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생명존중대상' 수상자 민수 경위, 폭우 속 반지하 갇힌 노부부 목숨 구한 숨은 영웅
[인터뷰365] '생명존중대상' 수상자 민수 경위, 폭우 속 반지하 갇힌 노부부 목숨 구한 숨은 영웅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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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굿피플] 서울영등포 경찰서 대림지구대 소속 민수 경위 인터뷰
- 반지하 주택에 살던 노부부 포함, 5명 생명 구한 미담 주인공
- 2022생명존중대상 수상...상금 전액 지역사회 위해 환원
- "당연한 일을 했을 뿐...부끄럽지 않은 아빠 되고 싶어요"
- 20여 년간 이어온 헌혈, 300회 달성 ‘생명나눔’ 실천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대림지구대서 만난 민수 경위. 지난 8월 갑작스런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노부부를 포함해 위험에 처한 5명의 생명을 구한 미담의 주인공이다. 그는 헌혈 300회를 달성한 '헌혈 영웅'이기도 하다. 위험 속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의인들에게 주어지는 '2022생명존중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시상금으로 받은 1천만 원도 전액 지역 사회를 위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진=김리선 기자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 몸을 아끼지 않고 소중한 생명을 구한 숨은 영웅들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히는 작은 불씨가 되어주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을 강타했던 지난 8월 8일, 물이 차오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반지하 주택에 살던 노부부를 포함해 위험에 처한 5명의 생명을 구한 미담의 주인공이 있다. 서울영등포 경찰서 대림지구대 소속 민수(1981~) 경위다.

그는 폭우로 도림천 일대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수압으로 잠긴 반지하 주택 문을 수차례 시도 끝에 내부에 갇힌 90대 노부부 일가족 3명 등 총 5명을 무사히 구조했다.

구조 당시 현관문 손잡이가 부서지면서 날아든 파편으로 손가락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지만, 구조가 끝난 후에야 흐르는 피를 알아챘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상처 부위가 괜찮냐는 질문에 민 경위는 "별거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평소에도 다치면 테이핑만 몇 바퀴 돌리고 끝내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풀었다"고 웃었다.

민 경위의 구조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튿날, 그는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틈틈이 침수피해 주택 복구를 위한 봉사 활동에도 참여해 일손을 도왔다.

민 경위는 올해 생명보험재단이 수여하는 2022생명존중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상은 위험 속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의인들에게 주어지는 뜻깊은 상이다. 민 경위는 20여 년간 헌혈을 이어오며 ‘생명나눔’에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벌써 헌혈은 300회를 넘어섰다. 

민 경위는 2022생명존중대상 시상금으로 받은 1천만 원도 전액 지역 사회를 위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들도 많고, 전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민수 경위를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대림지구대에서 만났다.

그날 동시간대에 30건 넘는 폭우 관련 출동 신고가 쏟아졌죠

대림지구대에서 만난 민수 경위./사진=김리선 기자

지난 8월 8일,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오후 8시가 넘자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번쩍번쩍’ 천둥 번개가 쳤다. '이러다가 벼락에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침수피해 신고 전화가 서울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로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날은 민수 경위가 야간 근무를 서는 날이었다. 동 시간대 출동 신고는 30건 넘게 쏟아졌다. 폭우로 인해 순찰차 이동은 원활치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이미 날까지 어두워진 상황이었다. 폭우로 수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색 후 지구대로 복귀 중 저녁 8시 30분경 "90대 장애인 노부부가 지하에 갇혀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 출동했을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폭우가 쏟아지면서 반지하 주택이 많다는 지역임을 고려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물에 얼굴을 넣고 봐야 할 정도로 수색에 어려움이 있던 상황이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도 반지하 주택이었는데 허리까지 물은 차오르고 정화조도 역류하는 상황이었어요. 구조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구해야 했으니, 겁도 덜컥 났죠.

현관문 개방을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수압 때문에 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죠. 내부에선 문을 밀고 나올 만큼의 힘이 없으셨고, 밖에선 얇은 철제 소재의 손잡이까지 부서졌으니까요. 겨우겨우 문 사이에 틈을 벌린 후 손가락 하나를 간신히 집어넣은 후에야 겨우 문을 개방할 수 있었습니다."

