년간의 촬영 막바지에 고등학교 졸업식 장면을 찍었다. 촬영 장소가 홍성에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세트장이었는데, 진짜 졸업하듯 굉장히 아쉬웠다.”

"자정 넘은 시골길, 셋이 한 우산을 쓰고 라면 사러갔죠"

- 작품 초반 ‘봉석’(이정하), ‘희수’(고윤정), ‘강훈’(김도훈)의 정원고등학교 학생 3인방의 에피소드가 흥미를 안기며 극을 이끌어간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니 어떻던가. (고윤정은 1996년생, 이정하와 김도훈은 1998년생 동갑이다.)

“도훈이는 정말 끼가 많다. 사람을 소리 내서 웃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성대모사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분위기 메이커다. 덕분에 지치지 않게 촬영할 수 있었다. 봉석은 소리 없이 웃게한다. 추워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말없이 미소를 짓고 있다. 하하.

둘 다 기분 좋게 하는 배우들이다. 실제 친했던 것에 비해 극 속에서 그 케미가 덜 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힘든 신이나 감정 신이 있으면 촬영 2~3시간 전부터 눈치껏 말을 걸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빙' 희수 역의 고윤정, 봉석 역의 이정하, 강훈 역의 김도훈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특히 극 속 희수가 같은 반 친구이자 같은 초능력자인 ‘봉석’과 특별한 비밀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풋풋한 하이틴 영화 같이 느껴졌다. 봉석과 희수의 이야기가 큰 호응을 이끌었는데.

“봉석과 희수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판타지적으로 나왔더라. 이 둘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고,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판타지적으로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 희수와 봉석, 강훈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했나.

“희수와 봉석, 이 둘은 서로 모든 면에서 처음이라 생각한다. 남의 초능력이 실현되는 것도 처음 봤을 테고,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도 처음이다. 더 남들에 비해 애틋한 관계다. 그러나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는 않다. 고등학생 때 느낄 수 있는 남녀로서의 설렘도 있지만, 서로의 비밀을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희수에 대한 강훈의 마음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희수를 짝사랑한다기보다는 본인 역시 돌연변이고,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사교성이 떨어지는 성격 때문에 외로워 보이고 질투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촬영 중 동료 배우 이정하(봉석 역), 김도훈(강훈 역)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홍성의 작은 모텔에서 한 달 동안 숙박하면서 촬영을 했다. 어느 날 촬영이 예상보다 일찍 끝난 날이 있었다. 함께 다음날 리허설도 해보고 대본도 맞춰보며 얘기를 하다 보니 배가 고팠다. 그날 비도 오고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이었다. 찾아보니 편의점이 굉장히 멀더라. 비 오는 날 밤 시골길이니 담력 테스트 겸 다녀오자고 했다. 우산 하나를 셋이 쓰고 서로 놀라게 하면서 시골 고개를 넘었고, 편의점에 도착해 아이스크림과 컵라면을 샀던 기억이 난다. 하하.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가장 만족했던 신은 17대 1 격투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희수 스틸 컷/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희수는 어떤 아이인가?

씩씩한 친구다. 또 “나 친구가 없었어. 나도 친구 없고 너도 없으니 친구 하자”며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은 아이다. 그래서 봉석이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도 있는 거고, 또 위로와 격려를 받을 줄도 아는 아이다. 그런 모습이 좀 더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았나 싶다.”

- 무한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는 희수란 캐릭터 설정을 표현하는 데 고민도 있었겠다.

“강풀 작가님한테 희수가 어느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가를 여쭤봤다. 작가님은 희수는 고통은 있으나 일반인보다 절반 정도로 느끼고, 세게 맞아도 큰 타격감이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극 중 체대 입시생으로 출연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자세를 위해 체대 입시학원을 4~5개월가량 다녔다. 달리기는 평소에도 좋아해서 잘했다.”

- 특히 17대 1의 격투 장면이 화제였다. 촬영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나.

“사실 미리 준비해간 만큼 다 못하긴 해 아쉽긴 하지만, 가장 만족하는 신이다. 힘들게 찍기도 했지만, 그만큼 원작을 더욱더 생생하게 구현됐다고 생각할 만큼 만족스럽다.”

고윤정이 운동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스틸
운동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희수 촬영 신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희수 캐릭터와 고윤정과의 싱크로율은?

