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배우 박하선 "연기자에겐 쓸모없는 경험이나 감정은 없다"②
[인터뷰365] 배우 박하선 "연기자에겐 쓸모없는 경험이나 감정은 없다"②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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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배우 박하선
- 쉼 없이 달려온 20대...데뷔 18년 차 "일의 소중함 깨달아"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동생이 갑작스럽게 하늘로 가버린 후, 그동안 못 해줬던 일들이 생각나고 늘 미안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시원하게 펑펑 울고 나니까 치유받는 기분이 들었죠.”

배우 박하선이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상실과 치유의 이야기다.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삶의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묵묵하게 담아낸다. 한국 영화로는 7년 만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극 속 박하선은 명지 역을 맡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은 상실과 슬픔을 섬세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박하선은 2019년 두 살 아래 터울의 발달장애 남동생을 떠나보낸 아픔을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생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동생과 함께 영화관이나 미술관을 함께 다니는 등 돈독한 남매간의 우애를 보여왔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안긴 바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박하선은 동생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동생에게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동생은 하늘나라에 가서도 내게 도움을 주네요. 영화 '첫 번째 아이'(2022) 때도 동생이 아니었으면 모를 감정이었거든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박하선은 2005년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 후 올해로 18년 차를 맞았다. 사극 '동이'(2010)에서 단아한 모습과 안정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그는 시트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2011), 드라마 ‘쓰리데이즈’(2014), ‘혼술남녀’(2016), '산후조리원'(2020), '뫼비우스:검은태양'(2021), '며느라기'시리즈, 영화 '청년경찰'(2017), '고백'(2021), '첫번째 아이'(2022)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연기보다 가장 재미있는 건 없다”는 박하선은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기자가 박하선 배우와 진행했던 첫 인터뷰는 2010년 사극 '동이' 방송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캐스팅 소식으로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개봉에 앞서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하선을 만났다. 

①[인터뷰] 배우 박하선, "하늘로 떠난 동생 생각에 펑펑 울었죠" 이어서

"힘든 일도 결국엔 연기에 도움 되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 앞서 드라마 '산후조리원', '며느라기'시리즈로 기혼 여성들을 호응을 끌어냈다. 주변에서 있을 법한 생활 연기로 사랑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작품들을 하면서 캐릭터 폭이 더 확장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잠깐 하고 마는 게 아니라 평생 할 일이기에 많은 배역을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만큼 재미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는 저에게도 공감이 더 가요. 어떤 분들은 너무 여성 위주의 작품을 하는 게 아니냐며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생겼지만요. 그런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도 않지만, 여성 위주의 작품도 아니에요. 제 얘기도 하면서 그 주변 인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거죠.”

- 어떤 작품에 끌리는가.

“시나리오를 읽은 후 '내가 안 한다면 나중에 후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 드는 작품이 있어요. 다만 이런 작품들이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점이 고민이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작품에 끌리죠.”

- 데뷔 후 벌써 18년 차다. 연기자로서의 삶을 돌아본다면.

“20대 때 일만 하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그래서 일이 없고 쉴 때는 너무 힘들었죠. 일을 안 하고 있으면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활동을 안 할 때의 내 모습도 인정하게 됐어요. 내가 보낸 모든 시간과 감정들이 결국 연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요. 겪어보니 결국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쉴 때는 마음이 울적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이와도 더 많이 놀아주고 요리도 하면서 더 열심히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정말 힘든 일이 겪으면 이런 경험들이 개인으로선 힘들지만, 연기로서는 도움이 되더라고요. 배우에게 있어서 쓸모없는 경험이나 감정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배우는 좋은 직업 같기도 해요.”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스틸 컷./사진=엔케이컨텐츠

- 20대 시절과 비교해 개인적으로, 혹은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나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20대 때는 일이 너무 힘들었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해보니 일이 힘든 게 아니었더라고요.(웃음) 예전엔 촬영하러 아침에 나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새벽에 나가면 그 공기가 너무 좋아요. 하하. 새벽에 나올 수 있고, 밤에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죠. 일이 재미있고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 결혼 후 달라진 삶도 있을 텐데.

“가정이 생기니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커졌어요.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면 포용하게 되고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와 결혼은 제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올해 결혼 7년 차인데, 각 개인이 만나서 다투고 맞추고 배려하면서 살다 보니 지금이 제일 좋아요. 결혼 전에는 일 끝나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났어요. 서점가서 여행책을 사놓고 그 낙으로 버텼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셋이 함께 다니고, 여행을 가는 시간이 즐거워요.”

 이틀 만에 대사 외워...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 하고파

- 그동안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대중들을 만나왔다. 연기자로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나.

“지금 캐릭터를 가리지는 않는데, 20대 때는 반복된 역할이 싫었어요. 새로운 역할만 맡으려 했죠. 잘못된 생각이었죠. 가령 경찰 역을 한 뒤에는 경찰 역을 피했어요. 사실 경찰 역할이라 해도 기존 캐릭터와 성격이 다를 텐데 안 한 거죠. '동이'로 사극을 한 후엔 사극을 안 했고, 그러다 보니 계속 사극 작품을 놓쳤어요. 지금은 너무 하고 싶은데 말이죠. 왜 그때 내가 사극을 안 했을까 후회해요. 그래서 지금은 어떠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 도전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못해본 캐릭터가 있어요. 법조인 같은 똑똑한 캐릭터. 의사나 변호사, 검사 배역은 안 들어와요. 제가 사실 생각보다 똑똑한 편인데 말이죠. 하하. 암기력이 좋아요. 대사를 잘 외우는 편이거든요. 거의 모든 작품은 이틀 만에 대사를 외워요. 어떻게 이런 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요즘 고민 중입니다.(웃음)”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배우 박하선/사진=엔케이컨텐츠

- 능숙한 진행 솜씨로 영화음악전문 ‘박하선의 씨네타운’ 진행 뿐 아니라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회자도 맡았는데.

“‘박하선의 씨네타운’은 당대 힙한 분들이 다 나오세요. 제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부러울 때도 있었는데, 그분들의 열심히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됩니다. 또 출연진과 혹여 쌓였던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요. 씨네타운을 진행한 후 사회 제의가 많이 들어와요. 어린 시절 아나운서가 꿈이어서 발표나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좋아했거든요. 아나운서 역할도 자신 있습니다. 하하.”

- 차기작이 있다면?

“차기작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현재 편성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작품이 있었는데, 2년 반 만에 무산되면서 사실 공백기가 길어졌어요. 안 한 것도 있고 놓친 것도 있고요. 제의가 들어오면 어떤 작품이든 다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쿠바”라는 답변이 나온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30시간은 가야 하는 곳이에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언제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아이를 두고 남편과 둘이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이 없거든요. 해외 촬영 일정이 잡힌 경우엔 서로가 이해해주니, 쿠바에 촬영이 있다면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웃음)”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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