- 문을 열고 들어간 후의 상황은요?

"지하 단칸방에 노부부와 딸까지 세 명이 있으셨어요. 90대 어르신은 침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계셨어요. 마치 폭풍우에 작은 돛단배에 앉아 있는 모습처럼 위태로웠어요. 거동이 불편하셔서 침대에서만 생활하셨다고 하더라고요. 60대인 따님 역시 아픈 다리로 장애 등급을 받으신 분이라 문을 밀고 나올 힘도 없어졌던 거죠. 따님이 대구에 살던 부모님과 함께 살려고 올 초에 모시고 왔는데, 그냥 계셨으면 피해도 없었을 거라며 못내 죄송해하시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죠."

90대 노부부를 구조해달라고 신고한 옆집 남성 역시 집에 침수돼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민 경위는 노부부 일가족 3명과 옆집 남성, 거동이 힘든 또 다른 장애인을 포함한 총 5명을 무사히 구조한 후 대피시켰다.

- 관내에 이 정도 폭우는 처음인가요?

"2년 전인 2020년 8월 게릴라성 폭우가 내렸어요. 그때 도림천을 산책하던 분이 고립된 적이 있어서, 물에 들어가 구조를 했었죠. 지난여름 대림천 범람을 대비해 소방, 경찰과 연합 FTX(야외기동훈련)도 실시했는데, 주택가 침수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다행히 그때도 그렇고 올해도 저희 영등포구 관내에선 사망자 발생은 없었습니다."

2020년 게릴라성 호우로 도림천수계가 급격히 높아지던 초기 상황에서 민수 경위가 산책 중 도림천에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사진=민수 경위 제공
2020년 게릴라성 호우로 도림천수계가 급격히 높아지던 초기 상황에서 민수 경위가 산책 중 도림천에 고립된 시민을 구조하고 있다./사진=민수 경위 제공

침수 피해 주택 복구 위해 봉사 활동 나서

민수 경위는 그날 이후 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해 한 달간 비번이나 휴무 날에 침수피해 주택 복구를 위한 지역 봉사 활동에 나갔다.

"침수로 거리에 버려진 가구들이 많았는데, 그걸 보니 마음이 뭉클하고 안타까웠어요. 저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움직여졌죠. 그래서 1365자원봉사센터에 전화해 봉사 신청을 했어요."

자원봉사센터에서 그가 경찰이란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그는 "봉사 활동이 끝날 때쯤에야 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순찰 중에 그 당시 구조했던 집에 들려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90대 어르신이 다니는 병원도 종종 찾아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다.

- 만나면 뭐라고 하세요?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세요. 제가 듣기 민망해서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드려요."

그의 말투엔 겸손이 배어있었다. 그는 "제가 모든 생활에 모범적인 것 아니고, 우연히 주목 받은 것"이라며 조용한 선행을 알리는 것을 겸연쩍어했다.

근무 중 영등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과 만나 격려하고 있는 민수 경위. 민수 경위 역시
근무 중 영등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과 만나 격려하고 있는 민수 경위. 민수 경위 역시 침수피해 주택 복구를 위한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사진=민수 경위 제공

- 현장 봉사 활동은 처음이었나요? 

"예전 202경비단에 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팀원들을 데리고 요양원을 찾아 청소도 하고, 어르신들 산책도 시켜드린 적이 있어요. 팀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자는 생각에 시작한 거였는데, 고맙게도 팀원들이 잘 따라줬고요."

- 헌혈 횟수도 300회에 육박한다고 들었어요. 몇회나 한거죠? 계기가 있다면요?

"지금까지 304회가 됐더라고요. 고교 시절, 학교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헌혈차에서 시작했어요. 학교를 충북 영동에서 다녔는데, 주변에는 헌혈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러다 경찰이 된 후 조금이나마 봉사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죠. 34세부터는 2주마다 헌혈을 꾸준히 해왔어요."