“처음 내부 시사로 7부까지 봤을 때는 이 정도면 나와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말투나 목소리 톤, 자세 등등 싱크로율이 99%였다. 이후 네다섯 번씩 보다 보니 차이점이 조금씩 보이더라. 희수는 물론 나와 닮은 친구지만, 더 다정하고 따뜻하며 좀 더 살가운 것 같다. 한편으로는 좀 더 강하기도 하다.”

- 류승룡 배우와 부녀 역할로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선배님이 장난이 많으시다. 항상 농담하거나 장난칠 때 그 눈빛이 있다. 항상 그 표정이셔서 수다 떨고 있을 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때도 있다. 하하. 그만큼 유쾌하시다. 또 너무 잘 챙겨주신다. 딸 바보 연기 장인이시지 않나. 선배님 슬하에 두 명의 아들이 있다는데, 어쩌면 그렇게 딸 바보 연기를 잘 보여주시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래서 나 역시 딸 역할을 더욱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윤정은 류승룡과의 첫 만남 때를 회상하며 "대선배님이셔서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긴장한 상태로 첫 상견례 자리에 갔는데, 꽃다발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곽선영 선배님한테 서로 다른 꽃의 꽃다발을 주셨다. 선배님이 단골 꽃집에 가셔서 각각 어울리는 꽃과 색상으로 직접 고르셨다더라. 감동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롤모델 배우나, 좋아하는 선배 배우를 꼽자면?

“류승룡 선배님! 하하.”

현장의 즐거움을 알게 된 작품, ‘로스쿨’

배우 고윤정/사진=MAA

- 그동안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작품에 대한 반응도 좋다. 캐스팅이 꾸준히 들어오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시기에 저와 잘 맞는 역할이 들어왔고, 감독님과 작가님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 오디션을 잘 보기도 했고. 하하.”

- 4년 차 배우로 필모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이 있었나.

“‘스위트홈’은 워낙 위험한 신들이 많았다. 멤버들이 많고, 현장에 오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누군가와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 열심히만 하려고 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부담감이 컸다. 현장의 즐거움을 알게 된 작품이 ‘로스쿨’ 때다. 학교 이야기이기도 하고, 함께 호흡했던 김범 오빠, 혜영 언니 등 배우분들과 다 친하게 지냈다. 감독님이 “너희가 친해져야 드라마가 산다.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편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더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현장이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

- ‘환혼2(환혼: 빛과 그림자)’를 찍었을 때는 현장이 좀 더 편해지던가.

“1편 때 잠깐 출연은 했지만, 특별 출연이었다. ‘무빙’ 촬영 막바지 때 ‘환원2’를 찍었다. ‘무빙’ 때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즐겁게 촬영을 한 터라, 배우들과 친해지고 현장을 편하게 느끼려고 노력했다. 파트2에는 기존 멤버와 스태프들은 거의 그대로인데, 저만 합류한 상황이었다. 이재욱 배우 등 함께 했던 배우분들 모두 저를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줬다. 고마웠던 현장이었다.”

- 극 중 다양한 초능력이 나오는데, 가장 갖고 싶은 초능력은 뭔가?

“어제까지만 해도 비행능력이었다. 집에 갈 때 차가 너무 막혀서 날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하. 인터뷰 하면서 촬영 때를 떠올려보니 희수 능력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다치지 않으니까. 그러면 17대 1 격투 장면을 찍을 때도 편할 테고, 촬영 시간이 부족할 때 와이어 세팅 없이 그냥 뛰어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배우 고윤정/사진=MAA

-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

“요즘 너무 행복하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이 처음이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내가 잘한 게 맞나 이런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생긴다.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제일 좋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얼마 전에 이병헌 선배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글귀가 공감이 갔다. 내가 재미있게 본 작품이나 감탄하면서 본 신을 떠올려보면 배우분들의 연기가 순수했던 것 같다. 이번 ‘무빙’에서도 “조금 다르고 특별할 뿐이야”란 대사가 있는데, 누가 봐도 명대사 아닌가. 그런데 감독님이 담백한 게 좋다고, 그래야 더 울림이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선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순수하게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렵구나 싶었다.”

- 앞으로 ‘무빙’ 전개를 살짝 귀띔해준다면.

“새로운 인물이 나온다.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배우들도 나오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된 만큼 스케일도 커지고, 액션도 훨씬 화려해진다. 또 그 안에서 희수, 봉석, 강훈이네 가족 간의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희생하는 상황도 생긴다. 아마 뭉클하고 따뜻한 가족애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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