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 없이 달려온 20대...데뷔 18년 차 "일의 소중함 깨달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동생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가버린 후, 그동안 못 해줬던 일들이 생각나고 늘 미안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시원하게 펑펑 울고 나니까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죠.”
배우 박하선이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상실과 치유의 이야기다.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삶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묵묵하게 담아낸다. 한국 영화로는 7년 만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극 속 박하선은 명지 역을 맡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상실과 슬픔을 섬세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하선은 2019년 두 살 아래 터울의 발달장애 남동생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동생과 함께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함께 다니는 등 돈독한 남매간의 우애를 보여왔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안긴 바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하선은 동생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동생에게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생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내게 도움을 주네요. 영화 '첫 번째 아이'(2022) 때도 동생이 아니었으면 모를 감정이었거든요.”
박하선은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 후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사극 '동이'(2010)에서 단아한 모습과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그는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2011), 드라마 ‘쓰리데이즈’(2014), ‘혼술남녀’(2016), '산후조리원'(2020), '뫼비우스:검은태양'(2021), '며느라기'시리즈, 영화 '청년경찰'(2017), '고백'(2021), '첫번째 아이'(2022)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기보다 가장 재미있는 건 없다”는 박하선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기자가 박하선 배우와 진행했던 첫 인터뷰는 2010년 사극 '동이' 방송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캐스팅 소식으로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개봉에 앞서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①[인터뷰] 배우 박하선, "하늘로 떠난 동생 생각에 펑펑 울었죠" 이어서
"힘든 일도 결국엔 연기에 도움 되죠"
- 앞서 드라마 '산후조리원', '며느라기'시리즈로 기혼 여성들을 호응을 끌어냈다. 주변에서 있을 법한 생활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작품들을 하면서 캐릭터 폭이 더 확장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깐 하고 마는 게 아니라 평생 할 일이기에 많은 배역을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만큼 재미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는 저에게도 공감이 더 가요. 어떤 분들은 너무 여성 위주의 작품을 하는 게 아니냐며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생겼지만요. 그런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도 않지만, 여성 위주의 작품도 아니에요. 제 얘기도 하면서 그 주변 인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거죠.”
- 어떤 작품에 끌리는가.
“시나리오를 읽은 후 '내가 안 한다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 드는 작품이 있어요. 다만 이런 작품들이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점이 고민이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작품에 끌리죠.”
- 데뷔 후 벌써 18년 차다. 연기자로서의 삶을 돌아본다면.
“20대 때 일만 하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그래서 일이 없고 쉴 때는 너무 힘들었죠.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활동을 안 할 때의 내 모습도 인정하게 됐어요. 내가 보낸 모든 시간과 감정들이 결국 연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요. 겪어보니 결국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쉴 때는 마음이 울적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이와도 더 많이 놀아주고 요리도 하면서 더 열심히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정말 힘든 일이 겪으면 이런 경험들이 개인으로선 힘들지만, 연기로서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배우에게 있어서 쓸모없는 경험이나 감정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배우는 좋은 직업 같기도 해요.”
- 20대 시절과 비교해 개인적으로, 혹은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나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20대 때는 일이 너무 힘들었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해보니 일이 힘든 게 아니었더라고요.(웃음) 예전엔 촬영하러 아침에 나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새벽에 나가면 그 공기가 너무 좋아요. 하하. 새벽에 나올 수 있고, 밤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죠. 일이 재미있고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 결혼 후 달라진 삶도 있을 텐데.
“가정이 생기니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어요.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면 포용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와 결혼은 제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올해 결혼 7년 차인데, 각 개인이 만나서 다투고 맞추고 배려하면서 살다 보니 지금이 제일 좋아요. 결혼 전에는 일 끝나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났어요. 서점가서 여행책을 사놓고 그 낙으로 버텼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셋이 함께 다니고, 여행을 가는 시간이 즐거워요.”
이틀 만에 대사 외워...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 하고파
-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연기자로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나.
“지금 캐릭터를 가리지는 않는데, 20대 때는 반복된 역할이 싫었어요. 새로운 역할만 맡으려 했죠. 잘못된 생각이었죠. 가령 경찰 역을 한 뒤에는 경찰 역을 피했어요. 사실 경찰 역할이라 해도 기존 캐릭터와 성격이 다를 텐데 안 한 거죠. '동이'로 사극을 한 후엔 사극을 안 했고, 그러다 보니 계속 사극 작품을 놓쳤어요. 지금은 너무 하고 싶은데 말이죠. 왜 그때 내가 사극을 안 했을까 후회해요.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 도전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못해본 캐릭터가 있어요. 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 의사나 변호사, 검사 배역은 안 들어와요. 제가 사실 생각보다 똑똑한 편인데 말이죠. 하하. 암기력이 좋아요.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이거든요. 거의 모든 작품은 이틀 만에 대사를 외워요. 어떻게 이런 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요즘 고민 중입니다.(웃음)”
- 능숙한 진행 솜씨로 영화음악전문 ‘박하선의 씨네타운’ 진행 뿐 아니라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회자도 맡았는데.
“‘박하선의 씨네타운’은 당대 힙한 분들이 다 나오세요. 제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부러울 때도 있었는데, 그분들의 열심히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됩니다. 또 출연진과 혹여 쌓였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요. 씨네타운을 진행한 후 사회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어린 시절 아나운서가 꿈이어서 발표나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아나운서 역할도 자신 있습니다. 하하.”
- 차기작이 있다면?
“차기작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현재 편성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이 있었는데, 2년 반 만에 무산되면서 사실 공백기가 길어졌어요. 안 한 것도 있고 놓친 것도 있고요.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작품이든 다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쿠바”라는 답변이 나온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30시간은 가야 하는 곳이에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언제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아이를 두고 남편과 둘이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이 없거든요. 해외 촬영 일정이 잡힌 경우엔 서로가 이해해주니, 쿠바에 촬영이 있다면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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