침수 피해가 났던 대림동의 한 주택를 살펴보는 대림지구대의 민수 경위./사진=민수 경위 제공

조부는 국가유공자...홀어머니가 3남매 키워 "아들도 국가를 위해 일했으면"

민 경위는 2005년 청와대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101경비단을 시작으로 구로경찰서와 202경비단, 신풍지구대를 거쳐 3년 전 대림경찰서로 부임했다. 그는 현재 순찰팀에서 근무하며 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 언제부터 경찰을 꿈꾸게 됐나요?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출신인데, 전기전자공학과도 합격했었어요. 마음 한켠엔 경찰이 되고픈 마음이 있었죠. 안정된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어머니의 권유도 있었고요.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어 계세요. 6.25동란 이후 군대에서 국가 복구 사업에 참여했다가 1956년 세상을 떠나셨죠. 7살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가 3남매를 홀로 키우셨어요. 

남동생은 현재 엔지니어로 일하고, 제수씨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죠. 아내도 경찰이에요. 전 아들이 커서 국가를 위해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살인 아들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 하지만요. 하하. "

서울영등포 경찰서 대림지구대 소속 민수 경위는 올해 생명보험재단이 수여하는 2022생명존중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사진=생명보험재단 제공 

-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뿌듯했던 사례를 들려준다면요?

"보이스피싱 범인들을 잡았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이미 1500만 원을 넘겨준 70~80대 어르신이 계셨어요. 그분한테 또다시 접근해 평생 모은 돈을 갈취하려 한 두명의 보이스피싱범을 잠복한 끝에 잡았죠. 또 도박이나 마작 신고가 많은데, 출동하면 팀워크가 워낙 좋다 보니 성과가 좋죠. 팀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 경찰은 예기치 않은 위험에 노출되기도 할 텐데요.

"우리 지구대는 출동 신고 접수량이 다른 지역의 지구대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동하죠. 현장에 출동하면 깨진 맥주병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또 정신질환자가 칼을 휘두르기도 하고, 주취자가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죠. 주로 폭행, 절도, 주취 관련 사건 등을 많이 다루지만, 워낙 다양한 사안들이 많아요. 경찰관은 마치 법과 불법 사이의 담벼락을 걷는 것 같아요. 인권이 결부되는 사안에서는 항상 주의합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에, 늘 긴장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봄산행에 나선 관악산 입구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민수 경위(사진 맨 오른쪽)./사진=민수 경위 제공 

- 경찰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충이 있다면요?

"제가 올해 법원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음주운전 단속 중에 지나가던 주취자분이 욕을 하면서 제 턱을 가격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됐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변호사를 앞세워 제가 화를 유발했다며 불법 체포됐다고 주장하더라고요. 공권력이 바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요. 매달 한두 건씩 있다고 보면 돼요. 올해 우리 지구대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건만 10여 건이 넘으니까요. 현장이 녹록지가 않아요. 경찰에 대한 반발감이 있는 분들도 있고요. 당연히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공권력이 좀 살아났으면 해요. 경찰관들이 존경받는 일이 있으면 좋겠고요."

 생명존중대상 시상금? 제 돈 아니라고 생각...전액 타인 위해 쓸 껍니다

- 경찰로서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지구대 경찰은 생명보호와 인권에 있어서 최접점에 있습니다. 가족 폭력, 스토킹 범죄, 자살이나 주취 등의 사안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잘 파악해야 하고,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이를 위해 공부도 해야 하고요. 그리고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사명감이기도 합니다."

서울영등포 경찰서 대림지구대 소속 민수 경위는 함께 구조활동을 펼친 김진희 경사와 함께 10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호우 및 태풍 대응 유공자 오찬'에 초청받았다. 사진 왼쪽부터 민수 경위, 윤석열 대통령, 김진희 경사/사진=김진희 경사 제공

- 한 해를 돌아본 소감과 내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운이 좋았어요. '생명존중대상'도 받았고, 그 전에 '경찰청 올해의 공무원'에도 선정되어 경찰청장 표창도 받았죠. 제 팀원 중에 결혼을 안 한 후배들이 많은데,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건강이 안 좋아져서, 내년에는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했으면 해요."

- 2022 생명존중대상 시상금은 어떻게 사용하실 건가요?

"시상금 소식을 듣고 여러 곳의 기부를 생각했어요. 제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우선 여름에 함께 일했던 영등포 자원봉사센터에 기부했고, 팀원들 덕분으로 받은 상이기 때문에 식사도 같이하고 지구대 각 팀에도 조금씩 나눴고요. 이번에 구조했던 분들도 형편이 안 좋아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려고 합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leesun@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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